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문화예술인 10명의 심정은?

[문화뉴스 MHN 양미르·장기영·김민경 기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0일 오전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며,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구가 인용됐다. 그런데도 문화예술인들은 아직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추구하며 막을 올렸고, 대통령 산하 문화융성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만들었고,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등을 이뤄냈다.
 
   
▲ 지난해 11월 4일,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기자간담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이후, 광화문광장엔 '광화문캠프촌'이 태어났다. ⓒ 문화뉴스 DB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표면적인 성과' 이면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탄핵은 인용됐지만,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지시 작성을 위한 대통령의 권한남용, 탄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아직 제대로 된 수습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수사발표 당시 박영수 특검은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배제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해, 결국 문화적 다양성을 잃고 그 피해가 국민에게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탄핵 선고 하루 전인 9일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으로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당사자에 대한 책임 처벌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본지는 10일 오전 박 대통령의 파면 이후,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전화·서면 긴급 인터뷰를 통해 탄핵 인용에 대한 소감과 이번 문체부 대책 발표 등 문화예술계 현안에 대한 제언을 부탁했다.
 
'블랙리스트'로 정책 지원이 중단되었던 서울연극협회의 송형종 회장, 박장렬 전 회장,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광장에서 꾸준히 마임 공연을 펼친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 광화문광장에서 '블랙텐트'를 운영한 이해성 연출, 세월호 사건을 다룬 연극 '비포애프터'를 연출한 이경성 제18회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블랙리스트' 단체로 이름을 올린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 대학로에서 활발한 활동 중인 정범철 연출, 2인극페스티벌 집행위원장으로 2015년 예술 검열 반대에 뜻을 함께한 김진만 연출, 1980년대 검열 실화를 소재로 한 연극 '보도지침'을 쓴 오세혁 작가, '블랙리스트' 민중미술가 김봉준 등 문화예술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 ⓒ 문화뉴스 DB
 
1. 송형종 서울연극협회 회장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남아 있는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서울연극협회의 입장은?
ㄴ 탄핵 인용은 당연한 상식선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정치가 개인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다. 문화 문제에서는 '블랙리스트'나 일련의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규명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관련자 모두 무게감 있는 책임을 져야, 공무원 모두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로 생각한다. 어제(9일) 문체부는 용기도 없고, 눈치도 없다고 봤다. 조윤선 장관도 구속되니 사과를 하고, 탄핵 하루 전에 정책을 발표했다. 면피용이라고 생각한다.
 
연극과 예술은 감동이 있고, 진심으로 공연한다. 진심이 있는 재발 방지를 하고, 함께 모이면서 국민의 문화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책임자 처벌로 혹독한 역사적 교훈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하고, 그 후에 피해자가 있다면 보상을 해야 한다. 보상 문제는 나중의 이야기다. 지금 무엇을 보상한다는 것은 가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왜 그런 문제가 있는지, 정확한 절차를 밝히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번 일을 교훈과 역사로 기록되어야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직급이 낮다고 처벌을 하지 않고, 셀프 인사이동을 할거면 없어지는 게 낫다. 요즈음 문체부 김영산 실장이 뭘 해주겠다고 했는데, 이건 예술가들을 농락하겠다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문화는 누구의 입맛대로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로드맵이 필요하다. 어제 너무나 화가 났다. 사과하라고 해도 안 했는데, 이제 서울연극협회는 민형사상 책임을 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 문체부에 할 것이다. 지금까지 참고 견뎠지만, 그분들 개인이 아니라 국가를 고소하려고 한다. 공무원의 도덕적인 책무를 져야 한다.
 
최근 '서울연극제'와 '우수 한·일 교류전'도 여러 건 탈락했다. 농단은 자기네들이 한 것이다. 여기에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마치 예술위가 당연한 것을 바로 잡고, 뭐라도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해서 어이가 없었다. 어제 "블랙리스트 이전으로 시계를 돌린다"고 했는데, 고리타분한 발언이다. 문화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국민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먼저 해야지, 단순하게 시계만 돌린다는 표현은 이상한 이야기다.
 
