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재물손괴죄에 해당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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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문화뉴스 황보라 기자] 피아노 학원 원장인 나음표 씨는 신학기를 맞아 새로운 원생을 모집하기 위해 학원 앞 길목에 홍보용 배너와 거치대를 세워두었다. 그러나 옆 건물 미술 학원 원장인 김그림 씨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의 학원 아르바이트생에게 해당 광고판을 치우라고 지시했다.

이에 아르바이트생은 나음표 씨의 광고판을 컨테이너 창고에 넣고 잠가버렸고, 나음표 씨의 신고로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그림 씨를 재물손괴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는데…과연 원형 그대로 보존된 채 이동만 이루어진 경우에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비록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을 초래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겼더라도 광고판은 본래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김그림 씨의 행위는 재물손괴죄에서의 재물의 효용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도18807 판결).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그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1971. 11. 23. 선고 71도1576 판결, 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도336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김그림 씨의 행위는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재물의 효용을 침해하였으므로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

그 밖에도 자동문을 수동으로만 개폐할 수 있게 만들어 자동잠금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우에도 재물손괴죄 성립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9219 판결).

다만 아파트 관리소장이 아파트 상가 난간에 부착된 ‘관리비 낭비, 관리소장·동대표회장 책임져라’라고 기재한 현수막을 임의로 떼어내 재물손괴죄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관리소장에게 현수막을 철거할 권한은 없으나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결여된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도 있다(대전지법 2017. 2. 10. 선고 2016고정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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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재물손괴죄에 해당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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