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펜로즈, 일반 상대성 이론 통해 블랙홀의 존재 수학적 증명
2019년 블랙홀 첫 사진 이전 100년간 블랙홀 노벨상 없어

출처: 픽사베이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지난 6일 2020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수상자는 로저 펜로즈, 라인하르트 겐첼, 앤드리아 게즈 3명으로 올해는 블랙홀에 대한 업적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했다.

셋 중 로저 펜로즈는 이론 물리학자로 스티븐 호킹과 함께 블랙홀 연구에 있어 최고 수준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블랙홀은 대중적인 상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만든 1905년 이래 100년을 훌쩍 넘기는 동안 단 한 번의 노벨 물리학상을 배출한 적이 없었다.

직접적인 사실을 중시하는 노벨 물리학상의 특성상 이전까지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존재를 파악할 수 있었던 블랙홀에겐 평가가 박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지 못했으며 광양자 가설을 통해 수상했다.

출처: EHT

이번에 블랙홀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던 가장 큰 이유는 2019년 찍힌 블랙홀의 사진 때문으로 생각된다. 블랙홀은 이름 그대로 검은색을 띠기 때문에 컴컴한 우주 공간에서 그 모습을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블랙홀 주변은 밝게 빛난다. 블랙홀 주변은 시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에 블랙홀 뒤편에서 온 빛이 블랙홀 주변에서 공전하며 빛으로 이루어진 광구를 이룬다. 2019년에 찍힌 블랙홀 사진에서 블랙홀 주변이 밝게 빛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블랙홀의 주변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해답이 바로 로저 펜로즈가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유가 된다.

출처: 옥스포드 대학교, 로저 펜로즈

블랙홀에 대한 생각은 의외로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들면서 탈출 속도에 대한 개념을 제안하였다. 모든 물체는 어느 정도 이상의 속도를 가지면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인류는 이미 탈출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로켓을 쏘아 올려 달까지 갔다 왔다.

만약 어떤 별의 질량이 너무 커서 탈출 속도가 빛보다 빠르면 어떻게 될까? 빛이 그 별에 끌려가게 되므로 어떤 빛도 방출하지 못하므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에 의해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생각은 폐기되었다.

20세기가 되어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짐이 밝혀졌지만 빛의 질량은 0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공식에 0의 질량을 집어넣으면 빛은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검은색 별의 존재는 불가능해 보였다.

출처: 노벨 재단, 알버트 아인슈타인

이 생각은 한 천재의 등장으로 형세가 바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은 1905년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세상은 3차원 공간이 아닌 4차원 시공간으로 이루어졌음을 밝혀내었다. 이러한 발견은 뉴턴의 물리학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였다.

이어서 아인슈타인의 업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10년간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들었다. 1915년 발표된 논문에서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중력 방정식을 수정한 새로운 공식 장 방정식을 만들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이 특이한 건 장 방정식의 형태였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들던 중 자신의 이론이 휘어진 시공간에서의 기하학인 리만 기하학임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과 공간의 길이가 변화하였듯이 4차원 시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출처: NASA

아인슈타인은 질량이 시공간을 휘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하였으며 이 휘어짐이 중력이라고 해석하였다. 중력에 의해 끌려가는 것은 시공간이 휘어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의 장 방정식은 이를 수학적으로 기술한 형태이다. 질량이 시공간의 곡률을 만든다.

중력을 시공간의 곡률로서 해석한다면 빛은 중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빛은 직진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시공간 자체가 휘어져 있다면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빛이 휘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아서 에딩턴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중력 렌즈 현상이라 부른다.

아인슈타인이 장 방정식을 만든 이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장 방정식의 해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중 블랙홀을 처음 수학적으로 유도한 사람은 카를 슈바르츠실트였다.

하지만 과거에는 블랙홀은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학적으로만 생기는 재밌는 대상 정도로 여겨졌다. 따라서 블랙홀은 물리학자들보단 수학자들에게 먼저 연구되었다. 블랙홀을 연구했던 수학자 중 한 명이 바로 펜로즈였다.

출처: NASA, 블랙홀 상상도

펜로즈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강력한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사라지는 특이점이 우주에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펜로즈는 질량이 큰 항성이 붕괴할 경우 크기가 0인 특이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이때 시공간의 곡률이 무한대가 됨을 알아내었다.

쉽게 얘기하자면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지다 너무 강한 중력이 작용할 경우 시공간에 구멍이 뻥 뚫리게 된다. 바로 이 구멍을 블랙홀이라고 부른다. 블랙홀에선 시간이 멈추게 되며 더 이상 알고 있던 물리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블랙홀과 공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르며 구멍의 테두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빛이나 물질이 빨려 들어갈 경우 영영 나오지 못하며 지평선 내부가 어떻게 되어있는가는 아직도 물리학의 큰 숙제로 남아있다.

한편 펜로즈는 블랙홀의 수학적인 성질을 규명하여 일반 상대성 이론의 강력한 증거를 발견하였다는 공로로 이번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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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과학]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별? 2020 노벨 물리학상: 일반 상대성 이론과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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