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엄마의 레시피'

[박정기의 공연산책] 지난 24일 그림아트센터 4관에서 극단 미의 리종시 작 정경호 번안 정재호 연출의 '엄마의 레시피'를 관람했다.

정경호는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명배우이자 연출가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우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조연 파워를 선보이고 있다. 연극 '남자충동'에서는 주인공 장정 역을 훌륭히 소화했고 '연극열전2'의 '늘근 도둑 이야기'에서는 '덜 늙은 도둑' 역할을 맡아 호연을 보였다. '짬뽕'과 '웃음의 대학'에 출연하고 '엄마의 레시피'에도 출연해 호연을 보인 후, '엄마의 레시피' 연출도 했다.

정재호 연출가는 경기도 양평 출생으로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이다. 연극 국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천후 연출가로 서울문화예술대학 교수다. 극단 광장, 극단사조에서 조연출, 무대감독, 연출을 하며 열과 성을 다해 연극현장에서 연극의 길을 쉼 없이 걷고 뛰어왔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사)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연극과 뮤지컬 '이구아나' '천년도' '도착, 양인대화' '팝페라 WHITE LOVE' '황진이' '카프카의 변신' '바우덕이' '백애' '들뜬도시' '일곱난장이' 신데렐라' '변신' 등을 연출했고,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다.

'엄마의 레시피'. 잘 짜인 플롯, 치밀한 전개와 놀랄만한 반전이 담겼기에 좋지만, 때론 긴장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곤 한다. 음식에 관련된 영화나 연극 중 '엄마의 레시피' 처럼 음식을 통해 극을 전개해 가는 작품은 결국 '힐링'으로 연결된다.

연극에서 '아름다울 아, 밤 율', 태어났을 때 밤톨처럼 예뻐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엄마가 군밤을 좋아해서였을까? 진아율. 아율이에게 군밤 같은 이름을 지어 주었던 엄마는 아율이가 9살이 되던 해에 아빠와 이혼하고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늘 살뜰하게 아율이를 챙긴다. 하지만 엄마는 요리솜씨가 없어 할머니에게 의존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고령이라 치매증세가 있고 심한 편이다. 새해가 되고 정초에 아율이네 학교에 프랑스에서 전학 온 존슨이라는 중국계 남학생을 대동하고 새해 인사 겸 집으로 온다. 할머니는 존슨을 반기며 자신이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 그런데 음식이 존슨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 고추가 많이 들어 엄청나게 맵기 때문이다.

그런데 존슨 참고 먹으니, 할머니는 계속 음식을 권한다. 그리고 존슨을 좋아한다. 그러나 엄마는 반대다. 아율이를 유학을 보내려고 애를 쓰는데 남자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에 성질이 솟는다. 마침 집에 텔레비전 수상기가 고장이 나 들어오지를 않으니, 전화로 고쳐달라고 연락을 하고 수선공이 등장을 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할머니는 수선공에게도 음식을 권한다. 수선공은 거절을 하고 수상기를 들고 간다. 그런데 수선공의 모습이 무척 낯이 익다는 표정을 할머니와 엄마는 짓는다. 할머니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고 존슨이 누구냐고 물어보고 물까지 끼얹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존슨을 내쫓으려 하니, 아율이는 존슨의 아이를 임신했노라고 고백을 한다. 엄마의 분노는 하늘처럼 치솟는다. 결국 아율이와 존슨은 쫓겨난다. 시간이 흐르자 아율이와 존슨이 선물을 들고 되돌아 오고, 엄마의 분노를 수그리려 한다. 함께 음식이 차려진 상에 둘러앉게 되고, 모두들 음식을 든다. 이때 수선공이 수상기를 가지고 온다. 그런데 할머니가 함께 들자고 수선공에게 음식을 권하니, 수선공은 할 수 없이 마스크를 벗고 함께 음식을 드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이 연극은 대만의 소설가 리종시의 수세(守歲)를 극화한 것이다.

무대는 한 집의 거실이다. 배경에 창이 양쪽으로 나 있고, 상 하수 쪽에 작은 무대가 있고 오르는 계단이 있어, 음식 조리대, 손녀의 공부방이 되고, 중앙은 식탁과 의자를 배치해 식당처럼 연출된다. TV 모니터가 객석 가까이에 등을 돌린 채 놓여있고, 무대 앞 통로가 이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되고, 하수 쪽 객석 가까이 문이 있다. 물받이 통을 배치해 오래된 집이라 빗물이 새는 것으로 설정된다.

김현균, 정경훈, 모성현, 김경미, 조지영, 김태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물론, 대만 대중가요 열창과 작중인물의 성격창출이나 감정 설정에 이르기까지 열정을 다하기에 관객은 흥겨운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하게 되고 갈채를 퍼붓는다.

조연출 고희선, 음악 강석훈, 조명 이재호, 무대 민병구, 기획 양태진 하형주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미의 리종시 작, 정경호 번안, 정재호 연출의 '엄마의 레시피'를 새해를 시작하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권장할만한 따사롭고 건강하고 정감이 넘치는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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