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상에 이런일이' 소개된 최연소 프로레슬러
고교생 이장우와 프로레슬러 제이디리, 두 가지의 삶

고교생 프로레슬러 제이디리 (사진제공=PWS)

[문화뉴스 MHN 변성재 기자] 최근 국내 모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나이에 프로레슬러로 데뷔해 주목받는 신예가 있어 화제다.

바로 제이디리, 본명 이장우다. 매 경기 그는 한국서 보기 드문 공중기술과 화려한 쇼맨십을 선뵈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이디리를 처음 본 것은 지난달 16일, 경기도 평택시 PWS 전용 체육관에서 열린 “PWS 에이펙스2 대회”였다. 본인보다 큰 상대에게 치고받으며 화려한 공중기술로 압도했던 제이디리, 유난히 앳된 얼굴과 작은 신장에도 선배 레슬러와 당차게 싸우는 전투적인 경기력을 잊을 수 없었다.

한국에는 WWA와 PWF, PWS 총 세 개의 프로레슬링 단체가 존재하는데 그 중 제이디리는 정기적인 흥행과 다양한 스토리라인과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해 주목받고 있는 PWS 소속 프로레슬러다.

PWS는 이제 2년 밖이 안된 국내 신생 프로레슬링 단체다. 뿐만 아니라 ‘붉은 여우’ 시호와 조경호, 구스타프, 범솔, 김미르, 하다온 등 젊은 피로 구성돼 한국 프로레슬링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는 평도 있다는 후문이다.

신세대 프로레슬러로 구축된 PWS는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독특한 캐릭터 등장 등 매 대회마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 국내 프로레슬링 업계 부흥뿐만 아니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섞은 스포테인먼트로 대중에게 어필하며 프로레슬링 저변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아래는 지난 8일, 서울서 제이디리와 만나 문화뉴스와 격투 칼럼니스트 이무현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19세 대한민국 최연소 프로레슬러 제이디리다. 이렇게 만날 수 있어 영광이다. 잘 부탁한다.

19세라면 대학 입시로 바쁠 텐데 갑작스런 인터뷰 미안하다. 최근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최근 수시접수 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와 바쁘다. 학업과 레슬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공부하고 운동하고 사실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이렇게 바쁜 생활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겁다.

최근 국내 모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이 소개됐다. 주변 반응 어떤가?

어느 날 이무현 칼럼니스트께서 연락이 왔다. 방송국 관계자가 찾는다는 소식에 사실 장난인지 알았다. 그로 인해 정말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방송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주변에도 방송 나온다니깐 싸인도 요청하고 사진도 촬영해달라고 하더라, 특히 친구들 사이에서 슈퍼스타가 됐다. 우리 PWS 선배 여러분들 덕분에 너무나 재미있게 프로레슬러 생활을 즐길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이 자리를 빌려 이무현 칼럼니스트와 스승님 조경호 선수와 PWS 관계자 및 선배 프로레슬러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고교생 프로레슬러 제이디리 (사진제공=PWS)

프로레슬링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가?

여덞 살 때 처음 프로레슬링이라는 스포츠를 알게 됐다. 당시 TV에 방영됐던 WWE에 등장하는 랜디오턴과 CM펑크 같은 선수들의 카리스마에 반했고, 그로 인해 프로레슬링이란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집 앞에 있는 쿵후 체육관에 다니며 관장님 몰래 기술도 곧잘 따라하는 장난꾸러기였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존 시나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면서 놀았다. 국내 프로레슬링 마니아라면 대부분이 그렇듯 나처럼 프로레슬링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웃음)

프로레슬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프로레슬러가 되야겠다고 생각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워낙에 어린마음에 경찰이나 선생님 같은 직업은 너무나 지루해보였다. TV 속의 프로레슬러처럼 멋진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막상 국내 프로레슬링 단체 관련되 정보도 많이 없었다.

지금 보다시피 나는 다른 프로레슬러보다 작은 체구다. 어느 단체에서 나를 받아줄지에 대해 의문도 들었고, 작은 체구를 단련하기 위해 극진 공수도와 격투기, 합기도에 매진했다. 중학교 진학 후 처음으로 프로레슬링 단체에 문을 두드렸지만 생각보다 너무나 힘들었다. 바로 작은 체구때문이었다.

반대 심했지 않았나? 부모님이나 주변 반응 어땠나?

어머니께 프로레슬러가 되고 싶다고 말하니 그냥 웃으시더라. 계속 조르니 어머니께서 어느날 나를 불렀다. 기말고사에 전교에서 10등이 들어야 된다는 조건부 약속이었다. 단순히 프로레슬링 사랑하는 마니아가 아닌 프로레슬러 이장우로 살아간다는 무서움도 앞섰다.

프로레슬러가 되고 싶은 열정과 나를 믿어주는 어머니와 주변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어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전교에서 6등 했다. 아직도 어머니 손을 잡고 프로레슬링 체육관에 갔던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게 너무나 기억 남는 추억 중 하나다.

어린 나이 입문, 힘들었던 점 없었나?

