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코로나19로 사망
거장 김기덕의 60년의 기록
영화 피에타, 빈 집, 사마리아

[문화뉴스 MHN 박한나 기자] 한때 '영화계 거장'이였던 김기덕 감독이 해외 체류 중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델피, 타스 통신 등 외신은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 변원에서 코로나19 감염 및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 측 관계자는 "외신 보도 후 확인 결과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사망한게 맞다"며 "확진 판정 이후 입원 2일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사진ⓒ문화뉴스 MHN DB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그가 평소 앓고 있던 신부전증과 코로나19가 겹치며 치명적인 상황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안다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아난 김기덕 감독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30대에 무작정 떠난 프랑스에서 그림을 접한 그는 영화와의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연이은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수상한 후, 1995년 김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악어'로 스크린 데뷔에 성공한다.

예술 영화에 대한 그의 고집은 세계 3대 영화제 칸, 베니스, 베를린의 상을 휩쓸게되며 한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만들어준다. 제 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은사자상,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사진=쇼이스트

출품 마감도 늦춘 영화 '사마리아'(2004)

유럽 여행을 갈 돈을 모으기 위해 채팅에서 만난 남자들과 원조교제를 하는 여고생 여진(곽지민 분)과 재영(한여름 분). 여진이 재영인 척 남자들과 채팅을 하고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으면, 재영이 모텔에서 남자들과 만나 원조교제를 한다. 여진은 재영이 남자들을 만나기 전 화장을 해주고, 그녀가 남자들을 만나고 있는 동안 밖에서 기다린다. 

낯 모르는 남자들과 만나 섹스를 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재영. 남자들과의 만남과 섹스에 의미를 부여하는 재영을 여진은 이해 할 수가 없다. 여진에게 어린 여고생들의 몸을 돈을 주고 사는 남자들은 모두 더럽고 불결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모텔에서 남자와 만나던 재영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들을 피해 창문에서 뛰어 내려 여진의 눈 앞에서 죽게 되는데...

사진=쇼이스트

김 감독의 '사마리아'는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베를린 국제 영화제의 공식경쟁 부분에 진출한 작품이다. 영화제 출품 마감 기한을 두 달 이상 늦추는 등의 특혜를 누린 작품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2001년 거울을 보고 있는 여성의 전라를 포스터로 공개한 김 감독은수 많은 충격과 논란의 중심에 서있게 했다. 특히 작품 내 원조 교제하는 여고생 역의 곽지민이 촬영 당시 19세였다는 사실은 논란의 불길을 키우기도 했다. 또한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이 소녀에게 돌을 던지라", "더러워? 내가 더러워?"와 같은 역설적이고 도발적인 대사는 영화의 내용만큼이나 충격적으로 파격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사진=청어람

말 하다. 영화 '빈 집'(2004)

태석은 오토바이를 타고 집집을 돌며 열쇠구멍에 전단지를 붙인다. 그리고 오랫동안 전단지가 떨어져 나가지 않은 집을 열고 들어가 얼마간을 살고 나온다. 그렇게 살아가고 있던 태석은 어느 한 빈 집에서 멍 투성이의 한 여자를 만난다. 남편의 집착과 소유욕 때문에 피폐해지고 망가진 채로 유령처럼 살아가는 여자 선화. 하지만 태석은 그녀를 남겨둔 채 서둘러 집을 빠져 나온다.

그러나 자신을 데려가 주길 바라는 것 같던 선화의 공허한 눈빛을 떨쳐버릴 수가 없던 태석은 다시 그녀의 빈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석은 남편의 강제적인 탐닉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선화를 보고야 만다. 참을 수 없는 광경 앞에 태석은 그만 손에 잡힌 3번 아이언 골프채를 휘둘러 선화를 구해 도망치는데...

사진=청어람

'빈 집'은 빈 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나타내며 삶의 허무함과 고독, 공허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간의 소통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선화를 향한 일방향적인 소통을 하는 민규. 그리고 선화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태석의 모습은 상반되는 이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외면적 언어로 민규와 소통하는 것과 달리, 침묵과 눈빛, 표정인 내면적 언어로 소통하는 태석의 모습에서 진정한 대화란 무엇인지 과연 어떤 소통이 완전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사진=new

'거장' 김기덕 감독의 마지막 역작, 영화 '피에타'(2012)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 피붙이 하나 없이 외롭게 자라온 그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 온다.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는 강도.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사라지고, 곧이어 그와 그녀 사이의 잔인한 비밀이 드러나는데…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두 남녀, 신이시여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사진=new

자비를 구하는 영화의 제목과 달리 영화 속 그 누구도 용서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존 김 감독의 작품과 비교했을때, 참신함이나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직설적이며 전하는 메세지가 확고한 작품이다.  자칫 어둡고 불편한 내용의 전개이지만, 영화적인 미술적 기술로 아름답지만 약간의 미묘함이 느껴지는 영화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단숨에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했지만 작품의 예술성만큼이나 그의 자취는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받지 못했다.

김 감독은 2017년 강요, 폭행, 강제추행 치상 등 혐의로 고소되면서 그를 추악안 행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됬다. 미투(Me Too) 운동이 발발했던 2018년 MBC 'PD수첩'을 통해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성폭력 혐의 등이 폭로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여기서 그는 멈추지 았다. 김 감독은 반박 고소, 고발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폭행·강제추행치상 등 혐의 기소건은 2018년 1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여배우와 'PD수첩'에 대한 고소건은 불기소(혐의없음) 처분됐다.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사진=연합뉴스

그가 영화계 거장인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작품 본연의 예술성에 대한 가치는 기억될만하다. 하지만 그로인해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그의 인생의 '외로운 죽음'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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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거장→외로운 비보' 김기덕 감독 코로나19로 사망... 거장의 60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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