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 '가짜사나이2' 첫 방송부터 가학성 논란
누리꾼 "가짜사나이는 사회 부조리함과 기득권 횡포의 투영"
지적 이어지자 방송중단 예고도... 시청자 "콘텐츠 무게 느껴야"

[문화뉴스 MHN 경어진 기자]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논란을 겪고 있다.

특수부대식 훈련을 경험하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취지의 '가짜 사나이'는 지난 7월 시즌1이 첫 방송돼 누적 조회수 5600만 회를 기록한 유튜브 방송 콘텐츠다. 특히 동기애와 '협력'을 통한 성장을 강조하며 많은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출연진은 물론 이근 대위, 에이전트 H 등 교관진도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고 "인성 문제 있어?", "개인주의야"같은 유행어와 여러 패러디물을 양산하며 '2020년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에 잡음이 일고 있다.
자료 : '가짜사나이 시즌2' 4화 영상 갈무리

가짜사나이 논란이 제기된 것은 시즌2에서의 일이다. 10월 1일 첫방송된 가짜사나이는 육체적·정신적 가학성이 꾸준히 지적됐다.

시작부터 누리꾼의 가슴을 졸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훈련생'이라 불리는 14명의 참가자들은 이름 없이 자신의 번호로 호명되며 의사표현은 '악'이라는 구호('알겠습니다'의 의미)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이들은 기본적 식사와 물, 휴식 없이 바다와 구덩이를 오가며 밤샘 훈련을 했고, 이 과정에서 각막이 손상돼 실명 위기에 처한 훈련생이나 기합을 받다 다리를 다쳐 퇴소하는 훈련생도 발생했다.   

'가짜사나이'를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 측이 "(훈련 수위에 대해) 사전 고지했고 훈련생이 자진퇴교 할 수 있다. 전문 의료진 및 특수전 전술 디렉터들의 안전 통제 하에 진행되었다"고 해명했지만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방송 열흘만에 누적 조회수 3,000만 회를 넘길만큼 영향력 있는 콘텐츠가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것이 누리꾼의 주된 의견이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가짜사나이 2' 4화였다. 프로그램 취지를 의심케하는 거칠고 모욕적인 상황들이 연출됐다.

훈련생들은 밤샘훈련 후 곧이어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든채 산길을 뛰어 올라갔다. 기합도 빠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얼차려와 곰걸음을 했고 돌 위에 깍지를 낀 채 이른바 '엎드려 뻗쳐' 훈련을 받는 장면도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구토를 하거나 쓰러지는 훈련생이 있었고 심지어 크로스핏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훈련생(유튜버 까로)은 세 차례 과호흡 후 기절하기도 했다. 5km 넘는 거리 구보를 완수한 훈련생이 3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85kg짜리 보트를 들게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공분을 산 것은 정신적 모욕이다. 교관이 밤샘 훈련 후 휴식도 없이 단체 구보 중인 훈련생들을 향해 "퇴소하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을 사람?", "이럴거면 퇴소해", "시원한 팥빙수 먹을 사람 쉬어"라고 비꼬는 듯 말하는가 하면 정신을 잃어가는 훈련생들에게 '정신상태가 썩었다'며 "우리 기수는 꿀 빤 기수"라는 말을 따라하게 했다. 훈련 의지를 보이는 훈련생(유튜버 손민수)이 퇴교를 거부하자 한 교관이 "미쳤나 이게"라고 말하는 장면도 누리꾼의 분노를 샀다.

