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로 운영되는 과학영재학교, 의대로의 인재 유출 겪어
기초 과학 및 기술 분야 처우 개선 시급해

사진='유퀴즈 온 더 블럭' 공식 SNS 캡처

[MHN 문화뉴스 김종민 기자] 지난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의 과학고 출신 의대생 출연자에 대해 시청자들이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11일 제작진에서 공식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의 중심이 된 출연자는 경기도 소재의 과학고 출신으로 의대 6곳에 동시 합격해 서울대 의대에 진학 중이다. 출연자는 지난 6일 방송된 '담다' 특집에서 의대생 시간 관리법, 공부법 등을 전달했다. 이어 방송에서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215시간의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며 고등학교 재학 당시 의대 지원을 목표로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출연자의 고등학교가 '과학영재학교(영재고)'여서다. 

과학영재학교는 국가대표 급 '과학자' 사관학교다. 과학영재학교는 국가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영재를 조기 선발하고 교육한다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선발 절차도 일반고-특수목적고 등 다른 고등학교와 별도로 마련됐으며, 교육과정 역시 고교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이론 및 실험-실습을 포함해 구성된다. 졸업 요건으로도 고등학생에게 졸업 논문 및 공인어학성적을 요구하는 등 '엘리트 교육' 기관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방식과 명성에 걸맞게, 재학생들은 다수가 서울대-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 등 명문 대학에 진학한다. 유퀴즈 의대생 출연자가 다녔던 '경기과학고등학교'의 경우, 2018년 기준 서울대에 51명, 카이스트에 28명이 진학해 도합 79명이 서울대-카이스트에 진학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과학영재학교는 서울대 합격자 수 기준으로 전국 고등학교에서 10위 안에 드는 '초명문' 고등학교다.

사진=한국과학영재고등학교 홈페이지

이번 출연자의 경우 '국가대표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취지의 과학영재학교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 받아 의대에 진학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비판거리가 됐다. 과학영재학교에서 의대를 목표로 입시를 준비했다는 발언이 방송을 타면서, 기관 설립 및 운영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과학고 및 영재학교 내부에서도 의대로의 '인재 유출'은 그간 심각하게 다뤄진 사안이었다. 실제로 교육부는 지난 2016년 각 시도 교육청에 영재학교나 과학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현재는 영재학교나 과학고 학생이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 그간 지원받은 비용을 산정해 다시 국가에 반환해야 한다.

한 과학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전쟁의 폐허에서부터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로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야 할 순수 과학 및 기술이 유수 인력의 외면을 받는 처지"라며 "국가 지원을 받아 의대에 진학했다는 방송이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주목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유퀴즈 제작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것들을 뒤돌아보고 성찰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시대 흐름과 보폭을 맞추고 시청자분들의 정서와 호흡하는 방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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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출연 과학고 출신 의대생 논란...세금 지원으로 의대 진학?

국비로 운영되는 과학영재학교, 의대로의 인재 유출 겪어
기초 과학 및 기술 분야 처우 개선 시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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