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 뮤지컬'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킹키부츠', '광주', '캣츠'

[문화뉴스 MHN 박한나 기자] 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년, 당신의 2020은 어땠나요.

2020년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는 공연 취소와 연기 등의 소식을 끊임없이 전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무색할 만큼 뛰어난 작품성과 배우들의 활약으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2020 공연들이 있다.

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 1탄 '리멤버 2020 스테이지' 뮤지컬 편이다.

출처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인간다움을 전하는 로봇이야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간 : 2020.06.30. ~ 09.13.
러닝타임 : 110분

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의 헬퍼봇들은 인간들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다. 하지만 제임스가 살고 있는 이 건물은 낡거나 오래되어 버려진 로봇들이 사는 곳이다. 즉, 제임스와 올리버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로봇들이다. 헬퍼봇들은 놀랍게도 인간들을 도와주는 것 이외의 당황, 부끄러움, 설렘, 놀람, 기쁨 그리고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율적인 사랑을 할 수 없게 프로그래밍 된 헬퍼봇. 하지만 올리버는 언제부터인지 제임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런 감정은 올리버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계획을 버리라는 게 아니에요. 더 좋은 계획을 세우자는 거지" 계획대로 살아가는 제임스의 하루에 '올리버'라는 변수 가득한 계획을 넣기 시작하며 그녀의 노크를 기다린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출처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특히 이번시즌 더욱 돋보였던 것은 무대였다. 멀지 않은 미래 그리고 사람이 아닌 로봇의 이야기를 다루는 그들의 고민은 '인간다움'이었다. 이 작품은 로봇에게서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는 모순적인 상황의 충돌을 무대와 영상을 통해 잘 녹혀놓은 작품이다. 우드톤의 따뜻한 톤으로 무대 전체를 구성하며 그 속에서 사용되는 최첨단 위젯들과의 대비를 이질감 없게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또한 헬퍼봇들의 감정의 변화를 영상으로 표현하여 인간과 다르지 않은 로봇들의 사랑의 전율을 그려냈다.

로봇의 모습으로 가장 인간적인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멀어진 마음의 거리 속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기억된다.

출처 CJ ENM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내게 걸맞는 특별함을 킹키하라! 뮤지컬 '킹키부츠'

기간 : 2020.08.21. ~ 11.01.
러닝타임 : 150분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이의 얼굴을 본 적 있는가. 아마도 그 얼굴은 감출 수 없는 흥분에 쌓여 있을 것이다. 뮤지컬'킹키부츠'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한 각자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내려진다. 하루아침에 아버지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게 된 찰리 그리고 강인한 복서보다 화려한 드랙퀸의 삶을 선택한 롤라. 어우러질 수 없는 목표를 가진 이들이 하나로 뭉쳐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실로 아름다움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편견과 억압 따윈 80센티 힐로 가볍게 눌러버린다. 수 많은 편견 중 그들이 던진 화두는 '드랙퀸'이다. 현재 뮤지컬 시장의 드랙퀸을 소재로 한 여러 뮤지컬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뭔가 다르다. 드랙퀸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기 앞서 드랙퀸에 대한 더 본질적인 접근을 한다. 

출처 CJ ENM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나아가 아름다움이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뒤집어 놓는다. 뮤지컬'킹키부츠'가 말하는 드랙퀸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특별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누구든지 무대 위 롤라의 'Land of Lola'를 듣는다면 단번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15cm 아찔한 높이 위, 아찔하고 섹시한 옷을 입은 롤라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있다. 

구두 공장 어린 왕자에서 어엿한 사장님이 된 '찰리' 그리고 드랙퀸에서 디자이너로 성공 데뷔한 '롤라'. 그들은 엉뚱한 첫 만남에서는 절대 예상할 수 없었던 밀라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낸다. 그러나 뮤지컬의 마지막은 성공 주역들에게만 집중하지 않는다. 엔딩곡 'Raise you up'은 '함께'의 가치를 드러낸다. '네가 힘들 때, 곁에 있을게. 삶이 지칠 때, 힘이 돼줄께. 인생 꼬일 때, 항상 네 곁에' 신나는 음악이 주는 흥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모르게 더 흥분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가사이다. 어설픈 사장 찰리를 믿고 따라와 준 공장 직원들 그리고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롤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찰리. 어딘가 모르게 더욱 끈끈해진 그들의 연대감이 한껏 느껴지는 곡이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할 수 있다는 위로보다,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 더욱 가슴 깊이 전해진 작품으로 기억된다. 

