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 스피치' 포스터

[박정기의 공연산책] 지난 7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열전 네번째 데이비드 세이들러 원작 박영록 번역 지이선 각색 김동연 연출의 '킹스 스피치'를 관람했다.

번역을 한 박영록은 고려대학교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을 공부했다. 기획, 편집, 번역 등 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역사는 현재다》 《오늘, 우리는 감옥으로 간다》 《나는 줄리언 어산지다》 등이 있다. 

각색을 한 지이선은 극작가다. '킹스 스피치', '프라이드, 킬 미 나우',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 등을 각색하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더 헬멧', '김주원의 4군자 생의 계절' 등을 발표 공연했다.

연출을 한 김동연은 연극으로는 '인간',  '환상동화', '마이 퍼스트타임', '햄릿슬픈광대의 이야기', '70분간의 연애', '닥터 이라부', '명계남의 콘트라베이스' 등을 연출했다. 뮤지컬로는 '김종욱 찾기 시즌3, 시즌4', '노트르담드 파리', '엄마의약속', '화이트프로포즈' 등을 연출했다. 그 외에 '이은결 매직콘서트' 예술감독, '삼성하계수련대회 퍼포먼스 콘테스트' 대상수상, 극단 시인과 무사 대표. 서울공연예술가들의모임 운영위원이다.

2011년 8월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킹스스피치'가  미국에서 개봉되면서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영국 왕실의 실화를 바탕으로 데이빗 세이들러(David Seidler)가 대본을 쓴 이 작품은 1936년부터 1952년까지 영국 왕으로 재위했던 죠지 6세(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와 그의 언어 치료사였던 라이오네 로그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2차 대전 중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세이들러는 70년 대에는 영화감독인 친구의 권유로 극작가로 변신하여 어렸을 때 자신이 말더듬이로 고생하면서 전쟁 때 역시 말더듬이었던 죠지 6세의 대국민 연설을 들으며 감격한 기억을 살려 죠오지가 어떻게 평생의 장애를 극복하고 실의에 찬 국민들을 격려할 수 있었던가를 언어 치료사와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을 구상하였다.

수소문하여 치료사 라이오네 로그의 아들과,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고 다음 단계로 죠오지 6세의 미망인에게(현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친) 사전 승낙을 청하였으나 ‘회상하고 싶지 않은 너무나 아픈 추억’이라며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 발표되길 바란다는 간곡한 거부의사에 세이들러는 일단 자신의 계획을 접었다. 왕후가 70대의 고령 이라는 것이 위안이었지만 그 후 황후는 28년을 더 살다가 101세에 세상을 떠났다.

황후가 세상을 떠난 후 세이들러는 30여 년이나 묵혀온 자신의 구상을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만들었고 자신이 말더듬이 교정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죠지와 라이오네 로그 사이의 치료과정과 심리적인 변화를 잘 재현해 낼 수가 있었다.

신경성 말더듬 증을 가지고 있었던 죠지는 왕실이 모든 유능한 치료사들을 동원하여 고쳐 보려고 하였으나 별 효과 없이 대중 앞에 서야 할 때마다 그를 괴롭혔다. 결국 황후의 결단으로 정식 라이센스도 없는 오스트렐리아 출신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의 치료를 받기로 한다.

치료사 로그는 환자는 반드시 누추한 자신의 진료실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며 환자의 이름은 반드시 first name으로 불러야 한다는 등 괴팍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환자의 공포심을 없애주고 친구와 같은 관계를 통해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두 사람은 왕과 언어치료사의 관계를 넘어 특별하고도 깊이 있는 우정을 나누게 되고 이 과정에서 죠오지 역시 말더듬 증을 치료하고 전쟁 중에 국민들을 격려하는 연설을 훌륭하게 수행함으로 왕으로서의 진정한 위엄을 되찾게 된다.

