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애틋하게', '내 쉴 곳은 바닷가 작은 집', '그 남자들의 촌집', '난 네게 반했어', '꿈꾸는 놀이터' 총 5부작
11일 밤 9시 30분 EBS1에서 방송

사진 = EBS제공

[MHN 문화뉴스 유수빈 기자] EBS 한국기행이 11일 자신들만의 색깔로 꾸며낸,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촌집들을 들여다본다.

옆 동네까지 수레 끌고 주워온 고재부터 담벼락에 그림 그리기까지. 아직도 그들의 촌집 수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밤하늘의 별들보다 화려하게 수놓아진 도시의 불빛들. 하지만 그 수많은 불빛들 중에 내 마음 편히 내려놓을 집 한 채 찾지 못해 저 멀리 촌으로 떠난 이들이 있다. 푹신푹신 라텍스 침대보다 딱딱한 온돌 구들방이 좋고, 잘 깎아놓은 밤처럼 매끈한 천장보다 울퉁불퉁 서까래가 좋으며, 화려한 네온사인보다는 밤새 불타오르는 아궁이가 좋다는 사람들.

그들에게 촌집은 예전엔 미처 알아보지 못한 행복이자, 뒤늦게 찾아낸 삶의 방향이다. 지금 스스로에게 살만한가를 물었더니 결코 아니더라는 사람들, 그 순간 주저하지 않았고, 살만한 그곳을 찾아 떠났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기행. 지금 살만한 家. 그리고 당신에게 던지는 또 다른 화두. 지금 있는 그곳에서 당신은 살만 하신 家.

사진 = EBS제공

■ 1부 소소하게 애틋하게

전남 강진, 프랑스인 자크 씨와 이승화 씨 부부는 오늘도 노란 수레를 끌고 버려진 고재를 찾아 산책을 나선다. 부부에게 촌집 허물 때 나오는 고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귀한 보물. 사는 집 한쪽엔 주워온 고재를 쌓아둔 보물창고까지 만들었다. 훗날 이 고재들로 집 짓는 게 꿈이라는 부부가 살고 있는 곳 역시 90살을 훌쩍 넘긴 촌집이다. 낮은 천장에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마룻바닥까지. 프랑스인 자크 씨에겐 불편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그는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아름다운 촌집이 좋기만 하다. 특히 부부가 좋아하는 곳은 대청마루와 툇마루를 가른 장지문. 문하나 들어 올렸을 뿐인데, 지칠 때마다 훌렁 드러눕기만 해도 좋은 볕 좋은 테라스가 탄생한다.

뿐인가. 배롱나무 아랜 나무토막 하나만 두어도, 그럴듯한 벤치가 되고. 옆집 할아버지가 버린 구들돌은 브런치 먹기 딱 좋은 야외테이블이다. 물론 웃풍 센 촌집이 추운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땀나게 톱질하고 장작 패면 금방 잊히는 불편함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들이 사는 촌집의 이름은 소소원. 작게 욕심내고, 적게 쓰는 대신 마음의 풍요를 얻는 삶을 살겠다는 뜻이다. 한때 도시에서 쳇바퀴 돌듯 소진하며 열심히도 살았던 그들에게 촌집은 이제야 소소하고 애틋하게 행복할 수 있는 공간.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법을 택한 자크 씨와 승화 씨 부부의 촌집 행복론을 만나러 떠나본다.

사진 = EBS제공

■ 2부 내 쉴 곳은 바닷가 작은 집

경상북도 포항시, 모두가 로망이라고 하는 바다가 보이는 집을 골든 리트리버 ‘곰’을 위해서 마련했다는 이창원 씨와 장은정 씨 부부. 그들은 벌써 2년째 고택을 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수리하는 중이다. 바닷가 살이 2년 차, 초짜 부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통발 확인. 문어라도 들어 있었으면 싶지만, 현실은 텅 빈소라 껍데기만 한가득하다. 그래도 부부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사는 바닷가 빨간 지붕 집 때문.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 바닷가 집에 올 때마다, 120살 된 고택의 숨은 매력을 보물찾기하듯 발견하는 중이다.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서까래 나무들의 독특한 곡선과 창호 문을 열어젖히면 펼쳐지는 그림 같은 풍경들.

