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 연극'
뮤지컬 '어나더컨트리', '콘트라바쓰', '라스트 세션', '킹스스피치'

[문화뉴스 MHN 박한나 기자] 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년, 당신의 2020은 어땠나요.

2020년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는 공연 취소와 연기 등의 소식을 끊임없이 전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소식이 무색할 만큼 뛰어난 작품성과 배우들의 활약으로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2020 공연들이 있다.

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 2탄 '리멤버 2020 스테이지' 연극 편이다.

출처 PAGE1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춘들의 초상화, 연극 '어나더컨트리'
기간 : 2020.06.10. ~ 08.23.
러닝타임 : 110분

1년만에 돌아온 연극'어나더컨트리'는 명실상부 스타 탄생의 등용문의 명색을 유지하는 탄탄한 연기력을 탑재한 신예 배우들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연극'어나더컨트리'는 각기 다른 가치관과 성향 그리고 삶의 방식을 갖고 있는 젊은 청년들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방황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신랄하면서도 세련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중 가이베넷은 자신의 모습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내지만, 자유로우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그는 미래의 출세에 대한 커다란 야망을 갖고 있긴 하지만,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캐릭터답게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과감 없이 선택한다. 배우 이해준은 이러한 가이베넷의 고뇌와 움직임을 낱낱이 묘사해낸다. 과감하게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보이는 액팅은 개인의 소신에 대해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누구보다 강하게 마주하는 가이베넷의 면모가 보이는 장면이었다.

청춘들의 고뇌와 갈등을 세밀하게 표현하는 연극이니만큼, 배우들의 감정선과 작은 표정 그리고 액팅에 대한 관객들의 집중이 높은 작품이었다. 따라서 약간의 산만한 분위기가 연출되거나 답답함이 느껴지게 되면 관객들의 집중도가 순식간에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해당 공연장을 선택한 연출팀의 의도가 궁금했다. 

출처 어나더컨트리SNS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타 대학로 극장에 대비,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는 무대가 높고 넓은 편이었다. 인터 미션 없이 롱 타임으로 이어지는 연극의 흐름에 변화 없는 무대의 모습은 관객들의 지루함을 일으키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염려를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무대연출이었다. 연극'어나더컨트리'는 적절한 소품 사용과 무대장치, 무대 조명으로 무대 위에 채워 넓은 무대에서 느껴지는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성인 남성 7명 이상이 한 무대에 설 때 무대 연출이 빛을 발했다. 자칫 좁아 보일 수 있는 공간을 짜임새 있는 동선을 구성하여 각 배역의 동선에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동선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코로나19로 누구보다 위축되어 있는 세대가 젋은 청춘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들의 가슴과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고민과 갈등 그리고 방황들이 먼 훗날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맞서는 용기가 되어주길 바래본다. 

출처 파크컴퍼니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한국초연, 연극 '라스트 세션'
기간 : 2020.07.10. ~ 09.13.
러닝타임 : 90분

시대를 초월한 최대의 미스테리!

1939년, 제 2차 세계대전 참전을 선포한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으로 어수선한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런던으로 망명한 오스트리아 출신의 학자 프로이트는 옥스퍼드 대학의 젊은 교수 겸 작가 루이스를 자신의 서재로 초대한다. 최근 자신의 책에서 프로이트를 신랄하게 비판한 탓에 초대를 받았다고 여긴 루이스. 하지만 프로이트는 뜻밖의 질문을 받게 된다.

이미 연극'라스트 세션'은 2009년 초연 이후 2년간 775회 롱런공연을 기록, 2011년 오프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 최우수신작연극 수상 등 평단의 극찬 속에 미국 전역은 물론 영국, 스웨덴, 스페인, 일본 등 전 세계 무대를 매혹시킨 마법 같은 공연이다. 빈틈없는 논리로 치열하게 맞서는 두 지식인의 대결 속에서 두 사람의 지성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발견하게 한다. 

출처 파크컴퍼니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연극'라스트 세션'은 시시각각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종교와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를 넘어 유머와 사랑에까지 지칠 줄 모르는 논쟁을 이어간다. 당장 전쟁이라는 두려움 속, 언제 다가올지도 모르는 죽음의 압박이 휩싸이는 이 상황에서 그들은 왜 그렇게 답이 없는 진부한 논쟁을 나누어야 했을까? 

