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소외와 마주하다.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문화뉴스 MHN 박한나 기자] 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일상에서 느끼는 쓸쓸한 소외.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이다.

곱슬거리는 머리에 무작정 기른듯한 수염 그리고 목을 감싼 스카프, 어깨에 걸쳐있는 기다란 가방. 한껏 부산스러운 모습으로 한 사내가 무대 뒤편에서 나타난다. 객석의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중얼거리는 혼잣말인지 대화의 대상을 알 수 없는 한탄스러운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풀어 놓는다.

출처 예술의전당
[직관 리뷰] 화려한 삶 속에서 다시보는 인간의 소외,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마스크를 쓰고 계시니 표정을 알 수가 없네"

맥주 한 병과 함께 이어지는 '콘트라바쓰 연주자'가 내뱉는 천연덕스러운 말들로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한없이 무너져 내려간다. 콘트라바쓰란 '콘트라베이스'의 독일어이다. 누구든 부러워하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그 이지만, 왠지 그는 자신의 삶에 의미와 기대를 갖지 않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콘트라바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곧장 그 존재 자체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상원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 '콘트라바스'가 원작인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내 콘트라바쓰 연주자의 삶을 빗대어 소외 받는 이들의 자화상을 그려낸 작품으로 1981년 독일 뮌휀의 퀴빌리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출처 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직관 리뷰] 화려한 삶 속에서 다시보는 인간의 소외,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등장하는 턱시도를 입은 연주자의 모습은 이유를 불문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무대 위 자신을 무대의 한쪽 끝에 무거운 물건을 지탱하고 서있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빛없는 소음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말아버린다. 극의 초반에서 박상원은 음악 속 콘트라바쓰의 중요성에 대하여 열변을 토한다.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존재감을 자랑하지만 너무 낮은 음역으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콘트라바쓰라는 악기의 위상을 드높인다. 그러나 극의 중반으로 갈수록 그는 콘트라바쓰에 대한 애증을 점차 나타낸다. 이 애증은 좋은 하는 여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한 남자의 쓸쓸한 짝사랑의 커다란 실패 이유로 나타나기도 한다. 

극은 관객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다정하면서도 즐겁게 하지만 쓸쓸하게 다가온다. 그의 감정과 에피소드에 따라 이어지는 음악은 음악극 자체로도 손색없는 작품임을 증명하였다. 브람스 교향곡 2번 1악장, 슈베르트 미완성 교향곡 나단조 1악장, 하드 밥 재즈, 말러 교향곡 1번,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서곡,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등 다양한 음악으로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어디로 떠나야 하는지 모르는 여행길 위의 방랑자와 같이 그려지기도 한다.

출처 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직관 리뷰] 화려한 삶 속에서 다시보는 인간의 소외,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41년만의 도전. 

'콘트라바쓰'는 41년차 중년 배우의 도전기를 담고 있다. 연기 인생 41년 만에 처음 1인극에 도전하는 박상원은 "기회가 되면 '파트리크'와 계속 싸월가며 다음 프로덕션을 준비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남기기도 하였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배우 박상원을 떠올린다면 이 극을 보며 굉장히 놀랄 것이다. 거침없는 그의 춤 솜씨와 허탕한 웃음소리 그리고 과감하고 발직한 그의 대사들은 기존의 배우 박상원이 갖고 있던 점잖고 고상한 이미지들을 벗어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본 공연에서 박상원은 직접 콘트라바쓰를 연주한다. 진짜 연주자처럼 악기를 다루고 악기에게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영락없는 연주자의 모습이 드리워진다. 화려하고 여유로운 연주자의 삶이 아닌, 소외받고 쓸쓸함을 느끼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서 소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본다.

출처 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직관 리뷰] 화려한 삶 속에서 다시보는 인간의 소외,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한편, 박상원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는 오는 29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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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화려한 삶 속에서 다시보는 인간의 소외,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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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와 마주하다.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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