바닷가 작은 집에 오면 부부는 어머니 품에 안긴 듯 그리 편할 수가 없다. 그중 가장 큰 보물은 집안에서 바다를 직접 볼 수 있는 바다 전망대. 이곳에 앉아 차 한 잔 마실라치면,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숨은 비경이 펼쳐지는 그들만의 바닷가 산책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특히 그 길 끝에는 촌집 살이 필수품인 장작까지 공짜로 얹을 수 있다. 정성으로 잘라낸 장작의 자리는 툇마루 아래 그 곳. 천하의 낭만 가객 창원 씨에겐 장작마저 인테리어 소품이다. 밤이 찾아오면, 촌집은 어느새 둘 만의 작은 캠핑장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촌집 야외극장은 바닷가 빨간 지붕 집 낭만의 하이라이트.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별빛 쏟아지는 바닷가 작은 집의 밤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마음속 풍경이 된다.

사진 = EBS제공

■ 3부 그 남자들의 촌집

전라북도 진안군, 20년 전 은사님이 살던 한옥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는 황지호 씨. 그는 결국 5년 전 그 집 ‘서이재’ 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 그때부터 시작된 그의 한옥 사랑. 이젠 무너뜨린 오랜 촌집들의 고재를 창고에 고스란히 모아두고 새롭게 다시 재건할 날을 꿈꿀 만큼, 한옥 마니아가 됐다.

오늘은 한옥 사랑의 시작이었던 서이재를 처음 수리할 때 더했던 부엌 마루를 걷어내는 중이다. 한옥에 대해서 모를 땐 뭐라도 하나 더하는 것이 한옥의 아름다움을 지키는 거다 싶었지만, 살다 보니 한옥의 진짜 아름다움을 지키는 것은 빼는 것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지켜낸 것이 비스듬하게 가운데로 기울어진 툇마루고, 나무판을 하나씩 일일이 빼내야 열리는 곡광이며, 밀주를 감춰두는 비밀 창고인 벽장이다. 하지만 지호 씨가 가장 사랑하는 딸, 정현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따로 있다. 바로 한옥 옆에 지호 씨가 직접 설계한 별채의 작은 도서관이다. 온벽을 빼곡하게 채운 책장 따라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이 나타나고, 그 안엔 천창까지 달린 정현이만의 아지트가 있다. 한 남자의 아지트에서 이젠 한 가족의 아지트로 탈바꿈한 그 남자의 한옥 ‘서이재’를 만나본다.

충청남도 서산시, 아버지가 직접 지었던 촌집에서 행복한 꿈을 꾸는 남자가 있다. 고등학생 때까지 그 집 탈출하는 게 꿈이었다는 박민용 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0년간 비워놓았던 촌집을 결국 지난해 수리하기로 맘먹었다. 사람들은 뜯어말렸던 그 일 시작하고 나서, 민용 씨가 가장 많이 마신 것이 세상의 모든 먼지. 추억이 담긴 서까래부터 툇마루까지 다 살리고 싶은 욕심에 본인이 직접 수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고군분투 끝에 다시 사람 사는 집으로 재탄생한 촌집의 이름은 청운재. 그만의 촌집 수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도 주말을 맞아 청운재를 찾은 민용 씨. 그런데 조수석에 고이 태운 동행이 사람이 아니라 항아리다. 푸른 구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의 청운재는 푸른 꿈이 없는 사람은 출입할 수 없는 민용 씨만의 꿈의 동굴. 민용 씨는 시골집에 올 때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모셔온 항아리는 앞 정원의 분위기 있는 화분으로 거듭날 예정. 항아리 아래 구멍을 뚫고 흙을 넣으면 겨울에도 푸르른 신우대의 보금자리가 완성된다. 두 개의 방을 터서 만든 안채는 갤러리 겸 작업실이다. 그곳엔 꽃 같은 글씨들이 한가득. 캘리그라피 작가이기도 한 민용 씨는 오늘도 청운재에서 푸른 꿈을 몽글몽글 피우는 중이다.

사진 = EBS제공

■ 4부 난 네게 반했어

전라남도 강진군, 인터넷에 올라온 200년 된 촌집에 반해서 중국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와 집을 계약했다는 장성현 씨와 권경진 씨 부부. 하지만, 중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찾은 촌집은 그날의 그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던 나뭇잎과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에 둘러싸인 비밀의 정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귀곡산장 같은 폐가가 그들을 반긴 것. 덕분에 오늘도 부분 이상과는 180도 다른 촌집을 수리하며 하루가 고단하다.

