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복권 나눠 당첨 확인했다면 당첨금 공유하는 묵시적 합의 있었다고 보아야
타인 몫의 당첨금 반환 거부한다면 횡령죄 성립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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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학생회장 안흑심 씨는 부원들과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다 4천원을 내놓으며 장난삼아 복권을 긁어보자 했다. 그러자 안흑심 씨와 절친한 사이인 나우애 씨가 편의점에서 즉석복권 4장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안흑심 씨는 나우애 씨, 부원 A 씨, 부원 B 씨와 함께 탁자에 둘러앉아 각자 즉석복권 한 장씩을 골라잡게 했다. 복권을 긁어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나우애 씨와 부원 A 씨의 복권 2장이 각 2,000만원에 당첨됐다. 이에 나우애 씨는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다 얼굴을 씻기 위해 당첨된 복권을 탁자에 놓아두고 잠깐 화장실로 자리를 떴다.

나우애 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안흑심 씨는 부원 A 씨에게 건네 받은 복권과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나우애 씨의 복권까지 허락 받지 않은 채로 가지고 나가 은행에서 당첨금 4,000만원을 수령했다. 그리고 나우애 씨와 부원 B씨에게 당첨금 명목으로 100만원씩을 지급했다.

그러자 나우애 씨와 부원 B씨는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어 달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안흑심 씨는 내 돈으로 구매한 복권이 당첨된건데 왜 그래야 하느냐 반문했다. 이들은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법정으로 향하게 되었다. 양측 입장 모두 충분히 수긍되는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은 어떠했을까?

대법원은 함께 복권을 나누어 당첨 여부를 확인한 자들 사이에 당첨금을 공유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복권의 당첨금을 수령한 안흑심 씨가 타인 몫의 반환을 거부한다면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433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판단한 이유는 안흑심 씨와 나우애 씨, 부원 A 씨, 부원 B 씨가 평소 친숙한 사이고, 복권 1장의 값이 500원에 지나지 않는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각자 나누어 가진 복권 중 어느 누구의 복권이 당첨되더라도 당첨금을 공평하게 나누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 복권 구입대금을 출연한 안흑심 씨만이 당첨금을 소유하고, 나우애 씨, 부원 A 씨, 부원 B 씨는 단지 안흑심 씨를 위해 그 당첨 여부를 확인해 주는 의미로 대신해서 복권을 긁어 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흑심 씨가 당첨된 복권 2장을 가지고 가 당첨금을 수령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자신을 비롯한 나우애 씨, 부원 A 씨, 부원 B 씨 등 네 사람의 대표로서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안흑심 씨는 세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몫을 제외한 당첨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서있으므로 그들의 요구에 따라 당첨금 1/4을 반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시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안흑심 씨가 당첨된 복권 2장의 소유권이 모두 자신에게 있음을 전제로 그 당첨금의 반환을 거부한다면 불법영득의 의사가 인정돼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만일 안흑심 씨가 복권을 나눠줄 당시 복권당첨금을 어떻게 할지 명시적으로 정해 놓았다면 정해진 내용대로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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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재미삼아 같이 긁어본 복권…당첨금 나눠야 할까?

함께 복권 나누어 당첨 여부 확인했다면 당첨금 공유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 있었다고 보아야

타인 몫의 당첨금 반환 거부한다면 횡령죄 성립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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