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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시간의 절벽'

[박정기의 공연산책] 지난 13일 오후 5시 스타시티 후암스테이지 1관에서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시간의 절벽'을 관람했다.

차현석(1974~)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석사,중앙대예술대학원,그리고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영상문화학과 박사다. 2003년 동아대학교 주관 동아문학상 ‘시계’희곡상 당선작가다.

작품으로는 2001년 극단 후암 창단공연 '눈내리는 밤'작 연출, 셰익스피어 '오셀로'제작, 각색 연출, 2002년 산자와 죽은자가 함께 보는 '구명시식' 연출, 2003년 스타시티 1관 개관기념공연 '사랑, 영혼, 그리고 춤' 셰익스피어 '리어왕'각색 연출, 재공연 셰익스피어 '리어왕', 2004년 서울하이페스티발 참가(퍼포먼스 연출)서대문 형무소, SK 창립51주년 기념콘서트 '미래를 향하여' 제작 연출, 2006년 한.일 평화콘서트 제작, 2007년 대학로 스타시티2관 개관 및 주식회사 이지 컨텐츠 그룹 설립, ㈜이지컨텐츠그룹 주관 '색깔 놀이터 전시'제작, 2008년 대학로 스타시티 3관 개관, 스타시티3관 개관기념공연 창작뮤지컬 '온리 러브'작 연출, 2009년 연극 '충주시대'각색 연출, 2009년 폭스캄마앙상블제작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무대총감독, 2004년 9.11 테러추모기념 '뉴욕진혼제'작 연출, 2005, 2007년 일본아사히야마 음악제 참가 한국 측 PD, 2010년 이후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각색 연출, '침팬지-인간보고서'작 연출, 오페라 '현해탄'작 연출, 오페라 '햄릿',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를 연출했다.

2011년 오페라 '햄릿'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월전문화재단상, 2013년 '맥베스-미디어 콤플렉스'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흑백다방'으로 2014 2인극 페스티벌, 2015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일본공연, 2016 밀양여름연극제, 2020 한국생활연극협회 미슐랭, 20세기 작가 등을 발표 공연했다. 현재 대학로 스타시티 대표,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숙명여대 문화관광학부 겸임교수다.

무대는 노 소설가의 서재다. 배경 가까이에서부터 무대 좌우로 책장이 있고 장서가 가득 꽂혀있다. 중간에 낮은 장과 탁자에는 TV 수상기, 라디오, 은행 통장 등이 보이고, 진열장에슨 수상한 상패와 트로피가 술병, 술잔과 함께 진열되어있다. 상수 쪽 책장 위에는 서머셋 모옴 원작의 영화 바다와 노인의 두 번째 작품 안소니 퀸 주연의 포스터를 얹어 놓았다. 하수 쪽이 소설가의 집필책상, 노트북이 아닌 타이프라이터로 집필을 하고, 등 뒤에 긴 옷걸이를 세워놓고, 중앙과 상수 쪽에 소파가 놓였다. 출입문은 상수 쪽에 있다. 배경 중앙에 원형의 시계가 9시 15분에 멈춰서있다.

노 소설가는 원고 교정중이라는 설정이고 작업 중 전화를 받는다. 부인의 전화로 자식 등록금을 300만원을 입금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소설가는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고 하니까 부인은 그러고 왜 사느냐며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소리를 하며 전화를 끊는다. 소설가는 장 밑에서 밧줄을 꺼내 집필탁자 위로 올라가 들보에 끊을 얹고,  목에 밧줄을 묶는다. 잘 되지 않아 쩔쩔매니까, 소파에 누워 자고있던 청년이 눈을 뜨고 이 광경을 보고 다가가 소설가를 도와준다.

소설가가 내려와 푸념처럼 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살하려 한 원인을 들은 청년은 교정 비라며 선뜩 백만 원 수표를 4장을 꺼내 놓는다. 소설가는 수표와 통장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청년은 타이프의 원고, 책장 속의 책을 다니며 꺼내 본다. 소설가는 돌아오면서 술병과 안주꺼리를 사 봉투에 넣어 들고 들어온다. 자식 등록금을 입금시키고 남은 돈으로 술과 안주를 사왔노라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소주을 마시기 시작한다. 양인의 대화에서 두 사람은 사제지간이라는 게 소개가 된다. 그리고 청년이 그 영향으로 소설을 써 등단을 하게 되고, 현재 저명한 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노 소설가도 한때는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나, 근자에 이르러 신작 발표는커녕 집필조차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년이 선생님 덕분에 저명한 작가가 되었다고 고맙다고 하니까, 소설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잘 모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듣기만 하더니, 오래된 원고 뭉치를 꺼내 청년에게 준다. 바로 청년이 등단한 작품의 원본이다. 청년은 놀라며, 최근 선생님께서 발표하신 소설의 내용이 제 원고와 흡사한 내용이라는 소리를 한다. 그러면서 왜 제 출판기념회에 오셔서 기자들에게 제가 선생님 작품을 표절했다는 말씀을 하셨는지 그걸 가리기 위해 출판사의 원고 교정 일을 맡아 하시도록 부탁드리고 이렇게 찾아 뵈웠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침묵이 흐른 뒤 소설가는 이야기를 한다. 후배 소설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랐는데, 아무도 가까이 오지를 않고, 후배 소설가에게만 이목이 집중되기에 표절 이야기를 꺼낸 거라는 고백을 한다. 청년은 분통을 터뜨리지만 소설가는 이미 취해 흐느적거리며 그동안 자신의 지병으로 인해 자주 음용하던 약을 찾는다. 약이 떨어진 것을 알자 청년은 약을 사러 뛰어 나간다.

소설가는 홀로 자신의 처지와 현실을 생각하며 계속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죽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 털어 버리려니까 마음이 흔쾌해지는 것 같다, 심정을 타이프라이터에 쓴다. 청년이 돌아와 약을 소설가에게 먹이고 소설가는 약기운에 소파에 누워 스르르 잠이 든다. 청년은 소설가가 써 놓은 비관과 낙관은 동등한 것이라는 듯 표현한 글귀에 자신의 글을 가필하며, 이 글은 자신의 글로 발표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시간의 절벽'은 1903년에 화엄폭포 절벽위에서 18세에 자살한 후지무라 미사오(藤村操, 1886~1903) 라는 일본 천재 청년학도의 유서 암두지감(巖頭之感)을 떠오르도록 만드는 연극이다. 청년은 유서를 폭포 옆 물참나무에 걸어놓고 자살했다. 내용을 소개하면

 
만유(萬有)의 진상은 단 한마디로 말한다,

왈(曰) 불가해(不可解).

나는 이에 대한 한을 품고 번민 끝에 죽음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폭포 바위에 서니 아무런 후회도 불안감도 없도다.

아! 비로소 깨달았도다.

위대한 비관은 낙관과 일치한다는 것을!

최용민이 노 소설가, 윤상호가 청년 작가로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부터 탁월한 기량으로의 호연으로 관객을 극속에 끌어들이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제작PD 임주희, 기획 PD 림지언, 무대감독 김유신정, 포스터디자인 이재민, 사진 차현석, 후언 핑크할로 등 스텝진의 기량이 드러나, 극단 후암의 차현석 작 연출의 '시간의 절벽'을 대다수 작가들의 현실을 제대로 묘사한 한편의 폭로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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