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주현준] 2020년 9월 18일 부터 11월 12일까지 (11월 18일까지 전시연장) 환기 미술관의 특별 기획전 Prix Whanki가 개최되었다. 프리 환기 전시는 환기 재단의 설립과 함께 제정되어 세계 각 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후원하고, 동시대 작가들에게 열린 문화 예술의 장을 마련하는 전시 후원 사업이다.

 

올해는 한광우 작가의 <108.38m² X 5.48m 공간의 거인> 의 전시계획이 선정되어 두 달 가까운 기간동안 매력적인 푸른색과 시로 가득찬 환기 미술관의 한쪽 전시장에서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선사하였다.

한광우 작가는 프리환기가 진행되는 별관 2층 건물에서 첫인상으로 마주한 거인의 이미지를 발전시켜 전시장과 작품의 관계 속에서 전시장, 즉 공간을 작품의 일부이자 전시의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사용하여 전시를 펼쳐 나갔다. 

 

나무판을 끼워 만든 5m 40cm의 높이를 가진 거대한 7개의 작품과 그 사이로 만들어진 하얀 벽면은 보는이에 따라 거인, 기둥, 나무 등으로 읽혀지며 전시의 주인공이 오롯이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만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가 열리는 환기 미술관의 별관에 처음 방문한 관객 뿐 아니라 이미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관람객들 역시도 익숙하다고 느껴졌던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어둠의 향연을 마주하며  나즈막히 탄성을 지르며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전시장 공간 속에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작품과 작품 사이를 거닐었다. 

모든 예술가들에게 가장 큰 숙제인 전시 후의 작품 활용에 대해서 작가에게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커플링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사용될 수 없듯이 108.38m² 의 바닥 면적과 5.48m의 높이를 위해 만들어진 작품 역시도 다른 공간을 위해 다시 사용될 수 없다고 말이다. 아마도 누군가의 핸드폰 속 사진첩이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작품이라면 작품의 물성이 특별히 남겨지지 않아도 가치있다고 믿는 것 같다. 

이번 전시가 끝난 다음날에 공간에 맞춰 탄생한 작품은 철거되고 폐기되었다. 공간 특정적 설치 작품이 갖는 유한성의 가치 그리고 그 독특한 분위기를 앞으로 더욱 많은 전시장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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