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중심에 '브로드웨이'가 있고 영국 런던에 '웨스트엔드'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대학로'가 있다. 각종 연극, 뮤지컬들이 즐비한 문화의 도시 대학로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의 거리이자 젊음과 낭만의 거리다.

공연과 문화의 메카로 기억되는 대학로는 지금의 서울대학교로 부터 시작된다. 1926년 일제가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와 의학부를 지금의 대학로 양편에 세운다. 시간이 흘러 해방이 된 이후 경성제국대학은 경성대학으로, 경성대학은 다시 1946년 국립서울대학교로 개편된다. 이후 1975년 서울대학교가 의과대학만 남기고 관악구 신림동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후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공연시설이 과거 대학건물의 부지에 들어섰는데 대표적인 곳이 문리과대학 부지 일부를 조성하여 만들어진 '마로니에공원'이다. 여기에 나머지 부지에도 문화예술 기관, 단체들이 들어서고 공연시설들의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며 현재와 같은 종합 문화 예술의 거리로 변모했다.

사진= 마로니에공원 전경

그렇다면 지금의 대학로를 있게 한 대학로 연극, 소극장 공연들의 역사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1979년 대학로 소극장의 시작을 알린 '샘터 파랑새 극장'을 필두로 '문화예술회관', '바탕골소극장', '마로니에소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연우소극장', '동숭아트센터', '학전소극장' 등 대학로의 주요 극장들이 개관을 이어나갔다.

특히 1985년에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특성화 되며 이화사거리부터 혜화로터리에 이르는 1.2km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기도 했다 (현재 차 없는 거리는 폐지되었다). 이후 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연극영화의 해' 등을 통해 100석 내외의 소규모 극장들을 비롯한 소극장, 문화예술단체가 대거로 등장하며 보다 더 다양성을 갖추게 되었다.

대학로의 연극을 떠올리면 극단 시스템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목화', '연희단거리패', '민예', '연우무대', '차이무' 등 수 많은 대학로 극단들은 지금의 대학로가 형성되는데 큰 자양분 역할을 했다. 기본적으로 극단체제는 하나의 예술적 성취를 목표로 전단원들이 함께 오랜 기간 훈련을 거치고 결속력을 갖추며 하나의 가족처럼 함께 생활해나가며 형성되었다.

이러한 극단 시스템을 통해 지금까지 회자되는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들과 TV와 영화 등을 점령한 연기파 배우들, 연출가들이 대거 배출되며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사실상 대학로가 지금의 젊음의 거리로 통하는 데에는 굳건해진 문화도시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오랜 시간 이어간 전통을 통해 지금의 청년들과 중, 장년층이 함께 추억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학림다방'이나 '진아춘' 등의 음식점들은 약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소가 되었고 그 밖에도 곳곳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진 장소들이 존재한다. 덕분에 대학로는 중, 장년층들에게는 젊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으로,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옛것의 따뜻함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문화, 역사, 예술이 공존하는 대학로는 2004년 5월 8일 서울에서 두 번째로 문화시설이 밀집되어 있거나 문화예술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문화지구'로 지정 되었다. 각자의 추억은 다르지만 대학로는 이 곳을 찾은 모든 사람들에게 가슴 한켠의 따뜻한 공간으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추억을 선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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