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시작되기 전부터, 김희애와 유아인이라는 스무살의 나이 차이를 가진 두 배우가 불륜의 관계를 연기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슈를 끌었던 드라마 '밀회'.

밀회는 방영을 시작한 후에도 긴장감 있는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 전공자나 현직 피아니스트들도 신기해하며 칭찬해 마지않는다는 유아인의 피아노 연주를 비롯한 두 배우의 열연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첫 1, 2회를 접했을 때는, 영화 '봄날은 간다'가 떠올랐다. 김희애와 유아인이 맡은 '오혜원'과 '이선재'가, 흡사 '은수'와 '상우'의 모습과 닮아있다고 생각되어서였다.

과거에 어떤 사랑을 경험해 왔고, 그런 사랑에, 또 쉽지 않은 이 사회에 찌들어 상처받고 퇴색되고 지친 여자와, 아직 너무도 순수한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가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채 숨기지 못하고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너무 좋아하면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대해 생각했었다. 주인공인 '선재'는 뜨겁고 저돌적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혜원'의 마음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던 드라마의 초반부에 그런 그의 모습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혜원'에게나 그 둘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나. 그 불편함은 실은 '설렘'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것,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면 놓아야 할 것이 너무 많은 '혜원'에게 상대의 이런 열띈 감정은 분명 반갑기만 한 것일 수 없었고, 순간의 뜨거움만으로 사랑이 유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유지되는 것이 올바르다고 여겨질 수도 없는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 이성적인 끈을 놓지 않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이 드라마를 관찰하며, 어쩌면 이것은 누군가가 기대했을, 불륜을 소재로 한 뻔한드라마와 다르고, 이전에 우리가 보았던 어떤 사랑 이야기와도 다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남들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지만, 지금 우리에게 지극히 '남'인 이들의 모습에, 나를 감정 이입하지 않으면서도 그 캐릭터 자체에 마음이 가고 이해되는 것은, 그만큼 이 드라마가 흡인력과 호소력이 있는 작품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렇게 처음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 '밀회'는, 그저 연상의 여인과 스무 살 소년의 애끓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불혹이 되어서야 겨우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한 '소녀'의 이야기였다. 지극히 우아한 한 성인의 모습으로, 자신이 갖고 싶었던 것들을 손에 넣은 채로, 얼핏 우아해 보이는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칭하는 '혜원'은 실은 온전히 자신으로 살아본 적 없는 껍데기일 뿐이고, 한번도 정말 삶 같은 삶을 살아본 적 없다.

 

   
 

이 드라마는 그렇게 실은 채 자라지 못한, 젊음과 사랑을 꽃피워야 했을 시기에 첫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마흔을 맞은 '소녀'인 그녀와 스무 살 '소년'인 그의 첫사랑 이야기인도 모르겠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인정하는 '연애불구자'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일과 성공에 치우쳐, 일과 사랑 자신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점차 기울어져 가는 '혜원'이, 완전히 침몰되고 자신을 잃어버리기 전 잡을 수 있었던 존재. 처음 이 둘이 서로를 향한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하던 순간, 누추한 '선재'의 집안 곳곳을 비추던 그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게 되고, 그 이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 드라마를 바라보게 되었던 것은, '선재'가 '실은 겉으로만 강해 보이던 이 여인이 소녀였다'는 걸 알아봐 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사회화된 모습으로 스스로의 자리를 지키려, 또 자신을 방어하려 내보이는 모습이 아닌, 정말 한 '여자'로 그녀를 바라보는 유일한 남자였다.

그 어떤 사랑을 하는 두 사람보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따뜻하고 마음이 놓이는 집이 되고, 또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 주는 이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진심을 꺼내어 '선재'에게 이야기하고 세상에 인정받지 못할 자신의 감정을 감히 '사랑'이라 이름 붙이지도 못한 채, 세상의 더러운 것은 모두 내가 감당할 테니 너는 너를 지키라고 말하는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얼까.

어떤 이와 만나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예고하고 시작되는 사랑은 없다. 좋은 사람을 고르는 선안을 지닌다면 좋겠지만, 내가 사랑하게 되어버린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사랑해도 좋을 만한 사람인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사회의 눈으로 볼 때, 사랑해서 안될 이를 사랑하기 시작해 버린 이들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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