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핵의 스핀과 자기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 발견...펠릭스 블로흐, 에드워드 퍼셀에 의해 설명

출처: 픽사베이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MRI는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인체 내부의 3D 영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MRI를 찍을 때는 사람을 눕힌 뒤 커다란 원통 안으로 집어넣는데 원통 내부에는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되어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아주 특이한 일이다. 도대체 자기장을 강하게 걸어주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기에 인체 내부를 알 수 있을까? X선 같은 경우는 X선이 직접 인체를 뚫고 들어가 뼈와 같은 단단한 물질에 가로막혔을 경우 반대편에 감광판을 대어 그림자를 사진으로 찍어서 인체 내부를 아는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하지만 자기장은 이러한 방식이 불가능하다. 자기장은 방해물을 만나면 쉽게 휘어지기 때문이다. 정답은 인체의 물에 있다. 사람의 몸은 70%가량이 물로 되어있다. 이 물 더 정확히 물을 이루고 있는 수소 원자의 원자핵이 자기장과 반응해 특정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방출하고 이 전자기파를 측정하여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수소 원자핵과 자기장이 반응하는 원리를 자기 공명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MRI는 자기 공명 영상의 약자를 의미한다. 특별히 원자핵을 공명시키는 경우 핵자기 공명이라고도 부른다.

출처: 노벨 재단
볼프강 파울리

자기 공명 현상은 양자역학을 통해 설명이 된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의 스핀이라는 독특한 물리량이 존재한다. 스핀은 전자가 같은 에너지 준위에 들어설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 원리가 실제 원자에서 맞지 않고 같은 에너지 준위에 2개씩 들어가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볼프강 파울리는 알려지지 않은 어떤 물리량이 있어서 서로 다른 전자가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입자는 더 이상 딱딱한 공이 아닌 파동으로 알려졌는데 파울리는 만약 공이 회전하는 것을 양자역학적으로 바꾸어 스핀을 계산하였다.

스핀은 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하는 물리량인데 원자핵이나 전자는 모두 전하를 가지므로 이러한 입자의 회전은 자기 모멘트를 만들어낸다. 전기장의 변화가 자기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양자역학이 등장하기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었다.

출처: 미국 물리학회

입자를 딱딱한 공처럼 생각한다면 지구의 자전처럼 어떠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생각할 수 있고 축을 따라서 시계 방향이냐 반시계 방향이냐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입자가 공이 아니므로 이러한 생각은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지만 적어도 두 가지 상태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수학적으로 자전축의 방향을 (+)와 (-)로 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입자들이 섞인 상황에서는 스핀들이 무작위로 배열되어 있다. 그래서 강자성을 띠지 않는 물체들은 전부 외부 자기장이 없을 경우 자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하지만 외부 자기장이 걸어줄 경우 스핀이 자기장의 방향에 나란히 또는 반대로 정렬된다.

출처: 미국 물리학회

만약 스핀이 자기장과 나란히 정렬된다면 해당하는 입자의 에너지 준위는 상대적으로 낮고 스핀이 자기장과 반대라면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다. 자기장을 천천히 회전시켜주면 자기장의 변화에 자극받은 스핀들의 방향이 뒤집히는 경우가 생긴다.

자기장과 반대로 정렬되어 있던 입자가 나란한 방향으로 뒤집힐 경우 입자의 에너지 차이가 발생한다. 이 에너지 차이는 전자기파의 형태로 방출된다. 이러한 현상을 자기 공명 현상이라고 부른다.

실제 원자들에서 전자들은 파울리의 배타 원리를 따르려는 힘을 받기 때문에 스핀이 뒤집히지는 않지만 원자핵은 다르다. 원자핵은 여러 개의 입자가 뭉쳐져 구성 입자보다 더 큰 스핀을 가지는 하나의 입자처럼 생각할 수 있고 배타 원리의 영향도 받지 않으므로 스핀이 뒤집히는 현상이 일어난다.

출처: 노벨 재단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

이러한 현상을 발견한 사람은 이지도어 아이작 라비라는 물리학자이다. 라비는 핵자기 공명의 발견으로 194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하지만 발견 당시엔 스핀에 대한 개념이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시대라 라비의 발견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가를 알지 못하였다.

라비가 발견한 것은 자기장을 걸어줬을 경우 물질에서 어떠한 전자기파가 방출된다는 사실뿐이었다. 이 현상을 스핀을 이용해 설명한 사람은 펠릭스 블로흐와 에드워드 퍼셀이었다. 이들은 이 공로로 195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출처: 노벨 재단
펠릭스 블로흐 / 에드워드 퍼셀

자기 공명 현상이 유용한 이유는 원자마다 방출하는 전자기파가 다르다는 점이다. 원자핵을 이루는 입자의 개수가 원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핀의 총합이 다르고 원자핵이 가지는 에너지는 정확히 스핀과 자기장의 세기에 비례한다.

스핀이 뒤집힐 경우 바뀐 스핀만큼의 에너지 차이가 방출된다. (-) 스핀의 원자핵이 뒤집혀서 (+)가 되었다면 이 스핀 값의 차이에 자기장을 곱한 만큼의 에너지가 전자기파로 방출되므로 원자마다 다른 전자기파를 방출한다.

MRI는 특별히 수소 원자핵이 방출하는 전자기파를 추적하여 인체의 영상을 만든다. MRI를 최초로 개발한 폴 로터버와 피터 맨스필드는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MRI는 의학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출처: 미국 물리학회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핵자기 현상을 양자 컴퓨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강한 자기장이 있다면 입자의 스핀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는데 양자 컴퓨터는 입자의 스핀 방향을 이용한 큐비트로 계산을 한다. 따라서 큐비트를 자기장으로 만들어 계산을 하는 핵자기 공명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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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과학] MRI부터 양자 컴퓨터까지...1944 노벨 물리학상: 핵자기 공명

원자핵의 스핀과 자기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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