4차 산업혁명의 핵심 통신 기술로 손꼽혀...6G 시대 대비해 연구 개발
양자역학적 얽힘 이용한 컴퓨터에 더해 '양자 영상'까지

사진 출처: 게티 이미지뱅크

[문화뉴스 MHN 김종민 기자]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패한 이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하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나노물질 등을 포함한다. 

셋이 너무나 동떨어진 분야 같지만, 사실은 하나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은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 정보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빅데이터 기술이 필수다. 더해서 빅데이터를 감당할 수 있는 저장매체 혹은 컴퓨터 하드웨어도 필요하다. 이들 하드웨어에는 나노물질 등 신물질이 사용된다.

물리학 등 기초과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4차 산업혁명과 사뭇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신물질의 관점에서는 비교적 가까이 있다. 물질 등과 관련된 기초 과학은 정보 전달의 매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결국 현실에 존재하는 매개체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그 매개체를 다루는 기술과 무관하지 않다.

오늘날의 정보 전달 매체는 대부분 전기를 이용한다. 컴퓨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회로들은 전기신호를 사용한다. 이 전기 신호는 원자에 있는 '전자'와 관련이 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가 구성 성분이다. 원자핵은 무거워서 움직이지 않지만, 전자는 움직인다.

전기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정보 전달 방법은 없을까? 6G 시대를 대비해, 물리학에서 신기술로 연구하는 분야가 이와 관련되어 있다.

 

■양자역학의 '얽힘' 이용한 양자컴퓨터

새로운 정보 전달 형식으로 가장 처음 주목을 받은 것은 양자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한다.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원자같이 크기가 작은 영역을 설명한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세계도 양자역학이 설명할 수 있지만, 소 잡는 칼을 닭 잡는데 쓰는 격이다.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

양자컴퓨터가 이용하는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는 중첩이다. 이를 빗대는 재밌는 표현이 있다. '고양이가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다'는 것이다. 방에 고양이와 독극물을 같이 두면, 고양이가 독극물에 손을 댔거나 대지 않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고양이가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양자역학이 설명하는 미시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확률로서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공존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상자를 열어 고양이를 관측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중첩'된 고양이는 즉시 하나의 상태로 결정된다. 이 관측은 말 그대로 '즉시' 이루어진다. 중첩된 정보가 하나로 결정되는 데에는 따로 속도를 측정할 수 없다. 양자컴퓨터는 이처럼 양자역학의 대상들을 이용해 중첩된 여러 정보들을 '즉시' 결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법으로 중첩된 정보들은 '얽혀 있다'고 부른다. 양자역학의 얽힘을 이용하면 기존의 전자 컴퓨터보다 대폭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죽은 동시에 살아있다(사진 출처: 위키백과)

 

■대륙간 정보 교환, 광통신

우리가 구글, 혹은 아마존의 웹사이트를 이용하려면 주소창에 단순히 입력하여 접속하면 된다. 그런데 실제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의 컴퓨터와 아마존의 컴퓨터가 서로 통신을 주고 받는다. 아마존의 컴퓨터는 미국에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해저 광케이블이 이에 사용된다. 범국가간 혹은 대륙간 고속 통신을 위해서 해저에 통신 케이블을 설치한 것이다. 통신 케이블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우리의 컴퓨터는 아마존의 컴퓨터와 연결될 수 있다. 이 때 컴퓨터의 전기 신호는 '빛'으로 변환되어 통신 케이블 속을 이동한다. 빛의 속도는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큰 지체 없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광통신에 사용되는 광섬유(사진 출처: 파이브웍스)

 

■광통신을 위한 빛 정보에 양자역학이?

빛 정보에도 역시 양자역학을 적용한 기술을 도입하고자 과학자들이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빛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은 빛이 입자처럼 이동한다고 생각하여 렌즈에 대한 방정식을 세웠다. 그런데, 1800년대 후반에 전기와 자석에 대한 이해가 발전하면서 빛이 전기와 자기장의 변화로 일어나는 '파동' 방정식을 따름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입자로서' 빛을 이해하는 방식과 '파동으로서' 빛을 이해하는 방식 두 가지를 놓고 대립했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세기가 셀 때는 마치 파동처럼, 빛의 세기가 약할 때는 '알갱이'처럼 행동한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20세기 초반 양자역학이 태동하면서, 빛은 연속적인 파동이 아니라 '계단'처럼 불연속적인 에너지를 갖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발전하면서, 빛이 양자역학적으로도 일종의 '진동', 즉 파동과 유사한 성질이라는 이론이 발표되었다. 

빛 정보에 양자역학을 도입한다는 것은 두 가지 관점을 모두 종합한다. 이를 '양자 광학'이라고 부른다. 양자 광학에서 빛은 '입자'처럼 이동하지만, '파동' 방정식을 따른다. 양자역학에서 파동이란, 확률과 중첩, 그리고 얽힘을 의미한다. 고양이가 죽어있는 동시에 살아있듯이, 빛 역시도 동시에 여러 가지 상태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다가 우리가 관측하면 '즉시' 정보가 결정된다. 중첩된 여러 빛 알갱이(광자)들이 즉시에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자는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중요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빛은 파동으로도, 입자로도 이해할 수 있다(사진 출처: 사이언스 라이프)

 

■양자역학적 빛 기술을 이용해 선명한 영상을?

뿐만 아니라 얽힌 상태의 빛을 이용해 보다 선명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병원에서 보는 MRI, X-ray 등은 빛 정보가 시각 자료로 변환된 것이다. 빛이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빛 정보에 담긴 노이즈가 적을수록 보다 선명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빛을 양자역학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파동의 형태가 되기 때문에 측정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양자역학적 얽힘을 이용한다면, 동시에 존재하는 두 빛 알갱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오늘날의 빅데이터가 영상 정보를 읽어 대용량 정보를 처리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상용화가 기대되는 기술이다. 실제로 일본 교토에서는 양자 광학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과학자와 기업이 협업하고 있다.

빛을 이용해 굳이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지 않더라도, 과학자들은 얽힌 정보를 원격 전송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 경우 외부 조건에 민감한 얽힘 상태를 기술적으로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원자 단위의 영상을 찍는 양자 광학(사진 출처: 물리학과 첨단기술)

이처럼 빛을 이용한 신기술은 상용화를 기다리며 과학자들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빛을 이용한 정보통신에도 양자역학의 원리가 이용된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 동력의 지속적 혁신을 위해 기초 과학 투자가 중요성이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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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응용한 최첨단 통신 기술...'양자 광학', 빛에도 양자역학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통신 기술로 손꼽혀...6G 시대 대비해 연구 개발
양자역학적 얽힘 이용한 컴퓨터에 더해 '양자 영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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