훈련생들을 향한 정신적 모욕과 권위적인 모습이 누리꾼 공분을 사고 있다.
자료 : '가짜사나이 시즌2' 4화 영상 갈무리

"보는 것만으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장면도 있었다. 곽윤기 선수와 유튜버 지기 TV가 IBS 훈련을 받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밤샘훈련에 이은 구보로 이들 모두 지친 상황. 곽윤기 훈련생은 다른 훈련생과의 신장 차이와 체력 문제로 목이 꺾이는 등 위태로운 상황을 겪었다. 이에 유튜버 '지기TV'는 '국가대표(곽윤기 선수)에게 위험한 훈련이다'라는 생각에 교육을 종료하려고 퇴소했다. 그러자 교관들은 "5번(곽윤기 선수) 때문에 8번(유튜버 운지기) 퇴소했다.", "네 고집 때문에 동기들이 다 퇴소했다."라고 말했다. 이 두 훈련생이 보트 밑에 있는데 한 교관이 보트를 누르는 장면도 문제가 됐다. 권위를 이용한 폭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해당 장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12일 곽윤기 선수는 "괜찮다. 교관님들은 교관의 역할을 다 했을 뿐이다.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해당 훈련생이 괜찮았다는 것만으로 정당성이 부여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매체 특성상 특히 청소년의 시청이 높은 방송 콘텐츠에서 '언어폭력'과 '권위'를 가학적으로 보여줬다는 것.

논란이 계속되자 '피지컬 갤러리' 측은 11일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해명문을 올렸다. 특히 곽윤기 선수에 대한 교관의 언행에 대해서는 "곽윤기 선수의 실수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고 악플러들이 윤기 선수에게 비난을 쏟을 것 같아 해당 부분을 덜어냈다"며 "그러다보니 교관님들이 윤기 선수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 일방적으로 말하는 장면처럼 연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리꾼 반응은 좋지 않다.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시킨 것부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누리꾼은 '정신력을 키우며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당초 기획 취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가짜사나이2' 방송을 두고 누리꾼은 폭력성을 지적하고 있다.
자료 : 유튜브 채널 '피지컬 갤러리' 댓글 갈무리

가짜사나이 시청자들은 "방송 이후 앞으로 많은 훈련들이 폭력에 당위성을 부여할 것이다. 파급력을 생각해야한다.", "말도 안되는 훈련 내용은 UDT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보여주는것에 그치지 않는다.UDT도 지옥주나 생식주 훈련을 바로 하지는 않는다", "가짜사나이를 통해 패배감과 불가능, 모욕감과 인신모독을 배웠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시청자는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과 기득권의 횡포를 투영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시청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가짜사나이 시즌2' 방송이 무기한 연장될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훈련생 중 한명인 스트리머 '힘의길'이 12일 트위치 방송을 통해 "가짜사나이 5화부터 잠정 업로드 연기됩니다."라고 밝히며 이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가짜사나이 시즌2'에 훈련생으로 참여했던 트위치 스트리머 '힘의길'이 12일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자료 : 스트리머 '힘의길' 영상 갈무리

"역시 위에서 밟으면 노력도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다."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에 대해 "왜 이렇게 불편해하냐"며 "자신을 뛰어넘는 훈련이다. 싫으면 보지 말라"는 댓글에 한 누리꾼은 이렇게 답했다.

최근 뉴미디어의 급속한 성장으로 더이상 유튜브 방송 콘텐츠는 '하위문하'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전통매체보다 더 큰 파급력과 생산력을 보여준다. 콘텐츠의 '무게'를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할 수 있다. 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종을 치면(퇴교하면)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종을 칠 것 같습니다"라고 되내며 자신을 뛰어넘으려는 훈련생들에게 퇴교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훈련'의 의미를 잃고 어느 순간 자극적인 장면과 인격 모독이라는 '폭력'으로 무장해 '노력'도 소용없다는 것을 대중에 보여주는 과정이 과연 진정한 '성장과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지 논의해봐야 한다는 누리꾼 말 속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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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성장에서 '폭력'의 상징으로... 2020 대표 콘텐츠 '가짜사나이'의 불명예

- 유튜브 방송 '가짜사나이2' 첫 방송부터 가학성 논란
- 누리꾼 "가짜사나이는 사회 부조리함과 기득권 횡포의 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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