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어둠 속으로'. 시즌 2 제작 확정
햇빛에 닿는 순간 죽는다! 살기 위해 서쪽으로 날아가는 사람들
절대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없다.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만 있을 뿐

[문화뉴스 MHN 정예원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어둠 속으로'는 'The Old Axolotl'라는 폴란드 SF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포칼립스와 스릴러 장르의 6부작 벨기에 드라마다.

'어둠 속으로'는 6회차 동안 대부분 비행기 안이라는 한정된 배경에서 전개된다. 공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극을 이끌어 가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저예산 드라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태양빛에 닿으면 죽는다는 극한의 인류 종말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죽음을 부르는 태양 광선을 피하려면 밤 시간대의 지역으로 달아나야 한다. 

사진 = 넷플릭스

드라마는 태양에 닿으면 죽는다는 기밀을 NATO 회의에서 들었다는 이탈리아 군인 테렌치오가 비행기로 쳐들어오면서 시작한다. 그는 총을 무기로 당장 출발하라고 비행기 안 사람들을 협박한다. 납치되다시피 비행기는 출발한다. 탑승이 막 시작된 무렵의 비행기라 비행기 안에는 승객이 몇 명 타고 있지 않다. 열 명 남짓의 소수의 승객과 정비공, 스튜어디스, 부기장이 탄 비행기가 출발한다. 비행기 안 사람들은 테렌치오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테렌치오가 말하는 절망적인 현실이 실제 상황으로 밝혀진다. 

해가 뜨지 않는 서쪽으로 어둠을 향해 계속 비행한다. 중간중간 공항을 거치며 부족한 연료와 식량을 비축한다. 

드라마 에피소드 6개의 제목은 한 편마다 등장인물들 이름을 따왔다. 에피소드 제목이 되는 등장인물의 서사로 도입부가 펼쳐진다. 살아남은 비행기 인물들의 개별적 삶을 보여준다. 비행기에 타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고, 누구를 사랑했는지를 짧막하게 중간중간 보여준다. 비행기 안에 가족과 함께 탄 이는 불치병을 앓는 소년 도미니크와 엄마뿐이다. 이는 현실성을 더 한다. 종말과 죽음은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행운을 누릴 사람은 극소수라는 걸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사랑하는 이들을 구하러 가거나 마지막 인사를 나눌 새도 없이, 오직 탈출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JP Saxe의 'If The World was Ending'이라는 노래가 떠올랐다. 세상이 끝나가는 상황에 대한 노래 가사와 드라마가 잘 어울렸다. 하지만 드라마는 감미로운 노래에 비해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비행기에 타서 생존한 등장인물들은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지게 된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죽고 못 살던 연인을, 부인을, 배 속의 아이를 떠올리지만, 소용없다. 얼마 남지 않은 인류인 자신과 비행기에 우연히 함께 탄 동료들과 살아 남기 위해 본능적인 비행의 여정을 보낼 뿐이다. 

사진 = 넷플릭스

비행기에 탄 사람들을 목숨을 건 비행을 한다. 드라마는 철저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그리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입체적인 인물들을 그려낸다.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을 때, 이타심과 이기심을 가르는 건 순간의 사소한 선택이라는 걸 은근하게 보여준다. 범죄를 저질렀던 인물이 아이를 가장 따뜻하게 대하기도 하고, 정의로운 체 굴던 인물이 비열한 거짓말로 최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드라마는 다양한 인종, 국적, 종교의 군상을 보여준다. 특히 이탈리아 출신 군인 테렌치오와 터키 출신 아야즈는 드라마가 전개되는 내내 대립한다. 특히 후반부에서 일어나는 둘 사이의 싸움은 극의 반전미를 더하고 결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비행기 추락 위기 상황마다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하는 천주교 신자 리크와 알라신을 찾는 이슬람교 신자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드라마는 아포칼립스 스릴러라는 장르답게 긴장감을 유지한다. 비행기 연료가 떨어진다든지, 등장인물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든지, 범죄자들을 만난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협력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비현실적으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실비가 문제 상황에서 사람들을 종종 구하고,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이다 역할을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실비를 절대적인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실비도 그저 한 명의 시민이지만, 삶에 대한 미련이 적기 때문에 되려 가장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어둠 속으로'는 삶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테렌치오는 과연 자신이 줄곧 주장하는 대로 승객들의 구출자인지, 비행기 납치범인지. 에메랄드를 몸에 숨겨 반출할 것을 사주해 결국 사람을 죽게 한 아야즈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다음 공항에서 만난 세 명의 범죄자를 과거 죄를 이유로 비행기에서 낙오시키는 것은 옳은 일인지. 쉽게 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을 던지기에 매력적이다. 

사진 = 넷플릭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낙오된다. 빠른 판단, 위기 대처능력, 협동심만이 이들을 최후의 인류로 살아남게 한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이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적인 절차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총을 겨누며 협박을 하고 명령을 내리던 테렌치오의 무기를 설득을 통해 반납시키고, 투표를 통해 다수결의 원칙으로 목적지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낙오를 결정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대게 민주적이고 이타적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한국판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 '부산행'과 대비되며 신선하게 느껴졌다.

시즌제로 제작된 드라마이기 때문이겠지만, 시즌 1이 아쉽게 끝난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려고 할 무렵 끝나버린다. 시즌 2를 기다리게 만드는 장치가 되기도 하지만, 시즌 1을 달려온 데에 대한 허무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곳곳에 다음 시즌을 위한 수수께끼가 아직 남아있다. 드라마는 시즌이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어느 국가로 가는지, 살아남은 사람들을 만나는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는지에 따라 이야기가 계속 확장될 수 있다.

한편, 넷플릭스는 지난 7월 시즌2 제작을 확정하고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어둠 속으로'는 최고의 명작이라고는 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신선한 소재와 빠른 전개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게다가 한 편당 약 40분의 6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주행하는 데 4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코로나 시대에 멀어져 버린 '비행기'라는 공간이 그립다면, 이번 주말 저녁 '어둠 속으로'를 정주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