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늘푸른 연극제

 

[박정기의 공연산책] 지난 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제5회 늘푸른연극제 극단 미학의 소포클레스 작, 천병희 역, 정일성 연출의 '오이디푸스'를 관람했다.

《오이디푸스 왕은 소포클레스가 지은 아테네 비극이다. 기원전 429년에 초연되었다. 소포클레스가 지은 테베 세 연극(Sophocles' three Theban plays) 중 두 번째로 완성되었다. 그러나 시간 순서로는 첫 번째이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가 그 다음이고 《안티고네》가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많은 사람이 소포클레스가 지은 테베 세 연극(Sophocles' three Theban plays)을 그리스 비극 명작으로 간주한다.

천병희 교수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에서 5년 동안 독문학과 고전문학을 수학했으며 북바덴 주정부가 시행하는 희랍어 검정시험(Graecum)과 라틴어 검정시험(Großes Latinum)에 합격했다. 지금은 단국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로, 그리스 문학과 라틴 문학을 원전에서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원전 번역으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로마의 축제들』, 아폴로도로스의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아이스퀼로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에우리피데스 비극 전집』,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전집』, 『메난드로스 희극』, 『그리스 로마 에세이』,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크세노폰의 『페르시아 원정기』, 플라톤전집,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시학』 등 다수가 있으며, 주요 저서로 『그리스 비극의 이해』 등이 있다.  

정일성연출은 1939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극단 미학 대표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재학시절 쉴러의 '군도'와 티에리 모니에의 '암야의 집'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한 후 국립극단 1기생이 되어 '나의 독백은 끝나지 않았다'에서 주인공을 맡아 호연을 보였다. 1963년 TBC-TV 연출부에 입사 TV 드라마 '조선총독부'를 연출했다.극단 동인극장 창단동인으로 셰익스피어 400주년공연, 도스토에프스키 원작 알베르 까뮈 각색 '악령', 테네시 윌리엄즈 작 '유리동물원', 유진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연출하고, 67년에 도미, 뉴욕에서 대학을 마친 후 귀국해 극단 현대예술극장의 '세일즈맨의 죽음', 국립극단의 '남한산성', 국립창극단의 '황진이' '대춘향전' 등을 연출했다.

1998년에는 극단 미학을 창단하고 창단공연 '햄릿'을 올린 후, '토이어', '아비', '당신, 안녕', '브루터스, 너마저!', '하녀들', '줄리어스 시저' '까페 블루문', '승부의 종말', '게임의 종말' ,'곰팡이' '엄일탁 우리 아부지',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하고, 2002년에는 광주시립국극단 '현해탄에 핀 매화' 등을 연출해 일본 순회공연을 했다. “거창연극제” “전국연극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문화예술발전공로상을 수상했다.

'오이디푸스 왕'은 1967년 명동국립극장시절 극단 신협이 고 이해랑 선생 연출로 초연되었는데, 고 김동원 선생이 '오이디푸스' 역으로, 황정순 선생이 '이오카스테'로 출연해, 기둥 두 개만 세워진 무대에서 열연을 했고, 소포클레스원작을 배우의 연기만으로 100% 살려낸 잊지 못할 연극이었다.

1975년에 연극인회관에서 극단 작업에 의해 고 길명일 선생 연출로 하대경이 '오이디푸스'로 전아가 '크레온'으로 출연해 기량을 펼쳤고, 1990년에는 국립극단에서 김철리 연출의 '오이디푸스'의 공연이 이루어졌고, 1997년 극단 무천의 김아라 연출, 2002년에는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연출, 2010년에는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 2011년에는 재단법인 국립극단의 손진책 단장시대가 열리면서 한태숙 상임연출에 의해 첫 번째로 공연이 된 '오이디푸스'는 연극계의 백남준으로 일컫는 물체극 연출가 이영란이 가세해 무대에서의 예술적 현시효과를 높인 이래 2019년 예술의 전당에서 황정민 주연의 서재형 연출로 공연되기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극단 미학의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연극을 직접 관람하는 느낌으로 연출되었다. 장치나 음악, 의상은 물론 배우들의 대사나 연출표현에서 그리스풍이 제대로 무대 위에 구현된다. 높은 계단을 올라가 배경 앞의 아치형의 궁궐 입구에서부터 상하 양쪽의 고풍스런 궁궐기둥 코러스와 시민들의 일관된 행동, 의상 분장에 이르기까지 본고장인 그리스에 가서 공연을 해도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될 공연이다.

연극의 내용 전달도 완벽에 가깝고, 군중 장면에서의 동 선 처리라든가, 주인공과 주요 배역의 독백을 하는 듯싶은 대사처리도 제대로 된 연출력에서 살아 움직이는 장면 장면이 계속된다.

연극은 오이디푸스가 테베의 왕이 되고 테베의 시민들이 역병(疫病)에서 구제(救濟)해 달라고 오이디푸스에게 촉구(促求)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이 역병은 테베 왕 라이오스를 살해하여 신들이 내린 벌이라는 내용이다. 자신이 한 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인자를 찾는 오이디푸스는 맹인 예언자인 티레시아스(Tiresias)에게 그 수배(手配)를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티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 자신이 그 남자가 찾는 살인자라는 사실을 말한다. 이것이 오이디푸스를 격노하게 한다. 예언자를 이오카스테의 남동생 크레온(Creon)과 공모했다고까지 몰아간다. 놀란 이오카스테가 등장해 오이디푸스를 말린다.

오이디푸스는 살인의 생존한 유일한 목격자인, 왕 라이오스의 종을 소환한다. 그 남자는 오이디푸스가 왕이 되었을 때 규명(糾明)될 진실을 두려워하여 달아난 사람이다. 곧이어 코린트에서 오이디푸스가 생부라고 믿고 있는 폴리버스의 사망을 알리려고 전령이 도착한다. 전령은, 사실은 오이디푸스가 폴리버스의 입양된 아들이라는 사실과 오이디푸스가 왕 라이오스에 의해 버려진 아들이라고 밝힌다. 이오카스테는 전 남편 라이오스가 바로 자신이 낳고 버린 아이인 오이디푸스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오카스테는 목매 자살한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자신의 두 눈알을 파낸다. 대단원은 오이디푸스가 왕이 된 크레온으로 부터 떠나 광야로 향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오이디푸스 役 문창완, 이오카스테 役 이란희, 테이레시아스 役 이태훈, 크레온 役 최우성, 목자 役 조정근, 사자2 役 김예기, 코러스 장 役 노석채, 사자1 役 김동일, 사제 役 이규원, 소녀 役 하예영, 왕의 시종 役 정희중, 왕비의 시녀 役 장서윤, 시민 役 이주미 이율 이상택 김보람 임종현 금재화 정진화, 코러스 役 김기령 김미나 정혜자 전혜영 이호림 한진우 임종완 임영선 서수찬 이동협 등이 출연한다. 마치 시극을 하는 듯싶은 대사나 발성은 물론 성격창출이나 연기력에서 출연진은 혼신의 열정을 다해 갈채를 이끌어 낸다.

주최 스튜디오 반, 총진행 장설하 김명수, 음악 강석훈, 무대 김예기, 조명 신호, 의상디자인 손진숙, 분장 박필영, 홍보 김은균, 무대감독 김미나, 조연출 김동일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제5회 늘푸른 연극제 극단 미학의 소포클레스 작, 천병희 역, 정일성 연출의 '오이디푸스'를 본고장인 그리스에 가서 공연을 해도 좋을 그리스풍의 독특하고 탁월한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