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22 '로건'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지난 28일, 우리의 '울버린'으로 기억되고 있는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시리즈' 영화인 '로건'이 개봉했다. 국내에서 제법 흥행을 거두고 있다(9일 기준으로 13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했다). '영알못' 석재현 기자와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평을 남겼는가?

'엑스맨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인 '로건'을 본 소감이 어땠는지 알려달라.
ㄴ양미르 기자(이하 양) : 최근 슈퍼 히어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눈물이 또르르 날 뻔했던 순간이 있었나 싶었다.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연기라는 점이라기보다, 비장미와 숭고미가 넘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기도 묘하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첫 시작을 끊은 슈퍼 히어로 영화였다. 애초에 다양성과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엑스맨' 시리즈였는데, 이 작품은 역대 '엑스맨'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물론 R등급으로 변화한 '울버린'의 화려한 액션 역시 멋있었다.

석재현 기자(이하 석) : 20년 가까이 '엑스맨' 실사판 영화에 한 번도 빠진 적 없이 '울버린'을 맡아 연기를 해 온 휴 잭맨에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리스펙트). 이를 제쳐두고 '로건'에 대한 감상평을 밝히자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로건'을 보고 나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양미르 기자 또한 극찬하고 있는데, '울버린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인 '로건'을 보고나서 이게 왜 좋은 영화인지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감성이 메말라 버린 건지, '로건'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던 영화를 예전부터 많이 봐서 그런건지…

신기하다. 두 사람이 이렇게 엇갈린 의견이 나왔던 건 '너의 이름은.' 이후로 실로 오랜만이다. '로건'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좀 더 자세하게 듣고 싶다.
ㄴ석 : 일단 '로건' 이전 편이었던 '엑스맨 : 울버린의 탄생', '더 울버린' 이야기를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두 편의 영화가 나의 '울버린'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1편에서 기존 '엑스맨' 설정을 모조리 파괴하면서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버렸고, 2편은 필요성 못느끼는 로맨스와 흥미없는 지지부진한 전개로 내가 알던 '울버린'은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로건' 감독인 제임스 맨골드가 '더 울버린' 감독이었다). 이렇게 망쳐놓고, 이제서야 "'로건', 당신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식으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식으로 아름답게 마무리 지으니, 이전에 망쳐버린 전 편들이 떠올라서 너무나도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다.

크게 감흥이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로건'같은 비슷한 장르를 너무 많이 봐왔던 면도 사실 없지 않아 있다. 이미 퇴물이 되었는데도 소녀를 구하러 간다는 설정을 이미 '레옹'에서 보았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영웅의 어둡거나 약한 면을 비춘 건,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충분히 보았다. 이전 영화들에서 써왔던 연출 방식을 그대로 가져다 '로건'에 적용하니,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아서 별 감동을 못 느꼈다. 오히려 최근에 종영했던 드라마 '찬란하고 쓸쓸하신-도깨비'가 더 가슴에 와닿았다. 인물을 처절하게 만들어 누군가를 구한다는 패턴이 결코 좋은 영화라는 공식이 아닌데, '로건'은 이 공식을 따라 좋은 영화인 척 하는 것 같다.

   
 

양 : 정치적이라는 말을 한 이유는 먼저 선악 구조가 상당히 명확한 '엑스맨' 작품이었기 때문이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등장하는 '매그니토'를 보더라도 선한 면이 있던 그가 왜 악의 세계로 빠지게 되었는지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도널드 피어스'는 시종일관 '로건'과 '로라'를 쫓아다니는 악역이다. 물론, 이 작품의 악역은 오리지널 캐릭터이지만 그 이름 또한 어디서 많이 들은 이름이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는 현재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을 장벽으로 쌓겠다고 엄포 중이다. 이 작품은 '엑스맨'을 껍데기로 한 '난민'들의 여정이 주 소재다. 멕시코에서, 캐나다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는 '엑스맨'들을 유심히 보라. 백인 남성 캐릭터를 본 적이 있는가? 기존에 있던 '로건', '찰스 자비에'가 백인 남성이었던 것에 비해 뉴 제너레이션 '엑스맨'들은 '로라'부터 시작해 유색 인종이 대부분이다. 이 역시 주목할 포인트다. 여기에 GMO(유전자 변형 생물)가 함유됐다는 의심을 받는 한 시리얼 제품을 먹는 '로라'와 GMO로 인해 돌연변이들의 힘이 사라졌다는 작품의 설정 역시 인상적이다. 끝으로, 작품의 시기는 '자동 주행 시스템'이 본격화된 상태다. 대형 트럭은 사람이 무단 횡단을 하더라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클랙슨만 울리고 지나간다. '자동 주행 시스템'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장면이었다. 이렇듯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도 놓치지 않았다.

   
 

'로건'에서 눈여겨 볼만한 또 다른 포인트는 있던가?
ㄴ양 : 휴 잭맨 뿐 아니라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를 연기한 패트릭 스튜어트 역시 이번 작품을 끝으로 '엑스맨 시리즈'에서 볼 수 없다. 그는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와 이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엑스맨' 1편에서 '매그니토' 역의 이안 맥켈런과 함께 체스를 두는 장면 등 시리즈에서 활약한 그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갔다. 여기에 떠나간 캐릭터들이 있다면,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하는 법. 그들의 활약이 새로운 영화로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석 : 이번에 '로라(혹은 X-23)'로 출연한 아역배우 다프네 킨의 충격적인 데뷔를 잊을 수 없다. 사실상 첫 영화이며 촬영당시 나이가 극중 '로라'의 나이처럼 만 11세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성인 배우들을 능가하는 잔인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였다. 마치 '킥애스'에서 미친 존재감을 뽐내면서 유명세를 탔던 '힛걸' 클로이 모레츠가 떠올랐다. 앞으로도 '로라' 역할을 다프네 킨이 맡을 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녀가 계속 출연한다면 다프네 킨의 '엑스맨'도 제법 볼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건'에 대해 정리를 해본다면?
석 : ★★★ / '로건' 별로, 많은 이들의 별로. 하지만 너무나 낯익은 설정이라 별로.
양 : ★★★★ / 영리한 트릴로지의 마무리이자 출발점.

 

 

석재현 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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