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서천 꽃밭으로' 공연 포스터

[문화뉴스 MHN 박정기] 지난 29일 혜화동 동숭무대소극장에서 극단 춘추와 극단 RM의 이강윤 작, 송훈상 연출의 <가자, 서천 꽃밭으로>를 관람했다.

꽃밭이 있다. 서쪽으로 삼천리를 가다보면 저승이 있고, 저승의 한쪽에 온갖 꽃들이 만발한 꽃밭이 있다. 그래서 서천꽃밭이다. 그러나 이 꽃밭에 피는 꽃들은 제비꽃이나 할미꽃, 혹은 진달래나 개나리꽃이 아니다. 수리멜망악심꽃, 도환생꽃, 웃음웃을꽃, 싸움싸울꽃 등 이상한 꽃이 피어 있는 꽃밭이다. 저승의 꽃밭. 죽음의 세계에 생명을 상징하는 꽃밭이라니? 신화적 상상력이 대단하다. 대체 무슨 꽃밭인가? 

꽃의 신화 <이공본풀이>는 큰굿 속의 굿 <이공맞이>, <아공이굿>, <불도맞이>의 굿본[臺本]이 될 뿐만 아니라, 이공신 ‘한락궁이’가 서천꽃밭에서 사람을 살리는 생명꽃․환생꽃․번성꽃을 따다가 어머니를 살려내고, 어머니를 죽인 제인장자 집안을 수레멸망악심꽃으로 멸망시키는 내력담을 통하여 꽃의 의미를 ‘풀이’하고 있다. 

이공본풀이의 ‘서천꽃밭’은 저승의 하나이며, 온갖 주술이 작용하는 신비스런 꽃들이 피어 있고, 꽃을 지키는 무섭고 두려운 꽃감관(花監官)․꽃성인(花聖人)과 열다섯 십오세 이전에 죽은 아이와 젊어서 죽은 너무나도 착하고 불쌍한 처녀들이 신소미[神小巫]가 되어 꽃밭에 물을 주고 있는 곳이다. 신소미는 하늘나라의 소무(小巫) 즉 선녀(仙女)를 말한다. 

서천꽃밭은 아름다운 환상과 신비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이며 제주 사람들이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칭원하고 불쌍한 서러운 정네(貞女)들이 죽어서 선녀가 되어 꽃밭에 물을 주어 생명의 꽃들을 키워내는 저승의 피안이다. 

그러나 서천꽃밭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저승이지만, 부정(不淨)한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금단의 구역이다. 신이거나, 신을 대신할 수 있는 ‘신의 아이’ 또는 ‘신의 형방(刑房)’인 심방[神房]만이 갈 수 있는 곳이다. 

 송훈상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현 극단 성좌 상임연출, 2009년 현재 약 200여 편의 연극, 무용, 뮤지컬, 축제에서 연출 및 무대 조명감독으로 활동했다. <지구를 조각하는 사람들> <서교수의 양심> <장씨 일가> <황소 지붕위로 올리기> <분장실> <마요네즈> <당신 안녕> <엘렉트라 인 서울> <마요네즈> <세일즈맨의 죽음>,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리타 길들이기>, <라생문> <탱고>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 <신의 아그네스> <프랑스뮤지컬 콘서트 무대감독(KBS홀)> 등에 무대감독 조명감독으로 참가했다. 강릉 국제 관광 민속제, 공주 아시아 1인극 제 무대, 운현궁 청소년 축제 무대감독, 크루즈여객선, 우크라이나 공연 팀 연출, 춘천 국제마임축제 기술 감독, 양천구 청소년축제 (쉼터) 감독, 진주 드라마 페스티발 연출팀, 한강 청소년동아리 문화축제 연출, 청소년동아리문화마당 연출, 블랙 코미디 연출, 과천 한마당 축제 기술 감독과 연출을 했다. 

무대는 하수 쪽에 탁자와 의자를 배치하고 상수 쪽에는 병 풍과 보료 그리고 가야금을 배치했다. 하수 쪽에서는 세 자매가 평상복을 입고 등장하고, 상수 쪽에서는 한복 차림의 조모가 한복 차림의 손녀에게 소리와 춤을 가르친다.

세 자매는 성장해 자식이 있고 중년에 이르고 있다. 낮은 상에는 유골함이 놓였다. 첫째가 두 동생에게 모친이 기생노릇을 하게 된 연유, 기생이 되기 위해 할머니에게 노래와 춤사위를 배우던 모습을, 상수 쪽에 출연한 할머니의 가야금 연주와 소리, 그걸 배우는 손녀의 모습을 통해 재현해 낸다. 할머니의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근엄하고 명확하게 가무지도를 하고, 손녀는 쩔쩔매며 받아들인다. 과거 회고담을 들려주는 첫째는 장면 하나하나를 되새겨 들려주며 마치 현재 벌어지는 일처럼 충분한 감성을 포함시켜 재현해 낸다. 그리고 어머니를 죽도록 만든 사실까지 고백한다. 그리고 동생들을 데리고 서천 꽃밭을 향해....

김주현의 직접 느끼며 표현해 내는 감성연기가 관객의 가슴과 눈시울을 적시고, 윤재진의 완벽한 연주기량과 열창은 물론 호연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김현숙, 허새미, 이다연의 호연과 열연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예술감독 정 욱, 상임고문 김영무, 무대의상 이규태, 기획 김대환 김명희 이창익, 홍보 정이주 홍정재 심홍철, 무대 조명 송훈상, 진행 김도형 설하수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춘추와 극단 RM의 이강윤 작, 송훈상 연출의 <가자, 서천 꽃밭으로>를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한편의 민속극으로 창출시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