   
▲ 지난 6일 '2017 연극발전을 위한 시국 토론회'가 열렸다. ⓒ 서울연극협회
 
지난 6일 '2017 연극발전을 위한 시국 토론회' 1차 토론회가 진행됐다. 앞으로 2차 대선 후보, 3차 서울특별시 초청 토론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ㄴ 2차 토론회는 대선 후보의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된다면 그분들이 오겠지만, 대선 문화계 참모를 모셔놓고 할 수 있다. '10대 아젠다'를 통해서 질의하려고 한다. 문화정책에 산적해 있는 모든 것이 현재 남아있다.
 
이제는 문체부와 예술위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차가 있다면, 차 유지비가 너무나 많이 들어가는 셈이다. 예술가들에게 그러한 유지비가 돌아가면서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직원만 유지하다가 끝난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창의로운 문화복지를 이룰 수 있는 쪽으로 포커스가 가야 한다고 본다. 연극 교·강사 문제, 공공극장 문제 등에 대해 대선 후보들에게 질의할 예정이다.
 
서울시엔 문화 정책 로드맵에 관해서 묻고 싶다. 대학로를 세계적인 공간으로 키워서 기네스북에 오르게 하고 싶은데, 주철환 PD가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온 이후 현재 내놓은 것이 없다. 그러면서 서울문화재단이 대학로로 이사로 오겠다 하는데, 왜 오는지 궁금하다. 정확한 것도 없는데, 동숭아트센터도 매입한다고 한 상황에 그 돈이면 극단 단체에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그걸 사옥으로만 쓰는 것보다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하다.
 
'대학로는 연극'이라는 선택과 집중에 대한 질의가 있을 것 같다. 서울시의 문화정책과 서울문화재단 정책 로드맵, 서울시 공공극장 운영, 남산예술센터 운영 등이 다 막연하다. 그런 것들에 대한 자세한 검증이 필요하다.
 
   
▲ 박장렬 전 서울연극협회 회장이 지난 2014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연극제 대관 탈락'에 대해 이야기했다. ⓒ 문화뉴스 DB
 
2. 박장렬 서울연극협회 전 회장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ㄴ 민주주의의 만세이고, 그동안 대학로든 광화문이든 '블랙리스트' 이하 연극인들이 계속해서 투쟁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럽다. 헌법재판소에서도 불법을 저지른 이들을 단죄했듯이, 문체부, 박명진 예술위 위원장, 부역했던 사람들 등 다 적폐청산을 해야 한다.

9일 문체부에서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원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ㄴ 문화예술인을 지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자체가 안 맞는 이야기다. 예술이라는 게 그렇다. 처음 예술 분야를 택한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연극, 문학 등으로 표현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고, 장려하는 게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이다. 나무 한 그루로 이산화탄소를 어느 정도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듯이, 예술인 한 명으로 과연 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많은 정신적인 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인지해야 한다. 복지라고 자꾸 이야기하는데, 경제적인 복지로만 가지고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 예술가들은 정신적인 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것에 대해 국가나 이 사회가 어떻게 예술가를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해서 보여주는 게 문체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다음이 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막말로 문체부가 약 100억을 지원하겠다는 단발마적인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그 지원의 방법 또한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 열린 '시국 토론회'에 와서도 그 부분에 대해 아무런 발언도 없었다. 완전히 당한 것이다. 믿은 것이었는데, 그런 계획이 있음에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자리는 없었던 것보다 못한 것이 된 셈이었다. 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꼈다. 발표하기 위한 순서를 정해 놓고 그런 자리에 참석한 느낌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왜 실수했는지 이야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감추기에만 급급한 사회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모든 사람이 죄송하다고 끝나지 않고,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게 아니고 다음을 어떻게 이야기하겠는가? 뭐가 문제였는지를 밝히는 게 먼저라고 토론회에서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그런 대처 없이 지원하겠다는 말은 한심스러운 이야기다.
 
