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헐스, 조세프 테일러...두 개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펄사 발견
수십 년간 관측을 통해 중력파 존재 증거 발견...LIGO 프로젝트로

출처: 미국 물리학회

[문화뉴스 MHN 권성준 기자] 2015년에 발견된 중력파는 21세기 물리학의 최대의 발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중력파는 일반 상대성 이론의 직접적인 증거로 존재가 예견된 것은 1915년이었으나 발견하기까지 무려 100년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서 차원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하나의 차원으로 해석하여 공간 3차원에 시간 1차원을 더한 4차원 형태로 물리학을 다시 전개하였다.

출처: 픽사베이

아인슈타인은 장 방정식을 유도하여 4차원 시공간이 질량에 의해 휘어지며 휘어진 곡률로 인해 중력이 생긴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공간의 휘어짐이 진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고 이를 중력파라고 불렀다.

그러나 중력파의 발견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하였다. 그 이유는 중력파의 진동이 시공간의 진동이기 때문이다.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모든 개체가 시공간과 같이 진동하기 때문에 중력파에 의한 변화를 감지하기가 어렵다.

충분히 긴 막대가 있다면 막대 양 끝의 변화를 통해 감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의 간섭 속에서 중력파에 의한 미미한 효과를 찾기는 어려웠고 실제로 20세기에 이루어진 막대를 통한 검출 시도는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출처: 노벨 재단
러셀 헐스, 조세프 테일러

하지만 1974년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를 발견한 사람이 있었다. 러셀 헐스와 조세프 테일러라는 두 과학자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밤하늘에서 발견한 '펄사'라는 천체를 통해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펄사는 주기적으로 깜빡이며 엑스선이나 감마선을 내뿜는 천체를 의미한다. 1968년 발견된 펄사는 외계인이 사용하는 등대라는 주장이 등장했을 정도로 특이한 성질을 가지는 천체이다.

출처: 미국 물리학회

현재 밝혀진 펄사의 정체는 별이 죽어서 변한 중성자별이다. 별이 죽어가면 별빛도 서서히 꺼져가기 시작한다. 더 이상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남은 물질들에 의한 중력 때문에 수축하기 시작한다. 질량이 충분히 큰 별은 강한 중력으로 인해 별을 구성하던 원자의 양성자와 전자가 만나 중성자로 변해버린다. 이 과정을 거쳐 중성자로만 이루어진 별을 중성자별이라고 부른다.

중성자별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을 하는데 회전축 방향으로는 X선 또는 감마선이 방출된다. 회전 운동을 하는 물체는 회전축도 회전을 하는데 이를 세차 운동이라고 부른다. 세차 운동으로 인해 회전축이 지구를 향할 때만 빛의 신호가 최대가 되고 회전축이 빗나가면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중성자별은 깜빡이는 것처럼 보인다.

출처: 픽사베이

1968년 이후 몇 년간 발견된 모든 펄사는 일정한 주기로 깜빡이고 있었다. 물론 중성자별은 언젠간 멈추기 때문에 조금씩 깜빡이는 주기가 증가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는 한 유의미할 정도로 증가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논리를 따르면 일정한 주기로 깜빡이는 것처럼 보이는 중성자별을 펄사로 정의해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러셀 헐스와 조세프 테일러는 이 정의를 따르지 않는 펄사를 발견하였다.

헐스와 테일러는 펄사의 깜빡이는 주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천체를 발견했다. 만약 발견된 60초마다 깜빡였다고 가정하면 기존의 다른 펄사들은 여전히 60초로 깜빡이지만 둘이 발견한 펄사는 60초 다음엔 59초로 깜빡였다가 다시 60초를 지나 61초로 깜빡였다.

출처: 미국 물리학회

이들의 발견으로 인해 당시 과학계는 펄사의 이론을 다시 만들어야 할 줄 알았다. 다행히도 헐스와 테일러는 이 펄사가 2개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이중 펄사라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두 중성자별이 공전하여 벌어지는 도플러 효과로 인해 펄사의 주기가 변하는 것이었다.

둘은 수십 년에 걸쳐 발견한 이중 펄사를 관측하였다. 관측 과정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두 중성자별의 공전 주기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으며 3억 년 뒤에 두 천체는 충돌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지구를 비롯한 모든 공전 천체들은 조금씩 공전 주기와 궤도가 변하고 있지만 그 차이가 볼 수 있을 만큼 크지가 않다. 지구의 공전 주기는 2000년 전 로마시대나 2020년 현재에나 똑같은 1년으로 느껴진다.

출처: 노벨 재단

두 중성자별의 공전 주기 감소는 적어도 이보단 가시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윽고 헐스와 테일러는 이 발견이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전 주기가 변하는 이유는 두 천체가 공전을 하면서 그 에너지를 중력파의 형태로 외부로 조금씩 방출하고 있기 때문인데 공전 주기의 감소율을 알면 시간당 에너지가 어느 정도 방출하는 가를 알 수 있다.

출처: LIGO

이들이 관측을 통해 계산한 결과 이중 펄사의 공전 주기 감소율은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계산한 결과와 아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보였다. 이는 중력파가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헐스와 테일러는 이중 펄사의 발견과 중력 연구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공로로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이들이 제시한 새로운 가능성은 LIGO 프로젝트를 의미하는 것이고 LIGO는 결국 2015년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데 성공하였다.

-----

[MHN과학] 중력파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었을까? 1993 노벨 물리학상: 이중 펄사

러셀 헐스, 조세프 테일러...두 개의 중성자별로 이루어진 펄사 발견
수십 년간 관측을 통해 중력파 존재 증거 발견...LIGO 프로젝트로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