공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그들의 완벽한 논리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자신의 평소 생각했던 작은 신념들이 그럴듯한 논증을 만나 완벽해지기라도 한 듯 말이다. 여전히 우리 삶에는 신과 종교,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한 논변들을 이어지고 있다. 과연 당신은 어느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혹은 이미 그 길을 정하였는가? 시시각각 전쟁과 죽음의 그림자가 그들을 덮쳐오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종교와 인간, 고통과 삶의 의미를 넘어 유머와 사랑에까지 지칠 줄 모르는 논쟁은 이어진다. 

두 사람의 오고가는 논쟁에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 것도 한순간, 그 찰나가 지나가면 어느새 두 사람이 그토록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바라듯, 그저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출처 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대세는 1인극!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
기간 : 2020.11.7. ~ 11.29. 
러닝타임 : 105분

맥주 한 병과 함께 이어지는 '콘트라바쓰 연주자'가 내뱉는 천연덕스러운 말들로 객석과 무대의 경계는 한없이 무너져 내려간다. 콘트라바쓰란 '콘트라베이스'의 독일어이다. 누구든 부러워하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그 이지만, 왠지 그는 자신의 삶에 의미와 기대를 갖지 않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콘트라바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곧장 그 존재 자체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상원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 '콘트라바스'가 원작인 작품이다. 오케스트라 내 콘트라바쓰 연주자의 삶을 빗대어 소외 받는 이들의 자화상을 그려낸 작품으로 1981년 독일 뮌휀의 퀴빌리 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출처 박앤남공연제작소,-H_H-PLAY
[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콘트라바쓰'는 41년차 중년 배우의 도전기를 담고 있다. 연기 인생 41년 만에 처음 1인극에 도전하는 박상원은 "기회가 되면 '파트리크'와 계속 싸월가며 다음 프로덕션을 준비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남기기도 하였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배우 박상원을 떠올린다면 이 극을 보며 굉장히 놀랄 것이다. 거침없는 그의 춤 솜씨와 허탕한 웃음소리 그리고 과감하고 발직한 그의 대사들은 기존의 배우 박상원이 갖고 있던 점잖고 고상한 이미지들을 벗어던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본 공연에서 박상원은 직접 콘트라바쓰를 연주한다. 진짜 연주자처럼 악기를 다루고 악기에게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영락없는 연주자의 모습이 드리워진다. 화려하고 여유로운 연주자의 삶이 아닌, 소외받고 쓸쓸함을 느끼는 한 인간의 삶을 통해서 이미 서로의 간격을 두고 있는 우리 각 개인의 소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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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연극 '킹스 스피치'
기간 : 2020.11.28. ~ 02.07.
러닝타임 : 120분

조지 5세 서거 이후,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위를 내려놓은 형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를 처지에 놓이게 된 버티는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라이오넬과 함께 말더듬증 치료에 나선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에 맞선 말더듬이 영국 왕, 과연 영국 국민을 단결시킬 연설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말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해 라이오넬을 찾아온 엘리자베스와 버티, 그러나 라이오넬은 보통의 언어치료사와는 뭔가 다르다. 궁전으로 찾아와 진료하라는 그들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치료실로 올 것을 제안한다. 심지어는 자신의 집에서 치료받을 것을 말한다. 과감하다 못해 무례한 라이오넬의 태도에 버티는 자신과의 거리를 둘 것을 말한다. "규정상 다섯걸음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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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으로 알아보는 '2020 연극'

'왕'이라는 단어만를 읽으려해도 말을 더듬는 버티가 과연 왕이 될 수 있을까. 언어치료사 라이오넬은 숨겨두었던 버티의 마음 속 이야기를 계속 자극하며 끌어낸다. 그리고 알게된 버티의 진심. "내 딸들에게 내 목소리를 전해줄수도 없어요" 딸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말에 순간의 정적이 흐른다. 아버지이기에 자식을 향한 사랑을 공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 라이오넬은 버티가 좋은 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이후, 친구가 된 버티와 라이오넬은 말더듬증을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게 된다.

세상의 치열함에 치닿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매마른 가지와도 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 아찔한 순간, 누군가의 한마디에 다시 푸른 잎을 피울 활력이 생겼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친구라는 존재는 꼭 오랜시간 친하게 지내는 존재가 아닌, 그저 마음이 외로울때, 세상의 유혹 속에 휘감길때, 알뜰하게 빠져나갈 용기와 힘을 주는 존재일 것이다. 2020년의 연말, 그대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 되어주었는지 질문하고 싶다.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속으로 물리적 거리만큼 마음의 거리도 유지되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공연장 안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본질을 찾는 작품이 많이 다뤄졌다. 어두울수록 별은 더 선명히 빛나듯, 어두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빛나는 별을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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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2020 스테이지] 2020년 관객과 함께한 연극 명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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