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백마산장 살인사건, 백야행, 나미야잡화점의기적, 용의자X의 헌신,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출처=각 출판사

[문화뉴스 MHN 한진리 기자] 35년간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로 자리 잡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첫눈과 함께 돌아온 그를 반기며, 인간 사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작품 5개를 소개한다. 

 

백마산장 살인사건

영국 동요 '머더구스'에 숨겨진 백마산장 살인사건의 비밀은 무엇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으로, 학원물 위주의 작품을 쓰던 작가가 처음으로 본격 추리소설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추리소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밀실 살인을 마을과 멀리 떨어진 펜션을 무대로 풀어낸다. 영국 동요 '머더구스'에 얽힌 암호를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따듯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전개해 가볍게 읽기 좋다.

1년 전 겨울,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라고 적힌 엽서를 남기고 자살한 고이치. 오빠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여대생 나오코는 친구 마코토와 함께 오빠가 죽은 백마산장의 '머더구스 펜션'을 방문한다. 영국인의 별장이었던 건물을 개조한 이 한적한 산장의 펜션에는 기이하게도 매년 같은 시기에 같은 멤버가 묵는다.

게다가 '머더구스'의 노래 제목을 딴 8개의 방에는 '머더구스'의 노랫가사가 하나씩 걸려 있다. 살인사건의 암호를 푸는 열쇠로 펜션의 비밀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되는 '머더구스' 노래들. 나오코와 마코토는 오빠가 죽은 방에서 오빠가 풀던 '머더구스'의 암호를 다시 풀며 진실에 다가가지만, 또 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과연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출처=시네마서비스

 

백야행(白夜行)

일본에서 1999년에 처음 출판돼 이듬해 나오키 상 후보에 오른 '백야행'은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의 최고봉으로 불리며 2006년 일본 TBS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된 밀리언셀러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 한석규, 손예진, 고수가 주연을 맡아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하며 9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백야행'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처연하고 슬프지만 또한 섬세하고 은밀한 복선과 더불어 비밀이 드러날 때의 강렬함이 가히 압도적이라는 평이다. 

1973년, 오사카 외곽에 있는 버려진 건물에서 인근 전당포 주인 기리하라 요스케가 피살된 사체로 발견된다. 그가 살해되기 직전에 만났던 한 여인이 용의선상에 떠오르지만, 얼마 후 그녀 또한 자살로 추정되는 가스 중독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후 결정적 증거 없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 가고, 피해자의 아들 기리하라 료지와 용의자의 딸 니시모토 유키호도 각자의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료지와 유키호의 주변에는 살인, 강간 등과 같은 끔직한 범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이 두 사람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끈으로 함께 묶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가 하나둘씩 드러난다. 과거 전당포 주인 살해 사건의 초동수사를 맡았던 형사 사사가키가 베일에 싸인 두 사람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출처=현대문학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지난 2012년 12월 19일 국내 번역 출간된 이래 6년 연속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며 누적 판매 수 100만 부를 돌파한 명실상부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이다. 그간 보여주었던 살인 사건, 명탐정의 추리 보다 인간 내면에 있는 선의에 대한 신뢰를 전면에 내세우며 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2018년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됐으며 30여 년째 비어 있는 폐가,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삼인조 좀도둑이 뜻밖에도 과거로부터 도착한 고민 상담 편지에 답장을 하면서 겪게 되는 기묘한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린다.  

작가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편지라는 설정을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추리적인 향기와 깊이가 담긴 소재로 승화시키는데, 마치 연작처럼 단편적으로 이어지던 에피소드들이 어느덧 하나로 연결되는 구성 곳곳에서는 최고의 추리소설가다운 절묘한 솜씨가 돋보인다.

이야기의 배경은 30여 년간 비어있던 교외의 한 잡화점. 강도짓을 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달아나던 삼인조 좀도둑이 '나미야 잡화점'으로 숨어들고, 난데없이 의문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나미야 잡화점 주인' 앞으로 온 편지는 고민 상담을 담고 있었는데 삼인조는 편지에 이끌려 답장을 해주기 시작한다. 이상한 편지는 한 통으로 그치지 않고, 답장도 이어지면서 여러 가지 고민과 인생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와 더불어 나미야 잡화점을 둘러싼 비밀도 하나 둘 베일을 벗는다. 

삼인조의 고민 상담은 솔직하고, 진솔하다. 그들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게되고, 삼인조 역시 답장을 해 주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기적을 가져다 준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결점투성이의 젊은이들이 '편지'라는 매개체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순간을 선물한다.

출처=N.E.W.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게이고 장편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제134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08년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류승범, 이요원 주연, 2012년), 중국(2017년 3월)에서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일본 추리 소설로는 드물게 영어로도 번역, 출간됐다.

추리 소설 역사상 가장 슬프고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불리며 외견상으로는 살인과 경찰 수사, 추리로 이어지는 미스터리 소설의 일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것은 사랑과 헌신이라는 고전적이고 낭만적인 주제다. 

사건은 에도가와 근처 작은 도시의 연립주택에서 한 모녀가 중년의 남자를 교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혼한 아내 야스코가 돈을 갈취하는 전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되면서, 옆집에 사는 천재 수학교사 이시가미는 마음 속으로 사랑해온 야스코를 위해 비상한 두뇌로 범행사실 은폐에 나선다. 완벽한 알리바이로 미궁에 빠진 형사는 이시가미의 대학 동창인 천재교수 유가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미로처럼 섬세하게 얽혀 예측하기 힘든 사건 전개와 속도감을 더하는 구어체 진술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 인간이 이렇게까지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할 수 있는가를 수 없이 자문하게 만든다.
 

출처=알에이치코리아(RHK)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지난달 30일 전 세계 동시 출간됐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아버지가 등장한 기막힌 상황. 모이지 말아야  할 자리에서 시작된 기이한 복수극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시작된다.

대기업 취직 후 약혼자와 꿈꾸던 결혼식을 준비해 나가던 마요. 경찰서에서 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그녀는 고향으로 간다. 이제 너도 행복해질 일만 남은 거라던 아버지와의 전화가 생전 마지막 통화가 돼버릴 줄 몰랐던 마요. 경찰은 아버지의 사체에서 교살의 흔적을 발견하고, 곧바로 살인 사건으로 전환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다. 이름조차 없는 조용한 마을에서 살인이라니, 게다가 아버지는 마을 전체에서 존경받던 교사였기에 온 마을이 시끄러워진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고향 집 구석구석 현장 감식에 협조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쓴 수사관 사이에서 괴팍하게 소리치는 한 남자가 들어온다.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왔다고 노발대발하는 남자, 알고 보니 마요의 삼촌 다케시다. 다케시는 미국에서 유명한 마술사였다. 마요가 태어나고 단 두 번 만났을 뿐이다. 그는 왜 10년 만에 연락도 없이 나타난 걸까? 하필 아버지가 살해당한 다음 날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35년의 관록이 그대로 녹아있는 신작은 분량의 부담을 잊은 채 책장을 넘기게 하는 흡인력 있는 전개를 선보이며 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또 하나의 사건은 팬들이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일종의 '쿠키'로 기능하며 소소한 재미도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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