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신작 '소울', 2021년 1월 20일 개봉

김재형 애니메이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MHN 문화뉴스 유수빈 기자] 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꿈의 직장인 디즈니·픽사에 일하는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있다. '업', '인사이드 아웃', '코코' 등 다수의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다. 그가 전작들에 이어 오는 20일 개봉 예정인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에 참여했다. 남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김재형 애니메이터와 영화 '소울'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하세요. 영화 '소울'에서 어떤 역할에 참여하셨나요?

안녕하세요. 픽사에서 애니메이터를 맡고있는 김재형입니다.

저는 캐릭터 애니메이터로서 영화 속 인물, 동물, 사물들의 움직임과 연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원래 의대를 진학하셨다고 들었는데 애니메이터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교와 병원에 들어가서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 공부했을 때만큼 결과와 성취에 대한 만족감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고 내가 원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을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더 깊게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픽사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소울'의 주요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어디서 얻으셨나요?

영화에 대해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에 반짝임을 주고 선으로 표현한 이유는 지구에서 얻은 에너지로부터 만들어진 아직 구체적이지 않은 형태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이 형태가 자유롭게 변할 수도 있고 땅으로 돌아가 다시 생성될 수도 있는 설정으로 기획됐습니다.  

 

'소울'의 캐릭터 화풍이 기존 디즈니·픽사의 영화와 다르다고 느껴지는데, 캐릭터 디자인이 어떻게 진행됐나요?

캐릭터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아닌 사람들의 입장에서 예상하는 캐릭터가 진정성이 없고 희화화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항상 메인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있고 관객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인종에 대한 부족한 이해로 이어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제작 초기부터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염두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컨설팅도 굉장히 많이 진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보기에도 통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습니다.  

 

'소울' 제작하면서 비주얼적으로 어떤 점을 중시하고 작업하셨나요?

제가 작업한 캐릭터 애니메이션 측면에서는 말씀드리자면 세계가 두 가지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스타일이 다른 움직임을 구현했어야 했습니다. 태어나기 전 세계에서 영혼끼리의 움직임, 현실 세계에서는 몸이 바뀐 주인공들의 움직임 등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소울’에 등장하는 태어나기전 세상은 '인사이드아웃' 내면, '코코' 사후세계와 비슷한 미지의 세계인데 어떤 점을 참고해서 만들어진 세상일까요?

어느 면에서 그 영화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다른 컨셉에서 시작하고 완성시켰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혼들이 태어나기 직전의 공간이기 때문에 밝고 상상력이 가득하게 만들기 위해 영화관에서 보면 좋을 디테일들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복잡하지 않고 잘 어우러져 보일 수 있게 신경을 썼습니다. 반면, 어두운 사후세계로 가는 부분은 대조가 잘 이루어질 수 있게 표현했습니다. 사실 사후세계라고 모든 영혼들이 어둡고 불행하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마치고 가는 느낌을 줄 수 있게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피트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애니메이터로 느끼는 '소울'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크게 바뀐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자체의 컨셉이나 디자인적 컨셉이 달라지면서 움직임 등이 달라 보이는 것이 주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작업을 같이 했을 때 느낀 바로는 항상 각 영화의 스토리와 컨셉에 맞는 적절하고 어울리는 것을 찾아서 작업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한글 간판이나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애니메이터님의 아이디어가 들어갔나요?

사실 그 부분은 세트를 만들고 색과 글씨를 넣는 분들이 하는 일입니다. 제가 듣기로, 한국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은 스토리 부서에서 일하는 교포 친구가 그 아이디어를 내었고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문화에 대한 부분 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병원 장면에서 제 배경지식에 기반한 의견을 내었습니다.

 

픽사 내에서 애니메이터들끼리 굉장히 협업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울'을 제작하면서 다른 애니메이터들과 어떤 협업을 하셨나요?

실제 영화는 각각 자기 역할이 있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한 사람이 한 캐릭터를 모두 작업하는 것이 아니고 샷 별로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같은 캐릭터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작업합니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캐릭터를 표현해버리면 전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거든요. 캐릭터 움직임, 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공유하고 발전시키면서 작업을 진행합니다. 작업 시작부터 끝까지 항상 의사소통을 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영화 제작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다행스럽게도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이전에 개인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그러나 보충 작업과 다른 부서와 함께 하는 작업들이 이후에 이어져서 모든 작업 도구를 가지고 집으로 대피하듯이 돌아왔습니다. 초반에는 집에서 대규모로 작업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힘든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아요.

 

‘소울’은 애니메이터님이 직접 꿈을 좇기 위해 한 선택과도 연결되기에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직접 애니메이션을 작업한 뒤 완성된 결과물을 보고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사실 작업자 입장에서는 내가 작업한 완성물을 보는 것이 굉장히 고통스럽습니다. 항상 좀 더 잘했으면 좋겠고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볼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소울을 본 후 느낀 것은 제가 작업한 부분 외에 결과적으로 완성된 영화 전체가 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놀라웠습니다. 제가 작업한 부분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인 영화의 조화에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를 제작할 때 관객분들이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개봉을 못했지만 한국에서 개봉하게 되어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대한 안전하고 조심하게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보시고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되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2003년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근무.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2008년 픽사에 입사한 후 다음의 필모그래피 캐릭터 개발에 참여하였다. 

필모그래피
<라따뚜이>(2007)
<UP>(2009)
<토이스토리3>(2010)
<카2>(2011)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
<몬스터 대학교>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카 3>
<코코>
<인크레더블 2>
<토이스토리 4>
<온워드>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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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인터뷰] 영화 '소울'에 참여한 디즈니·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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