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와 같이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는 특약 있어도 임대인의 수선 의무 면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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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세입자와 집주인의 분쟁에서 부각되는 단골 소재로 '보일러 고장'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노후 아파트일수록 이러한 갈등이 빈번하다고 한다. 나독신씨의 사례를 통해 법률적인 해결방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나독신씨는 며칠 전 자취방을 새로 옮겼다. 건축된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였지만, 그만큼 월세가 저렴했기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씻기 위해 틀어 놓은 샤워기에서 얼음장같은 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수도꼭지를 최대한 온수 쪽으로 돌려놓아도 몇 초간 미지근해질 뿐 다시 찬물이 나왔다.

감기몸살을 달고 살고 싶지 않은 나독신씨는 집주인에게 보일러 수리를 부탁하는 문자메세지를 남겼다. 답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그 전에 입주했던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잘 살다 나갔는데 이상하네요. 그리고 미지근한 물이 나오기는 나온다면서요.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20년이나 지난 아파트로 이사오셨으면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하실 생각을 하셔야죠."

강경한 태도에 나독신씨는 계약할 때는 그런 말씀 없지 않으셨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자 집주인은 고충이 담긴 듯한 어투로 답했다.

"수리야 해줄 수 있기는 한데, 그럼 학생 보증금에서 깔게요. 저도 이래저래 형편이 어려워서 어쩔 수가 없네요."

제 잘못도 아닌 문제로 돈을 지출할 상황에 처한 나독신씨. 그를 구제할 법률에는 무엇이 있을까?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에 따르면,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민법 제623조에서 말하는 ‘인도’는 단순한 인도가 아니라 ‘목적물을 임대차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기에 적합한 상태로 인도할 의무’를 뜻한다고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서울중앙지법 2014. 6. 20. 선고 2014나13609 판결).

또, 대법원은 계약목적물에 발생한 파손 또는 장해가 수선하지 아니하면 임차인이 계약에 의하여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태로 될 정도의 것이라면 임대인은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

이러한 임대인의 수선의무는 특약에 의하여 이를 면제하거나 임차인의 부담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선의무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특약에 의하여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면하거나 임차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통상 생길 수 있는 파손의 수선 등 소규모의 수선에 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34692 판결).

즉, 보일러와 같이 기본적 설비부분의 교체, 대파손의 수리, 건물의 주요 구성부분에 대한 대수선 등과 같은 대규모의 수선은 특약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임대인이 그 수선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집주인은 나독신씨에게 보일러 수리비를 일절 요구할 수 없고, 전액 자비로 수리해줄 의무를 진다. 만일 집주인이 여전히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면, 나독신씨는 자비로 보일러를 수리한 후 집주인에게 견적서 등을 통해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집주인과의 마찰이 생겼을 때 홀로 골머리를 끙끙 앓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관련 법률과 판례를 알아두어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임차인을 많이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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