출처 쇼온컴퍼니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40년 전, 그날을 기억하다 뮤지컬 '광주'

기간 : 2020.12.11. ~ 12.13.
러닝타임 : 160분

민주화를 요구하는 광주 시민의 저항은 날로 거세져 가던 광주의 어느 날, 정권찬탈의 명분을 삼으려는 자의 유언비어가 퍼뜨려지고 폭력 시위를 조정하는 특수 군인 '편의대'가 광주에 투입된다. 각종 모략을 일삼는 그들과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가 충돌하는 가운데 편의대원 박한수가 있다.

출처 문화뉴스 DB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야학 교사부터 음악사 주인, 천주교 사제, 대학생, 함바집 주인, 학생 등 다양한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광주'는 계엄군 역시 시간이 지난 뒤 죄책감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점에서 또 다른 피해자로 보게 한다. 박한수의 감정선에 따라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전개가 그려지고 그 가운데 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의 방향과 대의를 놓고 갈등하는 다양한 시민군 군상에 우리 스스로를 대입하게 만든다.

냉정한 계엄군의 행보와는 다르게 서로에게 숨을 곳과 식사거리를 내어주는 시민들의 모습은 한 없이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함께 춤을 추며 새로올 그 날을 그리며 서로의 위로와 용기가 되어준다.

출처 문화뉴스 DB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이번 시즌의 '광주'는 '2019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과 5∙18민주화운동 관련 사진, 예술,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공연장 건물 곳곳에 전시해두어 눈길을 관객들에게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기억하도록 하였다. 이는 뮤지컬이 단순한 예술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역사적 가치를 일깨우고 관객들의 시선을 확장시키는 참신한 시도가 되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2020년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해이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의 의지와 희생을 기억하는 것이 먼저 떠난 이들을 위한 마지막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출처 에스앤코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코로나19 뚫고 온 지혜로운 외국 고양이들, 뮤지컬 '캣츠'

기간 : 2020.09.09. ~ 12.06.
러닝타임 : 160분

1년의 한 번 있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을 위해 각양각색의 고양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생김새만큼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삶은 다양한 곡조의 음악으로 더욱 풍성하게 그려진다. 각자의 사연을 구구절절 풀어놓을 때면, 도대체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알아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세계적 사랑을 받는 명작, 뮤지컬 '캣츠'는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를 받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이 이야기는 다양한 캐릭터의 고양이를 인생에 비유한 T.S.엘리엇의 우화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뮤지컬한 작품이다. 여기에 앤드루 로이드 웨버 작곡, 카메론 매킨토시 제작의 뮤지컬은 환상적인 무대, 정교한 의상과 분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어디서도 몰 수 없었던 진귀한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번 시즌 '캣츠'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에 따른 배우들의 고양이 마스크 착용으로 '안전한 공연문화'를 만듦과 동시에 시대에 맞춘 디자인이 독보이는 작품인 만큼 기존의 연출되었던 쓰레기장의 배경은 뒷골목의 모습으로 탈바꿈되어 소개된다. 폐타이어, 구두, 티스품 등 고양이 시선으로 3-10배까지 크게 제작된 캣츠의 무대가 더이상 쓰레기장이 아닌, 뒷골목이라는 것은 음침하게 숨어서 사는 고양이가 아닌, 당당한 자신의 인생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있는 고양이들로 느껴지게 하였으며 이는 각 고양이가 하나의 인격으로 느껴지게 도와줬다.

출처 에스앤코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40주년 내한공연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조·주연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는 이야기 구조는 무대 위 모든 고양이들을 빛나게 했다. 분명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합창하던 고양이는 어느 순간 무대 정중앙에 나와 자신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언제든 이야기와 음악의 중심이 되어도 손색없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 그리고 춤사위는 한국 뮤지컬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듯했다.

뮤지컬 '캣츠'의 가장 큰 매력은 고양이를 의인화하여 전해 주는 인생의 깊이 있는 통찰에 있다. 어느 하나 같을 수 없는 인생사처럼 고양이들의 묘생도 각양각색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묘생은 각각이 다르기에 빛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각 인생은 아름답고 귀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나아가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렇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대 위, 수많은 고양이들은 당신이 존재 자체가 아름답고 귀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힘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뮤지컬 '캣츠'는 오는 21년 1월 22일부터 40주년 내한공연 앙코르 공연을 5주동안 세종문화회관에서 이어간다.

출처 pixabay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으로 물리적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유지되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공연장 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함께함과 인간다움에 대한 지혜'를 찾는 작품이 많이 다뤄졌다. 어두울수록 별은 더 선명히 빛나듯, 어두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빛나는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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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2020년 관객과 함께한 뮤지컬 명작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킹키부츠', '광주', '캣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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