   
▲ 지난해 11월, 유진규 마임이스트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페스티벌' 공연에 참여하고 있다. ⓒ 문화뉴스 DB
 
3. 마임이스트 유진규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문화계 변화에 대해 제언을 해달라.
ㄴ 지금 다들 기적이 이뤄졌다고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게 실제로 이뤄질지 몰랐다. 그동안 얼마만큼 불가능의 시대를 살아왔는가. 그게 가능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다. 그때 우리는 해방감을 느꼈다. 이전과 다른 것으로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포럼도 다녀오고 했지만, 정책과 법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실행 주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을 만들어도 안 지키고, 다른 쪽으로 적용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키는 사람이 지켜야 할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의 양심선언이 있다. "시키는 대로만 했다"는 영혼 없는 말은 로봇이나 똑같은데, 만약에라도 내가 올바른 이야기를 했을 때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것들에 대해 법적으로 자기 마음대로 양심선언 할 수 있는 지켜주는 법제화가 있는 게 낫다. 문화인들을 아무리 먹고살게 해준다고 해도 똑같은 것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화문에서 마임 공연을 펼쳤다. 앞으로 일정은?
ㄴ 우리도 내일(11일) 광화문에서 마지막으로 축하 퍼포먼스를 펼칠 것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을 다지면서 그동안 한 것을 서로 격려하기 위해, 이번 퍼포먼스 제목은 '박차고 나가자'다. '박근혜를 차고 앞으로 나가자'는 의미다. 표현의 자유, 하나만 보장해 준다면 우리는 자랑스럽게 이 땅에서 예술을 할 수 있다.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은 촌스럽다.
 
   
▲ 이해성 연출이 지난 2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문화뉴스 DB
 
4. 이해성 연출 (블랙텐트 극장장)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문화계 변화에 대한 제언을 부탁한다.
ㄴ 너무 기쁘다. 그냥 마냥 기쁘다. 당연한 일을 이렇게 많은 사람 고생하고 희생하면서 기뻐해야 하나 생각도 드는데, 한국 사회를 바꿔 나가는 첫걸음을 거렸다. 이제 쌓여있는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더 힘을 써야 한다. 가장 시급한 현안은 '블랙리스트'에 대한 진상규명이 확실히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관련자 처벌이 먼저다. 문화정책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그것을 먼저 해결하고, 현장 사람들과 같이 만들어나가야 한다.

블랙텐트 극장장으로 광화문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ㄴ 여기에 정말 많은 사람이 고생하셨다. 고생한 만큼 여러 좋은 결과가 있었다. 여러 가지 난관도 있었고, 사건도 있었다. 사람들이 애를 썼고, 추운데 고생한 만큼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 앞으로 블랙텐트와, 광화문 캠핑촌을 통해서, 더 나아가 촛불 국민의 행동을 어떻게 연결해 나갈지 작품 등으로 생각해보겠다.
 
   
▲ 이경성 제18회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 문화뉴스 DB
 
5. 이경성 제18회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함께 앞으로 문화계 과제에 대한 생각은?
ㄴ 오늘 아침부터 긴장하면서 봤다. 모든 사람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 내용이 나왔다. 이해하고, 수용했고, 기뻤다. 그러나 '블랙리스트'에 관련된 사람들의 처벌은 끝난 게 아니다. 특히 문체부에서도 어떠한 대안을 내놓긴 했지만, 책임자 처벌은 언급하지 않고, 재원 충당만 어떻게 할지만 나와 있다. 마지막까지 탄핵이 된 것도, 결국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 정의구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도 책임자에 대한 정확한 처벌을 위해 계속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 
 
