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뮤지컬 '그라피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뮤지컬 '그라피티'
단순한 사회 풍자가 아니다, 뮤지컬 '그라피티'

[MHN 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나만의 계란을 던지고 있는 그들에게, 뮤지컬 '그라피티'이다. 

사진 = 우리별이야기
[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에덴시의 최고 재력가이자 권력가 클라인 그리고 그의 아들 타일러. 에덴시를 장악한 뷰포트가의 권력과 횡보는 날로 거세져간다. 모든 돈과 권력으로 해결하려는 클라인에게 지친 타일러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아버지의 압박으로 또 다시 학교로 향해야 하는데... 그때 그의 눈을 사로잡은 그라피티, 이건 분명 나비스. 오랜 시간 멈췄던 타일러의 시간이 그로 하여금 다시 흐른다.

사진 = 우리별이야기
[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 뮤지컬'그라피티'

에덴시 최고 권력가 클라인 뷰포트의 아들 타일러. 그는 우연히 거리의 벽에서 얼굴 없는 예술가로 유명한 나비스의 그림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던 어느 날, 뷰포트가의 횡포를 고발하는 나비스의 그림이 에덴시에 그려지고, 타일러는 단번에 그가 나비스 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나비스를 도와 탐욕으로 가득 찬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라피티로 반항심을 표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한편, 나비스의 화살이 자신을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된 클라인은 그라피티 예술가와 전쟁을 선포하고, 자신의 권력을 총동원하여 그라피티 예술가들을 잡아들이고 그들의 작품을 멋대로 팔아 치운다.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나비스는 클라인에게 마지막 한 수를 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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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뮤지컬 '그라피티'는 벽이나 그 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어 흔적을 남기는 문자나 그림 혹은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하여 그린 그림인 '그라피티(GRAFFITI)'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라피티라는 소재 자체가 한국 정서에 깊이 와닿는 정서가 아니긴 하지만, 실제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 모티브의 가미와 틈틈이 채워진 코믹한 요소들로 자칫하면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 비판적 사고는 희극화된 사회 풍자로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스며드는 작품이다.

'그라피티'는 '뱅크시' 라는 제목으로 공연 제작사 라이브(주)가 주관하는 '2019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사업'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 4 최종 선정되어 테이블 리딩과 리딩 쇼케이스의 개발과정을 거친 세밀한 작품이다. 이후 작품에 대한 호평과 함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었다. 다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12월, 탄탄한 구성, 액티브한 음악 등 블랙코미디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재탄생된 뮤지컬 '그라피티'가 되어 관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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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그림의 가치를 모르는 벌거벗은 황제

지난 2018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파운드(약15억원)에 낙찰된 '풍선과 소녀'를 경매 종료 직후, 미리 프레임 밑에 장치된 분쇄기를 원격으로 가동시켜 그림을 '셀프' 파쇄하고 도망가는 퍼포먼스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뱅크시. 그는 "갤러리에 간 당신은 단지 백만장자들의 장식장을 구경하는 관람객에 불과할 것이다"라는 파격적인 말을 남긴 '예술 테러리스트'이다.

극중 클라인은 "현대 놀이는 짜고 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순수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탄은 끊어지지 않지만, 그라피티를 무시하는 세상의 편견을 곱씹어 말한다. 그에게 예술이란 자신의 재물욕을 채우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단순한 그림에 철학과 의미를 담아 비싼 가격으로 팔수록 사람들은 이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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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정신이 담긴 그림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이다. 나비스에게 그의 그림은 시고 항변이고 절규이며 저항의 몸부림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는 없지만 계란의 냄새는 진동하게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러니 바위를 못 깬다고 계란을 우습게 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의 계란을 찾아 꾸준히 바위를 향해 던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빠른 전개 속 칼보다 위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그림의 힘을 이미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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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네 인생의 계란은 뭐야?

극 중 나비스는 단순히 사회부정을 고발하는 단순한 인물로 그려지지 않는다. DC코믹스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담을 연상케 하는 에덴시는 영화에서 비치는 것처럼 성경의 '에덴'과는 동떨어진 타락한 세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권력욕과 물욕으로 뒤엉킨 사람들의 어두움을 극중 클라인을 통해 표현하지만, 이는 일명 '가진자들'만 누리는 호사로 보이지 않는다. 클라인을 따르는 집사의 모습을 보면 권력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비스는 단순한 사회 부정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인간적 욕망을 드러내는 역할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말을 외치는 나비스 모습과 그를 따르는 그라피티 작가들의 모습은 사회 부정에 대한 외침이 줄어들지 않고 여전히 같은 세상에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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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그라피티'를 보고 있으면 작품 속에서 나타내는 새로운 세계관의 대입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익숙함이 있었다. 되레 우리 사회를 축소해놓은 것같은 느낌이 든다. 누구나 아는 갑의 횡포,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을, 병 들의 몸부림은 나의 이야기로 그리고 너의 이야기로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명한 메시지 덕분에 보는 내내 '나의 계란'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리는 과정을 갖게 해준 작품으로 와닿았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었지만, 무한한 상상력과 저항정신으로 현대미술을 장악하고 있는 그라피티, 이번엔 뮤지컬 '그라피티'로 세상에 그리고 나에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진 = 우리별이야기
[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한편 지난 3일 뮤지컬 '그라피티'는 신선한 소재와 매력으로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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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에덴시에 남기고 간 나비스의 선물, 뮤지컬 '그라피티'

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뮤지컬 '그라피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뮤지컬 '그라피티'

단순한 사회 풍자가 아니다, 뮤지컬 '그라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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