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의 전통, 상주에 피어오른 연탄불, 괴산 아궁이
10일 목요일 저녁 7시 50분 KBS1TV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시린 겨울, 한없는 온기를 가져다주는 불. 그윽한 열기 속에 둘러앉은 이들의 희로애락이 녹아 흐르고! 활활 타오르는 불로 익힌 추억의 맛이 모여 따뜻한 한 끼를 완성한다.

이제는 손가락 움직임 한 번으로 켜지는 불이지만,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을 들인 자만이 얻어내고 지킬 수 있었던 게 바로 ‘불씨’였다. 한겨울 아궁이는 따뜻한 온돌 바닥을 만드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솥을 걸어 한 식구 먹일 음식을 하고, 뭉근히 남은 잔불로는 발효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선조들의 지혜는 ‘불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 의해 간직되어왔다. 다 타버린 줄 안 그 시점에서야 또 다른 인생이 시작을 시작하는 숯, 직접 해온 장작을 넣은 아궁이와 잔불을 가득 담은 화로, 그리고 추억 속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연탄까지.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변치 않은 불 지킴이들이 차린 따뜻한 밥상을 만난다.

 

숯가마의 전통을 잇다 –진천 숯 부자(父子)의 뜨거운 겨울 

'한국인의 밥상' 불타오르다-이것이 겨울 불 맛!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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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숯 꺼내는 날이면 연기가 자욱해지는 백곡면.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있다. 깊숙한 곳에 있는 숯을 꺼내는 일은 힘이 센 아들 규원 씨가, 꺼낸 숯을 숯 통에 집어넣는 일은 아버지 규종 씨가 담당한다. 호흡이 척척 맞는 남편과 아들을 안쓰러운 눈길로 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아내 부월 씨!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의 일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내려오겠다는 아들을 처음에는 극구 반대했었다고. 하지만 아들이 이곳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고마운 남편과 아들을 위해 오늘도 부월 씨는 숯불 위에서 요리를 시작한다.

'한국인의 밥상' 불타오르다-이것이 겨울 불 맛!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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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을 꺼내는 날마다 꼭 새참으로 먹는 음식이 있다는데, 바로 양념 돼지고기구이! 숯을 갓 꺼낸 숯가마에 전용 삽으로 고기를 넣었다 빼면 금세 완성된다. 이에 질세라 아들 규원 씨가 노련한 솜씨로 닭에 진흙을 발라 구울 준비를 한다. 기다리는 동안 숯불 위에서 구워 먹는 파의 단맛은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한다는데.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장떡과,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늙은호박 묵은지국까지 밥상 위에 차려지고! 타버린 이후에야 그 수명이 시작되는 숯처럼, 숯가마의 전통을 잇는 가족 앞에도 새로운 인생이 불꽃처럼 펼쳐진다.

 

우리는 아직도 연탄을 만듭니다 –상주에 피어오른 연탄불 내음

'한국인의 밥상' 불타오르다-이것이 겨울 불 맛!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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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이들의 애환을 담은 기억이자 생필품이었던 연탄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아직도 연탄의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며 전하는 이들이 있다. 상주의 한 연탄 공장에서는 누나 정미향 씨와 동생 정성진 씨가 각각 부사장과 상무로 일하며 연탄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요즘은 식당에서 사용하는 연탄뿐만 아니라 ‘봉사탄’이라는 이름으로 연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도 한다는데! 따뜻한 기억을 간직한 연탄을 만드는 연탄 공장 사람들에게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연탄의 뭉근한 맛을 배운다.

세월이 흐르면 인간의 머리카락이 하얘지듯, 검은 모습의 연탄은 제 할 일을 마치고 나면 하얀 재가 된다. 연탄 공장 사람들은 연탄이 하얘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 불 위에서 음식을 해 먹는다. 이곳의 음식은 빠르고 따뜻한 게 생명! 오늘의 점심 식단은 이른 새벽부터 고된 일을 하면 자주 떠오른다는 족살김치찌개이다. 밥 위에 한 국자씩 푹푹 퍼주면 그만한 맛이 없다. 게다가 짭조름한 간고등어를 연탄불에 구우면 연기와 함께 몽글몽글 가슴 한편 간직한 추억이 떠오른다고! 든든하게 배를 채운 연탄 공장 사람들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를 만난다.

 

아궁이는 내 인생 – 괴산의 삼대가 사랑한 아궁이

'한국인의 밥상' 불타오르다-이것이 겨울 불 맛!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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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가 함께 길을 나섰다. 알고 보니 오랜만에 땔감을 구하러 가는 길이라고! 매일 직접 땔감을 구하며 고생하던 시절은 이미 추억이 됐지만 그래도 용기 씨는 어렸을 적 느낀 땔감의 소중함을 손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앞장선다. 직접 장만한 땔감의 용도는 바로 아내가 사랑하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위한 것이라는데. 집은 다시 지어도 아궁이만은 허물어 버릴 수 없었다는 아내 계연 씨! 그녀에게 아궁이는 인생 그 자체이다. 오늘 계연 씨는 소중한 아궁이와 함께 여덟 식구와 친척들의 겨울을 따뜻하게 녹일 비장의 음식을 준비한다.

먼저 며느리 금주 씨가 돼지 등뼈를 데친다. 그때 그 시절, 잔치한다고 하면 돼지부터 잡던 기억과 국을 한솥 끓여 모든 사람에게 나눠주던 추억을 떠올리며 돼지등뼈 해장국을 만든다. 구수한 국물 맛을 본 후 다음 요리는 계연 씨의 특기! 늙은 호박 속을 파내고 달콤한 꿀을 바른 뒤 닭을 넣고 백숙을 만든다. 사실 옛날엔 아궁이 군불만 한 게 없었다는데. 화로에 군불을 담아 양미리를 구워 먹으니 그 고소한 맛이 그리움을 스쳐 간다. 아궁이 두 개와 함께 사는 식구들만 있으면 더 바랄 것 없다는 계연 씨의 겨울은 따뜻하다.

10일 목요일 저녁 7시 50분 KBS 1TV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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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불타오르다-이것이 겨울 불 맛!

숯가마의 전통, 상주에 피어오른 연탄불, 괴산 아궁이
10일 목요일 저녁 7시 50분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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