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두산인문극장: 갈등', 20일부터 4개월 대장정 돌입

   
▲ (왼쪽부터)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안은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안무·연출가, 김은성 연극 '목란언니' 작가, 전인철 연극 '목란언니' 연출, 연극 '죽음과 소녀'에 출연하는 양종욱 배우(양손프로젝트 대표), 김재엽 연극 '생각은 자유' 작·연출,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갈등'은 생산적이다. 팽팽한 대립의 긴장에서부터 새로운 길이 탄생한다. 가끔 파국적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역동적인 과정에서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니, 희망한다. 과정이 힘들어도 견딜 수 있고, 그 끝의 희망을 등불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무언가를 얻어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자연과 불화하지만, 그 불화는 서로가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Conflict' 소개글 中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두산인문극장'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이 만나는 자리로, 20일부터 6월 17일까지 두산아트센터에서 4개월에 걸쳐 사회학과 인문학 등 각 분야의 강연자들을 초청하며 주제와 연결된 강연, 공연, 전시, 영화상영을 진행한다. '두산인문극장'은 2013년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를 시작해, 2014년 '불신시대', 2015년 '예외(例外)', 2016년 '모험'이라는 주제로 관객을 만났다.
 
이날 기자간담회엔 강석란 두산아트센터 예술감독,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비롯해 안은미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안무·연출가, 김은성 연극 '목란언니' 작가, 전인철 연극 '목란언니' 연출, 연극 '죽음과 소녀'에 출연하는 양종욱 배우(양손프로젝트 대표), 김재엽 연극 '생각은 자유' 작·연출,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가 참석했다.
 
강석란 두산아트센터 예술감독은 "'두산인문극장'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같이 생각해 볼 만한 테마를 여러 각도로 탐색하는 두산아트센터의 기획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열었다. 강 예술감독은 "불화와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긍정적인 효과를 희망한다. 갈등이 많은 사회이기 때문에, 갈등에 관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주제 선정 이유를 밝혔다.
 
   
▲ 강석란 두산아트센터 예술감독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2017년은 두산아트센터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라며, 강 예술감독은 "보통 인문극장에선 신작 공연을 많이 올리는데, 10년 동안 해온 공연 중 관람객의 평이 좋았던 공연 3편, 신작 1편으로 꾸며봤다"고 말했다.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두산인문극장'을 올해로 5번째 같이 기획하고 있다"며 "'갈등'이라는 주제를 잡은 것은 지난해 중반이었다. 당시 올해엔 여러 가지 형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실제로 했다. 탄핵 국면 전이었지만, 정치적 갈등은 심했다. 한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지정학적으로 위치한 여러 나라의 갈등도 크게 올라왔었다. 거시적으로 보면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갈등도 시작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일우 대표는 "대단히 많은 갈등이 올해 붉어질 것 같았고, 다양한 각도로 이 문제를 설명했다"며 "다시 들여다보면서,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보려 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두산인문극장의 주요 행사들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의 이야기와 함께 살펴본다.
 
   
▲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의 안은미 안무가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3월 25일~26일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두산아트센터와 안은미컴퍼니가 '한국인의 몸과 춤'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2011년 첫선을 보였다.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는 할머니들의 몸짓은 소박하지만, 새로운 삶의 에너지를 담았다.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르는 할머니들은 안은미컴퍼니와 함께 '단발머리', '백만송이 장미', '낭만에 대하여' 등 가요에 맞춰 막춤을 선보인다. 관객들은 할머니들의 몸짓을 통해 삶의 의미와 역사를 살펴본다. 이 작품은 스위스, 독일, 벨기에 외에도 2014년 프랑스 파리여름축제 초청작으로 선정돼 현지 언론과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품을 연출한 안은미 안무가는 "작품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2011년과 같다"며 "출연하는 할머니들이 엄청 많은데, 더 오시겠다는 것을 막고 있다. 25명 정도 초연에서 공연했고, 10~12명 정도가 해외공연을 했다. 이번엔 약 40여 명이 오신다. 할머니로 꽉 채우고 싶지만, 진행상 어렵다.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6.25 전쟁 역사 이후에 이렇게 세계적으로 열광하는 무용 투어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작품이 판타지적인데, 속도 조절이 초연 때와 완전히 다르다는 확신은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재연을 결정한 이유를 묻자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는 "우리 몸 자체가 갈등의 출발점"이라며, "안은미 선생님과 함께 리서치를 했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을 몸을 통해 발견했고, 그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춤과 움직임과 같은 예술이라고 봤다. 그래서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발점이 되고자 했다"고 밝혔다.
 