무대는 배경을 가린 휘장을 열면 높은 단위의 성당의 유리창이 등장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영국 왕의 옥좌가 자리를 잡고, 국민을 향한 왕의 연설장소로 설정된다. 단을 서너개의 계단으로 내려오면, 하수 쪽은 탁자와 의자를 배치해 궁중의 일실이 되거나 수상과 주교의 접견장소로 사용된다. 상수 쪽은 언어치료사의 거실이다. 거실은 중앙의 공간까지 확대 사용된다. 객석가 가까운 무대 앞 부분은 통로로 사용되고, 상수 쪽 등퇴장 로에 얕은 언덕이 있어 그리로 들어가 언어치료사의 거실과 통하게 된다.

언어치료사는 원래 배우였다는 설정이고, 자신이 출연한 공연에서 정확하고 명확한 대사를 전달하려고 익힌 방법으로, 말더듬이 왕자를 치료하게 되고, 그가 영국국왕으로 취임을 하면서 하는 연설이 만인에게 감동을 주는 명연설이 된다는 내용이다. 

때는 1939년, 히틀러가 나치 독일을 이끌어 세력을 확장시켜 가고, 당시 히틀러에 동조한 영국국왕과 주교의 모습이 연출되고, 바로 그 국왕이 유부녀을 유혹해 불륜을 저지르면서 여론에 의해 왕좌를  포기하게 되자, 본의 아니게 왕위에 오르게 되는 왕의 아우, 그러나 하늘이 도왔는지, 아내인 엘리자베스의 권유로 왕자시절에 언어치료사를 찾아가게 되고, 왕가의 후예와 평민인 치료사와의 신분관계,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서의 마찰과 갈등이 분출되지만 말더듬이 치료과정이 상세하게 전개된다. 어느정도 치료가 되었어도 마이크 앞이나, 군중 앞에 서면 더욱 말을 더듬는 왕자를 언어치료사는 기상천외의 방법으로 치료를 계속한다.

드디어 말더듬이 왕자가 형의 뒤를 이어 왕좌에 오르고 자신을 치료한 언어치료사의 이력을 조사하게 된다. 그런데 의사면허는 커녕 신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왕자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언어치료사를 사기꾼이라고 몰아부친다. 그러자 언어치료사는 자신은 원래 배우였음을 밝히고,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자신이 노력하고 애썼던 '햄릿) 3막 1장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를 복창한다. 어느 의사의 치료술로도 고칠 수 없는 말더듬이 치료를 자신이 배우였기에 치료할 수 있었음을 알린다. 왕은 언어치료사를 껴안는다.

드디어 왕의 취임식 날이 다가오고, 왕은 마이크 앞에서 전혀 말을 더듬지 않고 대중에게 명연설을 함으로써 군중은 환호와 갈채를 보낸다. 왕과 엘리자베스 왕비는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표한다. 대단원은 왕과 왕비,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과 부인 머틀이 신분관계를 뛰어넘어 평생 친구로 지내게 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라이오넬로 서현철과 박윤희가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한다. 조지6세로 박정부와 조성윤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머틀로 이선주, 엘리지베스로 양서민, 데이비드와 코즈모 랭으로 정원조가 1인 2역, 윈스턴 처칠과 조지5세로 최명경이 1인 2역으로 출연한다. 출연진의 더할나위 없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는 관객을 감동으로 몰아가고 우레보다 큰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이은경, 조명디자인 김광섭, 음악디자인 채한울, 의상디자인 홍문기, 소품디자인 노주연, 분장디자인 한새롬, 무대감독 박기쁨, 그래픽디자인 이종규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연극열전 네번째 데이비드 세이들러 원작 박영록 번역 지이선 각색 김동연 연출의 '킹스 스피치'를 연출가의 기량과 출연진의 기량이 어우러져 연말 연시를 장식하는 한편의 고수준 고품격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다만 영어발음을 할 때 자음 끝에 소유격 s가 붙으면 "스"로 발음하지만, 모음으로 끝나면 "즈"로 발음하는 것이 옳다. 그렇기에 '킹스 스피치'가 아니라, '킹즈 스피치'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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