   
▲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 문화뉴스 DB
 
6.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블랙리스트' 등 문화계 변화에 대해 제언을 해달라.
ㄴ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행동을 보면서, 국격이라는 게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했다. 격이 거의 없다고 했는데, 이정미 재판관님이 하시는 걸 보면서 그래도 아직 어떤 곳에선 격을 지키는 곳이 있고, 이 불씨를 살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의 격을 다시 되살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우린 '블랙리스트'가 있더라도 연극을 해왔다. 어떤 권력이면 권력, 정치의 하수인이 되지 않는 연극만의 그걸 해야 한다고 본다. 자생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연극에서도 어쩌면 행정 쪽에서 관련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공정하게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
 
   
▲ 정범철 연출 ⓒ 문화뉴스 DB
 
7. 정범철 연출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앞으로 남은 문화계 과제에 대한 생각은?
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땅의 정의가 살아 있다고 본다. 뉴스를 집에서 볼 때, 처음엔 세월호 사건이나 뇌물 수수혐의 등에 대해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조마조마했다. 뒤쪽에 최순실 관련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핵이 결정되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이 짜릿하게 바뀌었다. 이정미 재판관이 집행선언을 할 때, 짜릿했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까지 적합하지 않게 운영된 모든 문화예술 정책으로부터 나온 문제뿐 아니라 새롭게 개선해야 할 문제도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대통령이 결정되어야 자리를 잡을 것 같다. 문제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 김진만 2인극페스티벌 집행위원장 ⓒ 문화뉴스 DB
 
8. 김진만 2인극페스티벌 집행위원장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들려 달라.
ㄴ 사실 오늘 아침 11시엔 서울예술전문학교에서 수업 중이었다. 역사적인 날이라, 학생들과 함께 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화두로 오전 내내 이야기를 했다. 그러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시대의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예술로 시대를 비판하고, 풍자하고, 시대를 이야기해야 하고 때로는 이번 사안처럼 용감하게 광장으로 나갈 줄 알아야 한다. 예술가로 양심과 정의, 본인이 가고자 하는 삶의 가치에 부합하게끔 꾸준히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11시부터 11시 30분까지 휴식을 줬다. TV 시청이 쉽지 않아서, 각자 여러 정보를 통해 역사적 순간을 목격해야 하니 휴식을 줬다. 모든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것으로, 그게 또 민주주의가 아니겠는가 하고 말했다. 전원일치 탄핵 결과를 목격하게 됐다. 다 같이 기쁜 마음으로 수업했고, 앞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 예술가의 상관관계에 관해 토론했다. 예술은 결국 모두 함께 행복하게 해주는 그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민주주의 목적도 함께 행복해지자고 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다 같이 행복하게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예술이 나아가는 방향을 이야기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사회적인 내용의 작품을 활동한 작·연출로 지금은 광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제는 작품에 매진하면서 시대의 거울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블랙리스트' 등 앞으로 남은 문화계 과제에 대한 생각은?
ㄴ 블랙리스트 문제는 말 그대로 일회성 처방으로 이뤄질 문제가 아니다. 구조와 시스템 문제인데, 그것을 시행하는 부처나 책임을 진 사람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큰 틀에서 전반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그와 관계된 부역자, 지시했던 사람이든, 그 지시를 받고 움직인 사람들이건 간에 책임 있는 직책에 있다면 그 책무를 받아야 한다.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피해를 피부로 받은 사람 중 한 명으로, 여전히 반사이익을 얻거나 그것을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직위에 오르거나, 그것을 남용한 사람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고, 필요하다면 처벌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그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서서 뻔히 아는데 심사를 하고, 누구를 평가한다. 무슨 권한으로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스스로 역사 앞에 반성하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 오세혁 작가 ⓒ 문화뉴스 DB
 
9. 오세혁 작가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ㄴ 당연히 인간 자체로는 엄청 좋다. 다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드는데, 정치적으로 어떠한 변화와 별개로 연극과 공연에 대해서는 갈 길이 있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으로는 어떻게 활동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저나 저희 극단 걸판은 똑같이 활동할 건데, 이윤택 선생님, 박근형 선생님 등 정면에서 '블랙리스트'로 언급되어 피해를 보신 분들이 계신다. 그간 힘들게 압박을 받으신 건 회복되지 않으시겠지만, 그분들이 가장 기뻐하시지 않겠냐는 생각도 든다.
 
