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지휘자 에도 데 바르트,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브 ⓒ 서울시향

[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17일과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그너의 반지 : 관현악 모험'을 개최한다. 양일 공연 출연자와 프로그램은 동일하다.

이번 무대에는 76세의 네덜란드 지휘 거장 에도 데 바르트(1941년생)가 지휘봉을 잡고 바그너의 대서사시 '니벨룽의 반지'를 한 시간 분량으로 편곡한 관현악 버전을 선보인다. 협연 무대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피아노 스타 베조드 압두라이모브(1990년생)가 프로코피예프의 불꽃같은 피아노 협주곡 제3번으로 콘서트의 문을 연다.

'니벨룽의 반지'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걸작 중 하나다. 바그너가 26년 만에 완성한 노작(勞作)으로 푸치니를 비롯한 이후 작곡가 세대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저주 받은 반지가 저주에서 풀려나기까지의 여정과 그 반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곡은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전체 4부작에 연주시간만 장장 16시간에 달하는 대서사극이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바그너 악극의 전문 편곡가로 평판이 높은 작곡가 헨크 데 블리거가 한 시간 분량으로 압축한 관현악 버전을 선보인다. 원곡의 주요 장면들에서 발췌한 음악들을 편집한 후 극의 전개 순서에 따라 유려하게 연결한다. 특히, 이 버전은 이번 공연의 지휘자인 에도 데 바르트가 1992년 네덜란드 필하모닉의 연주로 초연 지휘를 맡은 바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에도 데 바르트는 특히 바그너 해석에 정통한 지휘자로 정평이 나 있다. 1979년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바그너 '로엔그린'을 지휘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그가 음악감독으로 몸 담았던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과 '니벨룽의 반지' 전곡 사이클을 완성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는 NHK 심포니, 시드니 심포니, 플란데렌 로열 필하모닉 등과 '발퀴레',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지그프리트 목가'를 연주한 바 있다. 그가 녹음한 바그너 관현악 음반만 9장에 이른다.

서울시향은 2012년부터 꾸준히 바그너 관현악 작품을 연주해왔다. 2012년에는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지휘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곡 한국 초연, 2014년과 2015년에는 '니벨룽의 반지' 중 '라인의 황금'과 '발퀴레' 콘서트 버전을 무대에 올렸다. 오랜 시간 바그너 작품을 탐구해온 에도 데 바르트와 서울시향이 이번 공연에서 어떤 해석을 펼쳐낼지 기대를 모은다.

전반부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브가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한다. 압두라이모브는 2009년 18세의 나이로 런던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데카 레이블로 이 작품과 피아노 소나타 6번 등을 내놓아 "스릴 넘친다"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코피예프의 새로운 대가로 떠오르고 있다.

베조드 압두라이모브가 선보일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작곡가가 남긴 다섯 편의 피아노 협주곡들 가운데 가장 폭넓은 다양성과 대중성을 지니고 있다.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라흐마니노프의 제2번 협주곡과 더불어 '러시아의 3대 피아노 협주곡'으로 일컬어진다. 프로코피예프가 1918년에 러시아를 떠나 16년간 망명생활을 할 때 프랑스에서 완성된 작품으로 피아노의 기계적 속성을 극대화해 이뤄낸 음들의 순수한 조화와 대비는 러시아의 러시아적인 정경과 정서를 강하게 환기시키기도 한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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