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즈음 [명사] 바로 얼마 전부터 이제까지의 무렵. 문화뉴스판 사설(社說)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숫자 맞추기'는 가끔씩 즐기는 놀이다. 지금이 몇 시인지, 또 몇 도인지, 저 사람의 체중은 몇인지 머릿속으로 가늠해본다.

대략적으로 대충대충 즐기는 놀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뭔가 승부욕이 생겨 허투루 질러대지는 않는다. 남산만한 덩치의 레슬링 선수를 보고 '56킬로겠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 규칙은 있다.

일단 시간은 기억으로 더듬어 간다. '집에서 8시 10분에 나왔고 지금이 용산 역이니 8시 40분쯤이겠지' 하는 식이다. 또 날씨나 기온 등으로 알아채기도 한다. '쌀쌀한 3월치곤 꽤 따뜻한데 그렇다면 3시 정도란 소린가' 정도다. 밤 시간이거나 실내에 있을 땐 다른 것으로 짐작한다. '안주를 거의 다 먹었으니 얼추 1시간은 지났겠지'라던가 '맨날 늦는 저 녀석이 왔으니 30분 정도 됐군' 하는 식이다. 시간 맞추기에 대한 정확도는 나름 높다.

온도를 맞추는 일등공식은 역시 몸이다. 이마에서 땀이 촉촉하게 나오면 일단 20도는 넘었다는 말이다. 물론 비오는 날의 바로미터는 또 다르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에도 측정 방법은 달라진다. 또 아무 것도 안 했는데 등에서 땀이 세어 나오면 25도를 넘는다는 소리다. 거친 운동을 했을 때는 변수가 많아지니 측정을 자제한다. 추운 정도는 얼음으로 안다거나 손이 시린지 등으로 추측한다.

체중은 역시 외양으로 알 수 있다. 남자의 경우 일단 70킬로그램 정도에서 시작한다. 보통 체중을 그 정도로 정한 후, 그 이상인지 밑인지를 가늠한다. '저 사람은 몸이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하고 키가 180 정도니 일단 85킬로그램은 넘겠네'라고 파악한다. 여자는 55킬로에서 더하고 뺀다. 160을 약간 넘는 평범한 체형의 여자를 저 정도로 잡는다.

쓸데없는 짓이라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 보니 꽤 도움 되는 놀이다. 숫자를 맞추는 데에는 여러 방식의 추론이 필요하고 뇌세포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또 숫자라는 게 특성상 기억하고 있기 힘든데 저렇게 이미지를 통해 받아들인 수치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또 생활 속에서 맞출 일이 많은 숫자 중 하나는 바로 나이다. 초대면의 사이에서 나이는 10분 이내에 튀어나오는 흔한 주제. 연세가 몇이냐 물어야할지 나이가 몇이냐 물어야할지도 쉽게 하는 고민이다. 다른 것보다 더 맞추기 쉽지만 입 밖으로 낼 때 어느 정도로 해야 할 지 고심하게 된다. 5살 정도 낮춰서 부르는 게 매너로 통한다. 여자의 경우 십 자리를 바꿔 부르는 과감함도 좋다.

입 밖으로 낼 때 조심해야하는 건 나이만이 아니라 체중, 키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 민감도가 더 올라가는데, 아예 그런 구체적 신체 수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걸로.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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