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컬러 사진, 맥스웰에 의해 시도... 실제 물체의 색상 담기 어려워
리프만, 간섭 현상을 이용한 컬러 필름 발명... 1908년 노벨 물리학상

출처: 픽사베이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가족사진과 같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소에 번거롭게 필름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지는 않는다. 필름을 통해 인화한 사진은 어린 시절을 간직한 사진 앨범에서나 남아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필름을 이용한 사진기를 사용하였었다. 작은 원통에 두루마리 휴지처럼 필름이 감겨있어 사진기로 사진을 찍으면 필름에 사진이 남는다. 이 필름을 가지고 사진관에 가져가 인화하면 작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젠 기억 속으로 잊혀 가는 필름 사진이지만 놀랍게도 이 필름에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피와 땀이 어려있다. 19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던 주제인 컬러 사진 필름의 발명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출처: 픽사베이

과거 필름 사진을 찍어본 사람은 필름 통의 뚜껑을 열어서 외부의 빛과 접촉시키면 필름이 못쓰게 되는 것을 알 것이다. 여러 매체에서 필름을 인화하는 곳은 어둡고 음침한 곳으로 묘사가 되는데 이는 필름이 빛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필름에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은이나 수은과 같은 물질이 발라져있다. 감광제라고도 불리는데 빛에 닿으면 색상에 변화가 일어난다. 감광제의 종류에 따라 더 밝아지는 물질도 있고 어두워지는 물질도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색의 명암이 바뀐다는 점이다.

최초의 사진기는 렌즈를 이용해 원하고자 하는 피사체의 빛을 모아 감광판에 쏘아주어 명암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래서 최초의 사진은 흑백 사진이었다. 감광 물질의 성질만 이용하였기 때문에 명암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에 대해 "한순간에 영원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진의 매력 때문이었는지 사람들은 더 효율적이고 선명한 사진을 찍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9세기 초반에는 한 번 찍는 데 수시간이 걸렸지만 중반만 되어도 수십 초가량으로 줄어든다.

출처: 위키피디아
맥스웰이 촬영한 최초의 컬러 사진

19세기는 과학적으로도 사진의 발달에 영향을 많이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엔 전자기 현상이 물리학의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 제임스 맥스웰이 맥스웰 방정식을 통해 전자기 현상을 통합하여 기술하였던 시기가 19세기 중반이었다.

맥스웰 방정식의 놀라운 결과 중 하나는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을 이용하여 빛의 여러 성질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맥스웰은 컬러 사진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사실 맥스웰이 컬러 사진에 대한 이론을 세우기 10년 전에 에드몽 베퀴렐이 컬러 사진을 찍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 기술로는 컬러 사진을 보존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당시의 감광판은 명암만 표현할 수 있었고 빨강, 파랑, 초록 3원색에 대한 감도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빛의 3원색은 맥스웰 이전 시대의 물리학자인 헤르만 폰 헬름홀츠와 토마스 영에 의해 제안된 이론이었다. 이들의 이론에 의하면 빨강, 파랑, 초록을 섞어서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으며 이들을 모두 섞으면 백색이 된다.

출처: 픽사베이

맥스웰은 이 이론을 받아들여 빨강, 파랑, 녹색의 필터를 이용해 각각 사진을 찍은 뒤 해당 필름들을 섞어서 세계 최초로 보존되는 컬러 사진을 찍는데 성공한다. 각각의 색상의 필터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으면 그 색으로 명암이 나타나는 3개의 필름이 생기고 이를 하나로 겹쳐버리면 명암 차이들이 섞여서 모든 색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필름의 색에 의존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였다. 색상표를 보면 빨간색도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어두운 빨강과 밝은 빨강으로 비교를 해본다고 생각해보면 어두운 빨강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어두운 빨강을 기준으로 밝고 어두움이 나뉘고 밝은 빨강으로 찍으면 밝은 빨간색을 기준으로 명암이 나뉜다. 즉 이렇게 색을 입히면 실제 물체의 색이 찍히지 않는다.

그러나 필름에 따라 다른 색상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주제였다. 왜냐하면 비추는 빛에 따라 감광판에 원하는 색을 입힐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1868년 빌헬름 젠커와 윌리엄 레일리는 이 현상에 대해 물리학적인 해석을 제시했다.

출처: 픽사베이

서로 다른 두 파동이 만나면 간섭 현상을 일으키는데 만약 서로 진행 방향이 반대고 같은 진동수를 가지는 파동이 만난다면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파동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정상파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현상으로 기타줄이 있는데 기타는 줄의 진동이 정상파를 이룰 경우 소리가 크게 나는 것을 이용한 악기이다.

양 끝이 고정된 줄의 경우 파동의 파장의 절반이 정확하게 줄이 고정된 길이와 동일한 진동만 하게 된다. 이 경우가 정상파 진동인데 만약 다른 진동수로 진동을 가하면 마찰 등으로 에너지를 잃어버리고 안정된 정상파 진동을 하려고 한다. 즉 정상파 상태는 갇힌 파동에게 가장 안정적인 상태로 볼 수 있다.

갑자기 정상파를 설명하는 이유는 감광판에 들어간 빛이 정상파를 이룰 때 감광판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젠커와 레일리가 제안했던 설명에는 염화은이 정상파와 반응을 일으켜 은입자를 형성하고 새로 형성된 은층에서 반사된 빛과 입사한 빛이 반응을 일으켜 색상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하였다.

출처: 노벨 재단, 가브리엘 리프만

이렇게 컬러 사진에 대한 실마리가 제시된 것이다. 적당한 소재의 감광판만 있다면 필터 없이 감광판의 화학 작용과 빛의 간섭만 가지고 색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론이 제시된 것이다. 남은 과제는 절묘하게 3원색을 만들어내는 감광 물질만 만들면 된다.

1891년 헬름홀츠의 제자였던 물리학자 가브리엘 리프만이 사진계의 성배를 찾는데 성공하였다. 리프만은 유리판에 젤라틴 혼탁액, 질화은, 브롬화 나트륨 등의 물질로 이루어진 감광층을 바른 뒤 여기에 수은을 덧발라 세상이 원하던 감광판을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빛이 이 감광판으로 들어가게 되면 유리와 감광 물질을 통과한 뒤 수은에서 반사되어 나온다. 이때 반사광과 입사광이 정상파를 이루는 경우 은과 반응을 일으키며 파장, 다시 말해 찍고자 하는 물체의 색에 따라 젤라틴 속의 은의 함유량이 달라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름에 백색광을 가하면 간섭 효과에 의해 사진으로 찍은 물체의 색이 그대로 나타난다. 안료에 의존하지 않고 물체의 있는 그대로의 색을 담는데 성공한 것이고 리프만은 이 업적으로 19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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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과학] 흑백에서 컬러로... 빛으로 마법을 부려라 1908 노벨 물리학상: 컬러 사진

최초의 컬러 사진, 맥스웰에 의해 시도... 실제 물체의 색상 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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