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수많은 모습의 노동이 존재한다. 그 중 ‘예술’은 무엇 때문인지 오래 전부터 등 따숩고 배부른 베짱이들의 영역으로 여겨지고는 했다. 예술이 노동의 한 일환임을 인정하지 않는 인식 속에서 예술가들은 노동자의 권리에서 외면 받아야만 했다. 최근까지도 계약금 일부를 다시 돌려줘야 하는 이른바 ‘페이백’관행은 물론 임금 체불 문제들은 특별하지도 않은 것들이었다. 우리는 어느덧 최저시급 8,950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예술계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법의 테두리가 부재하다는 점, 오히려 내부에서 쉬쉬하는 분위기로 인해 억울함을 참고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난 6월 드디어 예술인 피보험자에 대한 고용보험 특례 규정이 신설되면서 오는 12월 10일부터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처음 발의된 ‘예술인 복지법안’ 이후 10년만의 결실이다. 그 동안 대부분의 예술계 종사자들은 용역계약, 계약직, 프로젝트 형태로 계약을 통해 진행하는 업무 방식이 대부분이다 보니 고용보험료를 내는 일반적인 보험에 포함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예술인들도 고용보험이 적용되고 실업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란 무엇일까? 쉽게말해 현재 일반 근로자들이 법의 테두리에서 보장받아 왔던 노동의 기본 권리를 예술인들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문화 예술 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 예술인복지법에 따라 예술 활동 증명을 받은 사람 외에도 신진예술인과 경력 단절 예술인 등이 고용보험에 적용된다. 예술인과 사업주가 각각 2분의 1씩 부담하며 보험료율은 보수액 기준 각각 0.8%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예술인에게는 최소120일부터 최대 270일까지 구직급여가 지급되며 출산전후급여는 월평균보수의 100%를 90일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24개월 중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만 하며 최소 종사기간은 24개월 중 3개월이다. 계약으로 움직이는 예술인들의 특성 상 이직, 중대귀책사유 해고 등에 대한 제한 사유는 없다. 다만 예술활동 외에도 소득이 있는 근로자 예술인, 65세 이후 용역 계약을 체결한 예술인, 일정 소득(계약 건별 50만원) 미만인 예술인은 가입에서 제외된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예술 강국으로 불리는 프랑스는 이미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어 왔지만 아메리카주와 아시아지역에서는 우리나라가 이 같은 법안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라고 한다. 물론 아직 도입을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현실적으로 보완할 점들도 있다. 가령 공연 예술에 한해 이야기 해보자면 한 작품을 올리기 위한 연습기간 등은 보장기간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지, 1인 사업자의 예술인들은 보험료 전액을 혼자 다 부담해야 하는지 등 아쉬운 부분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예술분야의 개선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는 모습들은 분명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오랫동안 '예술은 배고픈거야'라는 구닥다리 사상으로 꿈을 짓밟힌 젊은 청춘들이 너무 많았다. 국가가 나서 법으로 이들을 보장해줌으로써 분명 우리 문화, 예술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식의 개선이 먼저다. 아직까지도 오히려 내부 에서 잘못된 위계질서를 내세우며 어린 예술인들의 노동력을 존중하지 않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사회 시스템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리 예술인들이 본인의 엄연한 노동을 존중받으며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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