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일(월) 오전 7시 50분 KBS1TV 방송

사진=KBS

[문화뉴스 MHN 김종민 기자] 11월 2일에 KBS1TV에서 방송하는 ‘인간극장’에서는 부안에서 상경해 다시 고향으로 귀어한 어부 이봉국(35) 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전하는 삶이 아름다운 것은 모두가 알지만 정작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두렵고 어려운 일. 2017년 귀어한 이봉국 씨도 처음엔 그랬다. 전라북도 부안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교 1, 2등을 도맡아 하던 우등생. 서울의 대학에 합격했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앞날이 마냥 푸르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졸업 후 취업해 받은 빠듯한 월급으로는 미래를 설계하기는커녕, 현재의 삶을 꾸리기도 벅찼다.

고민 끝에 고향으로 내려와 어부가 되기로 한 봉국 씨. 가장 기막혀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본인도 바다에서 평생을 보냈는데, 서울로 유학 보낸 아들이 또 그 일을 하겠다니. 하지만 봉국 씨는 포기하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격포항에서 가장 젊은 ‘신세대 어부’가 됐다. 나이뿐인가. 인터넷을 통한 직접 판매로 중간 유통과정에서의 경비를 줄이고 신선한 수산물을 가공해서 판매할 계획도 세우는 등 봉국 씨는 그동안 어부들이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학교 우등생이 사회 우등생이 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봉국 씨는 학교 우등생에서 바다 우등생이 됐다. 선입견에 맞서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개척해 모두가 잘살 수 있는 어촌을 만들고 싶다는 삶의 자세가 그를 진정한 ‘우등생’으로 만든 것이다.

바닷일도 우등생답게, 고정관념과 한계를 깨고 도전하는 삶을 실천하는 봉국 씨의 일상을 인간극장이 함께한다.

# 우등생이 돌아왔다!

전라북도 부안의 격포항, 가을 꽃게 철을 맞아 분주히 조업을 준비하는 배들 사이 까맣게 얼굴이 그을린 젊은이가 눈에 띈다. 2017년에 귀어한 이봉국(35) 씨는 어엿한 선장, 새벽부터 이어진 조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날 잡은 꽃게를 택배로 보내기 위해 서둘러 움직인다.

사실, 봉국 씨는 20년 가까이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부안 사람’, 학창 시절에는 1, 2등을 도맡아 할 정도로 동네의 수재였단다. 그가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교 앞 드넓은 사거리에는 현수막까지 펄럭이며 그의 서울행을 축하했다. 그렇게 봉국 씨, 인서울을 시작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아내와 갓 100일이 지난 아들을 데리고 돌연 부안으로 돌아왔다! 우등생의 유턴, 무슨 일인 걸까?

# 내 모범답안은 내가 만든다

쉽지 않은 타지생활이었지만, 봉국 씨는 그때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던 ‘성공한’ 인생을 위한 로드맵을 떠올렸다.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그래서 바늘구멍처럼 좁은 취업 문도 통과하고, 아내 정세연(35) 씨를 만나 결혼해, 첫째 아들 휘민(4)도 품에 안았다.

그런데 가장이 된 봉국 씨, 아이가 태어난 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이가 크면 집도 마련해야 하고 교육비도 자꾸 들어갈 텐데, 간호조무사를 하는 아내와 엘리베이터 회사에 다니는 자신의 수입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봉국 씨는 지금껏 자신이 믿어온 모범답안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어부였던 아버지와 바다에서 그 일을 도왔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그는 인생의 행로를 과감히 바꾸었다. 목적지는 고향인 전북 부안이었다.

# 바닷일도 우등생처럼

부모님이 바닷일을 했지만, 봉국 씨는 바다에 한 번 나가본 적 없었다. 막 귀어해 나이 서른이 넘은 그에게 바다는 다른 세상이었다. 적응하기부터 쉽지 않았다. 텃세도 이겨내야 했고, 바다에서 뱃멀미를 참으며 일해야 하고,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외국인 일꾼들과 소통하고…. 어느 하나 순탄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봉국 씨는 바다가 점차 익숙해지자 우등생답게 ‘나만의 방법’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남들이 많이 가는 지점보다는 먼 바다로 나가서 새로운 지점을 개척하고, 어구의 색깔, 크기를 바꿔가면서 수확량에 차이가 있는지 실험하고, 바쁜 일정에 더해 인터넷 쇼핑몰까지 운영하며 직접 유통까지…. 조업 5년 차지만, 빠른 실행력과 다양한 아이디어로 격포항에선 이미 ‘꽃게 많이 잡는 배’로 소문난 휘민 호. 그만큼 시기, 질투도 많아 그물을 도둑질당하거나 찢기는 일도 부지기수다. 많으면 몇백만 원어치의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봉국 씨는 당장 눈앞의 손해에 연연하기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활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버려지는 해산물을 가공해 중간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유통까지 하게 된다면 비단 그뿐만 아니라 많은 어민이 수혜를 입게 될 것. 새로운 목표가 생긴 봉국 씨의 하루하루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으로 가득하다.

남들이 보기엔 무모한 선택일지라도, 끊임없이 부딪히며 끝내 자신을 증명해내는 봉국 씨의 삶을 통해 진정한 도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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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30대에 귀어, 바다 우등생 봉 선장

2020년 11월 2일(월) 오전 7시 50분 KBS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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