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곰배령 사람들 늦가을에 만나다... 잣죽, 고등어 뭇국, 감자옹심이, 냉이무침
  • 권성준 기자
  • 승인 2020.11.19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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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청정 곳간, 부족함이 없어라
곰배령 넘어 장터를 오가던 추억
우리가 다시 곰배령으로 돌아온 이유
곰배령을 닮으며 살아가기를...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하고 자리 잡은 점봉산. 해발 1,164m에 오르면, 곰이 하늘을 보고 누운듯한 모양의 곰배령이 펼쳐진다.

봄부터 가을이면 야생화와 초록이 물드는 풍요로운 자연을 품은 원시의 숲 곰배령은 과거 콩과 팥을이고 고개를 넘어 양양장을 가던 길이었고 공을 차며 뛰어놀던 삶의 공간이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꽃과 단풍은 졌지만, 1년 내내 지지 않고 곰배령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산을 닮은 사람들이 전하는 넉넉한 한 상을 만나본다.

▶ 하늘 아래 청정 곳간, 부족함이 없어라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강선마을은 곰배령에 사람이 사는 마을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 지어룡 씨는 23년 전 강선마을로 내려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계곡이 흐르는 산자락 아래 자리 잡은 지어룡 씨의 집은 아들의 고향이자 가족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다. 학업 때문에 떨어져 지낸다는 아들이 오랜만에 고향으로 찾아왔다. 

아들과 함께 지었던 집에 흙을 발라 빈틈을 메워 겨울을 준비하는 부자는 산에서 살아가려면 더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지어룡 씨에게 곰배령은 그저 풍경이 아름다운 곳만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집 뒷마당에 떨어진 잣 몇 개를 주워 아들이 좋아하는 잣죽을 한 그릇 끓여내고 집 주변에 흔하게 자라는 당귀를 캐서 수제비도 한 그릇 끓여낸다. 겨울에 말려둔 황태를 불에 구워 아들과 별미도 나눈다. 

지어룡씨는 곰배령에 살며 숲이 주는 것이 마냥 좋다고 한다. 아들이 숲을 닮아 배려 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아들의 영원한 고향 곰배령에서 인생 참 맛을 맛본다.  

▶ 곰배령 넘어 장터를 오가던 추억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계절마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는 천상의 화원 곰배령이지만 옛날에는 산비탈을 일궈 당귀 농사와 콩, 팥 농사를 짓고, 농사지은 것들을 짊어지고 장터를 다니던 고단한 삶의 고개였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조대원, 허순근 어르신 부부는 여전히 노부부는 당귀를 덕장에 말리고 땅을 파서 농사지은 감자와 무를 보관하며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잘 말린 당귀에 닭 한 마리 넣어 끓이며 지나간 추억을 회상한다. 콩과 팥, 그리고 당귀를 지게 가득 짊어지고 장터로 나섰던 조대원 어르신은 며칠을 거쳐 장에 도착해 가져간 물건을 다 팔고 아이들을 위해 고등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넉넉하지 못한 고등어에 물을 가득 붓고 끓였다는 고등어 뭇국은 아버지의 고된 삶을 보여준다.

봄이 오면 얼레지 나물을 시작으로 곰배령에 나물 뜯으러 갔다는 아내 허순근 씨도 추웠던 곰배령의 기억을 떠올린다. 소 100마리가 고개를 넘어 우시장에 가는 날에는 북적북적했다는 곰배령, 이제는 사라져버린 곰배령의 옛 추억이 담긴 노부부의 밥상을 만나본다. 

▶ 우리가 다시 곰배령으로 돌아온 이유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귀둔리 오작골에서 나고 자란 박병우, 박순덕 부부는 옆집 살던 오빠, 동생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박병우 씨는 찬 서리가 내리니 마음이 바쁘다. 배추가 얼기 전에 수확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귀둔리는 겨울이 길고 봄이 늦어 늦은 봄에 심어둔 감자 위에 배추와 무를 심어 곰배령식 이모작을 하고 있다. 

부지런히 수확해서 김장을 마쳐야 한다. 김장한다는 소식에 딸들과 사위까지 모였다. 박순덕 씨는 김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사위들에게 곰배령의 손맛을 보여주려 나섰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가을까지 오래 여물어 알이 굵고 맛이 좋은 감자로 감자옹심이를 끓여내고 겨우내 얼려 삭혀두었다가 만들어 둔 전분으로 언 감자떡 구이도 만든다. 쫀득한 감자 맛이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날이 추워지면 처마에 높이 매달아 두었던 양미리 숯불에 굽고 김치를 넣어 조림을 만들면 귀둔리식 별미가 완성된다. 사위들에게 곰배령 손맛 제대로 보여주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김장을 시작한다.

옛날부터 김장할 때면 마른 오징어를 똑똑 썰어 넣고 속을 채우시던 시어머니의 비법을 담아 마른 오징어김치도 담으니 겨울 김장이 알차게 끝이 난다. 돌아온 곰배령에서 욕심 없이 남은 인생 재밌게 살고 싶다는 박순덕 씨는 서로 알콩달콩 지내며 고향에서 3번째 겨울을 맞는 부부의 따뜻한 밥상을 만난다. 

▶ 곰배령을 닮으며 살아가기를...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1년의 절반이 겨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설피 마을의 겨울은 길고 춥다. 겨울이 다가오면 집마다 가마솥에 다래 넝쿨을 넣고 삶아 설피 만드느라 마을 사람들은 분주했다. 눈이 가득 오면 설피를 신고 길을 내기도 하고 사냥을 나서기도 했다는 설피 마을 사람들이지만 이제는 길도 좋아지고 예전처럼 눈도 많이 오지 않는다. 

옛날을 기억하는 원주민들보다 외지에서 와 정착한 귀촌인들이 더 많아지는 요즘 곰배령의 탐방로가 40일간 통제되면 마을 사람들은 바쁜 일상을 마무리하고 이웃들과 오순도순 모이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다. 원주민들에게 설피 만드는 법도 배우고 지난날 끓여 먹었다는 돼지뼈 국도 만들며 잊혀가는 설피 마을의 옛 추억을 나눈다.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출처: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설피 마을로 귀촌하니 자급자족하는 삶을 즐기게 되었다는 사람들은 밭에 나가 늦가을 냉이를 수확해 가을 냉이도 무쳐내고 도토리가루로 배추전도 부치며 곰배령에 와서 터득한 단순하고 소박한 조리법을 선보인다. 

다 같이 모여 김치만두를 빚는 설피 마을 사람들은 살아온 지역과 내력이 다르니 빚어낸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곰배령처럼 넉넉하게 서로를 받아주며 살아가는 설피 마을 사람들의 겨울맞이 밥상을 만난다.

한편 '한국인의 밥상'은 2020년 19일 목요일 저녁 7시 40분 KBS1TV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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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곰배령 사람들 늦가을에 만나다... 잣죽, 고등어 뭇국, 감자옹심이, 냉이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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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준 기자 |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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