난 서울이 아닌 충북 제천에 거주하고 있다. 매주 제천에서 인천까지 왕복 7시간을 걸쳐 다녔고, 지금 되돌아보면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싶다. 나에게 프로레슬링 열정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작은 체구와 어린 나이라 선배 프로레슬러의 배려에도 슬램류 기술에 접수하거나 기술을 숙지할 때 엄청난 고통이 따랐다. 하지만, 매주 보는 선배들 앞에서 아프다는 말도 할 수 없었고, 혹이나 아프다고 하면 이마저도 훈련생 생활할 수 없는 두려움이 제일 컸다.

비록 몸과 마음은 힘들었지만, 훗날 사각의 링에 오를 수 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고교생 프로레슬러 제이디리 (사진제공=PWS)

데뷔전 상대 기억하는가?

2018년 PWS 도미네이션 2에서 키드레인이라는 이름의 마스크맨으로 데뷔했다. 데뷔전 상대는 스승 조경호 선수였다.

스승님의 배려와 성원에 무사히 경기를 마칠 수 있었지만, 경기 내용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백지였고,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모든 기술이 실수 투성이었지만 스승님께서는 나를 다독여주셨던 모습이 생생하다.

스승 조경호와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2년 경기도 능곡 시장에서 열렸던 WWA 대회에서 스승 조경호 선수의 경기를 처음봤다. 그 경기를 지켜본 난 한국에서도 프로레슬링을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경기 후 작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직도 내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스승님과 다시 만나 조심스럽게 사진을 보여드렸고, 놀랍게도 기억해줘 너무나 좋았다. 흔히 ‘성공한 덕후’가 되었다. (웃음)

고교생 이장우와 프로레슬러 제이디리의 차이점은?

‘프로레슬러’ 제이디리는 진중하고 투지 넘치는 존재라면, 고교생 이장우는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한 장난꾸러기다.

친구들 사이에서 ‘장우가 빠지면 장기자랑이 아니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들 앞에 서는 걸 좋아한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에 갈 때면 기념품보다는 항상 춤 연습이 먼저였고 최근에는 공주님 분장을 하고 졸업사진을 찍었다. (웃음)

그 정도로 남들 앞에 서고 즐거움을 주는 일을 좋아한다. 어쩌면 이러한 면들이 프로레슬러로서 활동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프로레슬러 데뷔 후, 기억 남는 일화는?

지난 2019년도 5월 네팔 원정시합을 다녀왔다. 해외라고는 일본 외에는 가본 적도 없는 내가 무려 네팔에 가게 된다니 무척이나 떨려 비행기에서 단 한숨도 못 잤다.

네팔서 뱀부 크러셔(Bamboo Crusher)라는 선수와 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서로 열정이 넘쳤던 탓에 경기중 무릎 부상을 당했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쉽다. 너무나 큰 부상이었지만, 주변의 응원과 성원에 극복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고교생 프로레슬러 제이디리 (사진제공=PWS)

제이디리 닉네임의 뜻은?

큰 뜻은 없다. 단체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들이 많은데 같이 훈련할 때 하나같이 내 이름을 발음하는데 힘들어했다. 좀 더 성장해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참에 영어이름을 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고르던 중 제이든이란 이름이 맘에 들어 정하게 됐다.

닉네임으로 보완할 방법을 모색하다 제 성씨인 이(LEE)를 마지막에 붙여보았는데 ‘JD LEE’ 매력 있지 않는가? (웃음)

선진국과 국내의 프로레슬링 차이점?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일본이나 북미에 레슬링 팬들은 자국의 레슬링을 좋아하지만 우리나라 팬분들은 자국의 레슬링보다는 WWE와 같은 타국의 레슬링을 좋아한다.

이와 같은 현상이 생긴 것은 절 때 팬분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까지 좋은 레슬링을 보여주지 못했던 우리 레슬러들의 잘못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처럼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국내 레슬링 부흥 꼭 우리 세대에서 이뤄낼 것을 이 자리서 약속드린다.

제이디리가 생각하는 이상적 프로레슬링은?

재밌었다, 볼만했다 정도로 기억되고 쉽게 잊혀지는 경기가 있는 반면에 몇 년이 지나도 꾸준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경기들도 있습니다. 프로레슬링 관객들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는 프로레슬링을 선뵈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다.

최근에는 신일본 프로레슬링의 윌 오스프레이, 프로레스 노아의 마루후지 나오미치 같은 선배 프로 레슬러들을 보며 분석하고 본받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들을 넘어서고 싶은 것도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방영된 국내 프로그램을 통해 나의 존재와 한국 프로레슬링 PWS를 처음 접하게 된 분들이 많을 것이다. 한국 프로레슬링 사랑해주시는 관객 및 팬 여러분들, 프로레슬링을 위해 태어난 제이디리에게 많은 성원과 응원 부탁드린다.

또한 한국 프로레슬링 부흥을 위해 제이디리와 PWS는 항상 열심히 노력할 준비가 됐다. 팬 여러분들은 끝까지 우릴 지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이름 꼭 기억하길 바란다. 난 프로레슬러 제이디리다.

고교생 프로레슬러 제이디리 (사진제공=PWS)

(협조: 격투 칼럼니스트 이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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