오늘 넘어야 할 산은 지난여름 장마에 무너진 돌담. 원래는 흙으로 쌓아 올려야 하지만, 아직 초보 일꾼 성현 씨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쌓아 올리는 수밖에. 결국 진흙 대신 시멘트를 개어 간신히 돌담을 쌓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촌집은 이제 제법 제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사람들을 맞아주는 대문 앞 작은 산책로는 집을 수리할 때 나온 구들장과 기와로 만들어낸 작품 중의 작품. 원래 있던 깊은 우물의 물을 끌어 올리는 수동펌프에선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덕분에 동네 할머니들이 놀러 오시면 꼭 사진을 찍고 체험을 하는 필수 관광코스가 됐다. 이 모든 것을 완성해 낸 것은 그 여자 아이디어에 그 남자 손길. 아내, 경진 씨의 부탁이라면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남편, 성현 씨가 마루부터 천장 서까래. 세 마리 고양이들이 드나들 수 있는 쪽문까지. 촌집의 정취를 제대로 살려냈다.

매일 고생하는 성현 씨를 위해 오늘은 경진 씨가 팔을 걷어붙였다. 찬바람 불 때면 중국에서 자주 먹던 마라샹궈 한 상을 차려낸 것. 마당 정원이 보이는 툇마루에 앉아 얼얼한 마라샹궈 한 숟가락을 뜨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첫눈에 반한 촌집에 내려온 이후, 자주자주 행복해졌다는 성현 씨와 경진 씨의 좌충우돌 촌집 고치기 현장으로 떠나본다.

사진 = EBS제공

■ 5부 꿈꾸는 놀이터

전라남도 곡성군, 올해로 쉰 살 생일을 맞은 오정남 씨는 스스로에게 평생 꿈꾸던 촌집을 선물했다. 반백 년 잘 살아왔다는 칭찬과 위로. 그래서 그녀는 요즘 촌집에서 보내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촌집에서 맞는 첫 겨울,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찾아올 손님들이 알아보기 쉽게 그녀만의 흔적인 문패를 새기는 것. 잎사귀가 없어 휑한 정원엔 다가올 봄을 제일 먼저 알려줄 수선화까지 심었다. 그리하고 따뜻하게 데워진 툇마루에 눕고 보면, 훌륭하게 살 자신은 없어도 잘 살 자신은 생기는 것도 같다.

정남 씨만의 촌집을 요즘 제집처럼 드나드는 이들도 생겼다. 바로 집을 수리하는 동안 정남 씨와 함께 빈 집을 채워갔다는 언니와 동생들. 그래서 요즘 정남 씨의 촌집은 네 자매의 꿈꾸는 놀이터로 또 한 번 변신하는 중이다. 둘째 언니가 손수 만들어온 크리스마스 리스로 한껏 분위기를 내고, 새우 감바스부터 시금치 샐러드까지 한상 배불리 먹고 나면 도란도란 이야기꽃은 덤. 어린 시절 그때처럼 배 깔고 드러누워 촌집 작은 창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네 자매는 어느새 그때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경기도 파주시,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놀 수 있는 마당 있는 집을 찾아 헤맸다는 임덕규 씨와 성혜미 씨.

지난 6월 꿈꾸던 그 집을 어렵게 구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땅끝 차이. 오래된 집에선 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했고, 아이들이 들어가길 꺼릴 만큼 낡았었다. 사람들은 모두 부수고 새집을 짓는 게 빠르겠다며 혀를 끌끌 찾지만, 집을 직접 수리해보겠다고 나선 부부. 밤낮없이 촌집 수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6개월, 그 고단한 노력 덕분에 낡아 허름했던 촌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 꿈꾸는 놀이터가 됐다.
추운 겨울 바깥마당에 모여 머리 맞대고 나무탑을 쌓아 올리는 아이들. 금세 나무 장작 탑을 완성한 아이들은 아빠 덕규 씨를 부른다. 블록처럼 쌓은 나무 탑은 사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한 사전작업. 한쪽에선 혜미 씨가 모닥불 위에 올릴 닭을 준비하는 중이다. 닭이 익을 수 있게 불씨를 살린 아이는 하람이. 장작불 통닭구이는 덕규 씨네 다섯 가족의 합작품이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닭을 함께 나눠 먹고 나서 아이들은 달려가는 곳은 하늘이 내다보이는 너른 안마당. 그곳엔 사람을 꼭 닮은 마리오네트 인형들이 있다. 아내, 혜미 씨가 아이들을 위한 인형극을 위해 직접 만든 것. 그림 그리는 알바생순이부터 호호할머니까지, 혜미 씨 손에서 마리오네트 인형들은 살아 움직인다.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그리는 알바생 순이부터, 가족의 집 고치기 무용담을 담은 인형극까지. 이곳은 다섯 가족 모두 행복한 꿈꾸는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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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국기행' 지금 살만한 家,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촌집들

'소소하게 애틋하게', '내 쉴 곳은 바닷가 작은 집', '그 남자들의 촌집', '난 네게 반했어', '꿈꾸는 놀이터' 총 5부작
11일 밤 9시 30분 EBS1에서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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