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뮤지컬 '명성황후'
아프지만 아름다운 조선의 이야기, 뮤지컬 '명성황후'

[MHN 문화뉴스 박한나 기자] 직접 보고 쓰는 공연 리뷰, 새롭게 돌아온 명작 뮤지컬 '명성황후'이다.

사진=에이콤
[직관 리뷰] 눈을 뗄 수 없는 조선의 그날. 뮤지컬 '명성황후'

시해당한 명성황후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힘없는 고종, 버릴 수도 품을 수도 없는 외세, 한(恨) 많고 흥 많은 우리의 조선을 비춘 뮤지컬 '명성황후'는 슬프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1995년 12월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무대에 올려졌던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왕조 26대 고종(高宗)의 왕후(王后)로서 비극적이었던 삶뿐만 아니라,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과 격변의 시대에 주변 열강들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만 했던 여성 정치가로서 명성황후의 고뇌를 담은 국내 창작 뮤지컬로, 역사적 사실(Fact)과 국내 크리에이티브 팀들의 상상력(Fiction)이 더해져 국내외에서 25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가능성과 이후 한국 창작뮤지컬의 방향을 제시한 작품이다.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입석을 발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공연 기간까지 연장하며 초연부터 큰 사랑을 받았으며 브로드웨이(1997년 뉴욕 링컨센터)와 웨스트엔드(2002년 런던 해머스미스극장)에 진출하여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또한 '명성황후'는 현재까지도 러시아, 중국 등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며 한국이 만든 대형뮤지컬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에이콤
[직관 리뷰] 눈을 뗄 수 없는 조선의 그날. 뮤지컬 '명성황후'

19세기 조선, 아시아에 밀려오는 제국주의와 봉건체제의 붕괴로 인해 정치와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크게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조선을 놓고 세력 다툼을 하는 일본과 청국 사이에서 러시아는 일본에 대항하여 프랑스, 독일과의 삼국간섭을 통해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시켰으며 왕후는 이런 러시아의 힘을 이용하여 일본의 침략을 막고자 하였으나, 러시아를 배후에 두고 일본의 조선 지배에 걸림돌이 되었던 명성황후는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 아래 1895년 10월 8일 새벽, 시위대와 상궁들의 목숨을 건 저항에도 불구하고 시해 당하게 된다. (을미사변 乙未事變). 당시 뮤지컬 '명성황후'를 관람한 외국 관객들은 을미사변을 세계의 주요 매체를 통해 속보를 내보내며 사건에 대한 충격과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명성황후'는 '한국이 만든 대형 뮤지컬' 이상으로 관객들에게 역사적 사건을 제시하여 그 깊이를 전하는 중요한 역사적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사진=에이콤
[직관 리뷰] 눈을 뗄 수 없는 조선의 그날.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명성황후, 새 시즌 맞이 

이번 역사적인 ‘2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뮤지컬 '명성황후'는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었던 성 스루(Sung-Through) 형식을 탈피하고 대사를 추가하여 극의 전달력을 높이고, 드라마틱하고 속도감을 올린 연출을 선보이기 위해 스토리와 음악, 안무 등이 과감하게 압축되거나 삭제되고 새로운 장면이 추가된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와 의상, 소품 등이 현대적 감각에 맞춘 디자인으로 새롭게 제작되어, 관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무대에서는 LED 패널을 이용해 다채로운 영상과 효과로 극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故이만익 화백의 명성황후 유화로 1995년 초연부터 2013년 프러덕션까지 20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뮤지컬 '명성황후'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던 이미지가 25주년을 맞아 돼 살아난다. 지난 2015년, 공연 20주년을 맞이하여 공연 이미지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이미지로 포스터를 변경하면서 2013년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25주년 프로덕션은 ‘공연의 변화와 더불어 본질에 더욱 집중한다’는 의미를 담을 수 있고, 뮤지컬 명성황후에 대한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각인 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 25주년 기념 공연인 이번 프로덕션에는 기존의 명성황후 유화 이미지로 복귀하게 되었다.

더불어 25주년 프로덕션은 캐릭터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한복과 양복 두 가지의 컨셉으로 ‘25주년 기념 공연 프로덕션’만이 만들 수 있는 모습을 담아냈다. 한복 컨셉은 인물의 표정과 사진 질감을 통해 캐릭터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양복 컨셉은 인물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의 명성황후와 고종, 홍계훈’을 만들어냈다.

작업에 참여한 조선희 사진작가는 "혼란의 시기 속에 왕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비련의 삶을 살아간 분들이기 때문에 그 안에 내재된 엄청난 감정의 깊이를 담은 표정과 눈빛을 끌어내는 것에 집중하였다"며 "역사극의 고정적인 캐릭터를 내려놓는 데에 포커싱하여 촬영했다"고 밝혔다. 조 작가의 프로필사진은 한복과 양복이 정반대의 컨셉으로 보일 수 있지만, 두 컨셉 모두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에이콤
[직관 리뷰] 눈을 뗄 수 없는 조선의 그날. 뮤지컬 '명성황후'

조선이라는 자부심을 담은 작품

25주년을 맞이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여전히 웅장하고 뜨거웠다. 우리 장단, 우리 악기와 어우러진 오케스트라 음악, 우리 전통 무용과 무사들의 몸 놀림은 눈과 귀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또한 25주년 기념 공연 프로덕션의 '명성황후'는 거침없어 보였다. 아프지만 직시해야 하는 우리의 과거에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그 아픔의 깊이는 적나라하게 그려냈기에 그날의 간절함이 더욱 진하게 와닿았다.

안타깝게도 25주년을 맞이한 '명성황후'는 제대로 개막조차 못한 채 3회의 프리뷰 공연을 남기고 무기한 개막 연기를 선언했다. 2.5단계가 또 연장되고, 계속해서 두 칸 띄어앉기가 시행된다면 출혈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연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이다. 

사진 = 한국뮤지컬협회 제공

이에 최근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와 한국뮤지컬협회 등은 ‘동반자간 거리두기’ ‘객석 점유율 70%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명성황후’는 슬프지만 힘을 주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명성황후'가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관객들에게 다시 용기를 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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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리뷰] 눈을 뗄 수 없는 조선의 그날. 뮤지컬 '명성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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