   
▲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2011년 공연 모습. ⓒ 두산아트센터
 
안은미 안무가도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의 시작은 사실 갈등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세대의 몸 격차에 관해 주목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 무용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보면, 근대 춤의 변천사가 인간문화재 전통 위주로 됐다. 시대의 춤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교육받지 못한 여자나, 사회에서 지도자가 되지 못한 여성의 몸에 대한 기록을 찾아가고자 했다. 길거리에서 어머니에게 춤을 춰달라고 할 때, 나는 배운 게 없어서 못 한다고 한 분들이 있었다. 갇혀있는 의식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은미 안무가는 "춤바람이라는 말이 있듯이, 근대인들에게 춤은 하면 안 된다고 배워졌다. 언어는 지적이지만, 몸은 천하다고 생각한다. 광대라는 표현도 그렇고, 저희 엄마도 춤은 기생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인식은 아직도 박혀있다. 춤은 인간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언어인데, 그걸 가둬놓는다. 사회에서 몸을 바라본 시선이 없다. 세대별로 나눠서 할머니부터 시작했지만, 아저씨도 보니 더 갇혀있었다. 자기가 갇혀 있는 인격적 자유가 무엇인지 확고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신 것이다. 춤을 추려면 왜 이 사회에서 쑥스러운 인간인가?"라고 이야기했다.
 
   
▲ 연극 '목란언니' 김은성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3월 28일~4월 22일 연극 '목란언니'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인 김은성 작가와 전인철 연출의 '목란언니'는 2011년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에서 낭독공연으로 선보인 후, 2012년 두산아트센터 경계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된 연극이다. 분단된 남북처럼 갈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담아냈고,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 여신동이 미술감독으로 참여한다.  
 
김은성 작가는 "2010년 겨울부터, 2011년까지 계속 작품을 썼다"며 "당시 남북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계속 안 좋아졌었다. '목란언니'는 남북관계 정면으로 다루진 않지만, 공연을 보고 가끔 한 번씩은 북에서 온 사람들 이야기를 우리끼리하고, 통일이라는 낯선 단어를 한 두 번씩 소개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썼다. 그 이후로 5~6년이 지나가는데,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놀랍게도 작품의 시의성이 아직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기뻐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작가로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 작가는 "작가가 처음 작품 공들여 쓸 때는 그 작품을 사랑한다"며 "마음을 들여야 작품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작품 속에 들어와 있는 그 인물들에게 계속 매달려있을 순 없고, 거리를 어느 순간 둬야 한다. 좀 미안한 마음이 가끔가다 들기도 한다. 그래도 계속 공연을 하면 애정이 없어진 그 무엇들에 대해 다시 애정을 억지로 가져보려는 생각도 든다. 공연을 통해서 이렇게 오랜만에 한 번 정도 궁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전인철 연출이 '목란언니' 과거 공연을 회상하고 있다.
 
전인철 연출은 "'목란언니' 초연이 2012년이고, 재연은 2013년이었다"며 "2012년엔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2013년 재공연할 때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었다. 공연엔 유신정권이나 남한의 정치 상황이 나온다. 초연할 때는 그러한 부분이 관객에게 웃음으로 다가갔다. 2013년 재공연할 때는 관객이 대부분 경직된 단어로 받아들이는 것을 느꼈다"고 초연과 재연을 회상했다.
 
이어 전 연출은 "상당히 경직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2013년 공연 중엔 한 남자 관객이 '김정은 만세'라는 대사를 듣고 배우들에게 욕을 하고 공연이 잠깐 중단된 적이 있었다. 2017년이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어떤 얼굴로 이 연극을 이 인물을 바라보게 될지 흥미롭게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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