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김보라 감독, "여명 속에서 서서히 커져나가는 작은 빛 같은 영화"
이동진 평론가, "주저하지 않는 셀린 시아마 영화의 힘"

[문화뉴스 MHN 정예원 기자] '걸후드'가 지난 18일 CGV압구정에서 '일간 이슬아','부지런한 사랑'의 이슬아 작가, 씨네21 김혜리 기자와 함께 진행된 시네마톡 GV를 매진에 가까운 관객들을 모객하며 폭발적인 반응 속에 성황리 마무리했다. 영화 '걸후드'는 집, 학교, 어디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던 마리엠이 운명처럼 세 친구를 만나 반짝이는 자신을 찾아 나서는 찬란한 성장담을 담은 작품.

사진 = '걸후드' 포스터

'걸후드'의 셀린 시아마 감독은 '워터 릴리스'를 시작으로 '톰보이'에 이어 '걸후드'까지 여성의 정체성과 욕망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감독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경쟁했던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제72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셀린 시아마는 국내에서도 단단한 팬층을 형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이전 작품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관심과 정식 개봉 기원 끝에 5월 '톰보이', 8월 '워터 릴리스'에 이어 11월 '걸후드'까지 무려 4편의 영화가 개봉하며, 한국에서 인기 있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걸후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익숙한 자화상을 그렸다. 이 작품은 내가 쓰고 연출하는 마지막 성장 이야기가 될 것이다”라며 이번 작품이 셀린 시아마 성장 유니버스의 마침표가 될 것임을 알렸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섬세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낸 동시대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 이야기 '걸후드'는 또 한 번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GV에서 이슬아 작가는 영화 속 주인공 마리엠에 대해 “마리엠을 보며 나의 10대 시절을 떠올렸다. 마리엠은 미식축구가 끝나고 집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고 표정도 어두워지지만 나는 반대였다. 집으로 갈수록 시끄러워지는 아이였다”라고 오프닝에 대해 언급했다. 김혜리 기자는 “권력관계에 있어 소녀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사운드 조절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영화로 이야기하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감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은 이슬아 작가의 책 속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육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김혜리 기자는 “이슬아 작가의 글을 읽으면 육체성이 많이 느껴져서 좋다. '걸후드'에서도 소녀의 성장에 있어 신체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가 드러난다”라고 주인공의 변화하는 외모와 옷차림에 대해 언급했다. 이슬아 작가는 “걸후드는 육체 감각이 짜릿하게 느껴지는 영화인 것 같다. 여자아이들끼리 싸우는 장면은 살벌해서 무서우면서도 사실은 엄청 짜릿했다”라며 “실제로 10대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할 때도 그들의 몸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몸을 꾸미거나 안 꾸미는 것이 즐거운 유희가 되는 장면을 많이 목격하기 때문이다”라고 공감을 표했다. 또한 김혜리 기자는 “문학이 인간성의 탐구라면 영화는 인물이 살고 있는 시간의 성질을 탐구하는 것 같다. 시간의 속성이 무엇인지 말하는 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영화는 10대의 시간이 어떤 속도로 흐르는지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걸후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장면 중 하나인 리한나의 ‘다이아몬드’가 삽입된 장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슬아 기자는 “춤을 추는 장면이 정말 매혹적이다. 셀린 시아마 영화는 늘 피부 결을 잘 표현한다고 느낀다. 영화의 빛이 피부에 어떻게 닿는지 보는 것이 황홀했다”라고 감상을 전했고, 김혜리 기자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도 중요했던 ‘시선’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카메라가 그들을 보는 시선이 섹슈얼함이 아니라 강력한 친밀감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픈 카톡방을 통해 진행된 관객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슬아 작가는 특히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들의 우정이 아름답지만 치사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게 좋다. 나의 우정에도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우정을 언제나 성숙하거나 멋있기만 한 자매애로 포장하는 게 아니라 유치한 모습도 보여준다”라고 ‘팀 걸후드’의 다툼을 예시로 들었다. 덧붙여 일탈 행동에 대해서 김혜리 기자는 “영화 속에서 여성에게 다양한 모습이 허락될 때 그것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왜곡되지 않는 젠더상을 가질 수 있다. 마리엠이 비록 바람직한 행동만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들에 대해 연출자는 전혀 판단을 내리지 않는 점이 좋다. 셀린 시아마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있고 여성과 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고하고 단단한 감독이다”라고 말하며 셀린 시아마 감독의 연출을 극찬했다.

두 사람은 영화가 끝나고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에 대한 감상을 나눴다. “마리엠이 자꾸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결연한 옆모습이 근사하다고 느꼈다”라고 감상을 전했고, 김혜리 기자는 “엔딩은 마리엠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관객들과 같이 경험하게 한 것이다. 과하게 많은 것을 단언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에 대한 신뢰를 지키고 앞질러가지 않는 그런 숏이다”라고 호평을 보냈다.

끝으로 이슬아 작가는 “좋은 영화를 좋아하는 기자님과 이야기해서 좋았다. 관객분들의 따뜻한 눈길도 감사하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GV는 궂은 날씨에도 매진에 가까운 관객들이 몰려 끝나고 싸인회가 벌어지는 등 영화와 게스트의 완벽 조합으로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는 26일에는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이민경 작가와의 앵콜 GV가 열릴 예정이다. 개봉 7일차 1만 관객을 돌파한 '걸후드'는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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