생각의 변함이 없는 게, 이제는 보란 듯이 우리가 더 할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반대하고, 비판하고, 저항하는 연극을 넘어서 어떤 세상과 그림으로 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연극을 해야 할 것 같다. 이걸 잘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연극을 보여주고 싶다.

탄핵 인용 결정 이후, "피고인은 지금 대통령을 모욕하고 있습니다"와 ‪"그 대통령이라는 말을 전직대통령으로 바꿔주시죠"라는 연극 '보도지침' 대사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올렸다. 어떤 의미였나?
ㄴ 작품 안에서 맥락은 조금 다르긴 한데, 지금 상황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보도지침'에서 계속해서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풍자적인 측면이 있다. 오늘 갑자기 그 대사가 떠올랐다. 이번 '보도지침'을 진심을 담아서 하고, 진정성을 담고 한 마디 한 마디를 보여주고 싶었다.

오는 4월 '보도지침'을 대학로에서 다시 한번 올리게 된다. 어떤 면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가?
ㄴ 이 이야기의 근간은 실제 '보도지침' 사건이 핵심이다. 내용이 핵심인가라기보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 각자 처지가 달라서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한쪽을 선택할 텐데, 왼쪽, 오른쪽, 가운데가 있다면, 그 위치에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자부심으로 택하는 것인데, 그것을 누군가의 힘, 압박, 조종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본인의 선택과 판단으로 가면 맞는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한 실제 기자 선생님들도, 완전 왼쪽에 있었다기보다 기자정신에 충실히 하신 분들이었다. 너무 시키는 대로 기사를 쓰라고 하니, 그 분노 때문에 폭로하게 된 거였다. 결국,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보도지침'을 통해 우리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주려 한다.
 
   
▲ '동아투위 42주년 기념 역사풍속화' ⓒ 김봉준
 
10. 김봉준 민중미술가
탄핵 인용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들려 달라.
ㄴ 한시대가 지나갔다. "대통령은 탄핵한다." 이 선고 한마디에 역사는 바뀐 것이다. 특권 반칙 불법 편법 불공정 거짓 기만이 판치는 시대를 파면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인용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존중되는 사회의 선언이다. 이제 구시대는 가고 새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 모든 국민이 새 희망을 품고 행복의 시대로 가기를 바란다. 행복은 생활문화의 회복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고 비정규직 여성차별 약자와 가난한 자가 배려받는 사회다.

   
▲ 김봉준 미술가 ⓒ 김봉준
'블랙리스트' 등 문화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 어떻게 가야 할까?
ㄴ '블랙리스트'는 반민주정부의 한 단면일 뿐이다. 두 국민국가주의로 국민을 차별하고 반대자 국민을 적대시한 정책은 넓고 깊다. 배제의 전략으로 국민을 갈라치고 적대시 한 정책은 문화계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있었다.
 
앞으로 문화정책의 방향은 반생태 반생활문화 반서민문화를 버리고 엘리트주의문화 편중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의 보호와 회복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스터제도를 세워 장인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모든 장인기술은 사회적 자산이다.
 
그리고 지역문화와 무형문화재보호, 창작자원 보호가 시급하다. 짝퉁이 판치는 사회는 창작문화가 살 수가 없다. 민간문화 보호하고 관변문화 줄이자. 지역마다 시설관 관리인만 있고 문화가 없는 현실이 슬프다.
 
독창적 콘텐츠를 보호하고 문화기록을 축적하며 무엇보다 예술인을 보호 육성하자. 무조건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나온 만큼 사회가 수용하고 격려하고 포상하자. 그래야 비주류문화가 주류로 진입 가능해지고 창조력 경쟁도 생기고 문화 역동성도 생긴다. 
 
양미르·장기영·김민경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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