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 소속 배우이고 소극장 혜화당 대표로 활동하는 이승구와 극작 겸 연출가이자 혜화당의 프로그래머를 맡은 김세환을 만났다. 이들은 현재 소극장 혜화당 운영 동인으로 극장의 여러 가지 기획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을 누르면 이번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54회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클릭)  

 

Q. 각자 공연계에 몸담게 된 배경과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 달라.

ㄴ 이승구: 친할머니가 배우를 하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어릴 때부터 연극을 접하게 되었고 초등학교 때 처음 무대에 올랐다. 문예회관 대극장(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오페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데뷔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어느 연극 연습에 참관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셨고 자연스레 단역으로 무대까지 서게 되었다. 정동환 배우님이 출연하셨던 '닥터 지바고'라는 연극이었고 그것이 연극의 정식데뷔작이 되었으며 93년도였다. 그러나 연영과 입시에는 실패했고 고교졸업 후 연희단거리패 산하 우리극연구소 1기로 입단해서 단원이 되었고 이후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연극을 하고 있다.

ㄴ 김세환: 어릴 때부터 영화광이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고등학교 때 방송반 활동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영화 만드는 것을 고민했는데 '연극을 배워서 내가 경험한 방송반 활동과 결합하면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청소년극단을 찾아가서 연극을 배웠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고교 시절부터 극단 활동을 시작했고 졸업 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플스 54회 게스트. (왼쪽부터) 김세환 연출, 이승구 대표

 

Q. 소극장 혜화당을 운영하게 된 배경이 조금 특별했다고 하는데….

ㄴ 이승구: 소극장혜화당은 현재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 동인 9명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엔 까망소극장으로 한국연극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극장이었다. 까망소극장 부대표로 활동하던 후배가 있었는데 '까망소극장이 폐관위기에 있어서 인수할만한 젊은 극단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나도 극단 까망의 대표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그곳에서 본 추억이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한 달 정도 뒤에 우연히 후배를 만났을 때 다시 물으니 적임자를 못 찾고 있고 상업극하는 단체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 극단 자전거 날다 회의 때 이 이슈를 논의에 부쳤고 김세환 연출이 반응을 보였다.

ㄴ 김세환: 2015년경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확산하면서 여러 소극장이 줄지어 폐관되었다. 삼일로 창고극장, 대학로 극장 같은 곳인데 이런 소극장들은 기본적으로 2~30년 가까이 운영되어오던 곳이고 한국연극의 역사성을 대변하는 곳이었는데 자본의 구조를 버티지 못해 너무나 허무하게 무너졌다.

자꾸만 소극장들이 폐관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연극인들의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대학로 X포럼'이라는 자발적인 논의기구가 만들어졌다. 거기서 불거진 주제가 공공극장의 기능에 관한 것이었다. 대학로에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극장이 많이 있지만, 과연 그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타였다. 나도 그 포럼에 참여해 함께 논의하고 발제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차에 까망소극장의 폐관 소식을 들었다. 내버려 두면 자본을 가진 누군가가 인수할 것이고 까망소극장이 지켜온 색깔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과 상업적인 논리로 극장을 운영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내버려 두면 우리 같은 연극인들이 창작 작품을 발표할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당시 창작 스튜디오 자전거 날다 동인 20명이 모여 회의를 한 끝에 공동으로 소극장을 인수 운영하자고 결의했고 9명이 참여했다.

 

 

   
소극장 혜화당 김세환 연출

Q. 당장 손익분기를 맞추려면 대관사업에 주력해야 할 텐데 자체 기획프로그램을 많이 추진하는 것 같다.

ㄴ 김세환: 극장을 경영하는 처지에서 보면 사실 한 사람이 인수해서 책임지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안돼서 함께 돈을 모아 인수한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합의했던 것은 나중에라도 돈 때문에 갈등이 나고 싸울 수 있으니 애초부터 공공적인 극장의 모델로 운영하고자 했다. 우리끼리만 공연하기 위해서 이 극장을 사용하지 말자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9명의 운영진이 극장에 대한 수입을 나누지 말고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수익을 바라지 않으니 극장운영이 어느 정도 되는 것이다. 일단 임대료와 전기세만 벌면 된다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기획공연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ㄴ 이승구: 한국소극장협회에서 우리들이 까망소극장을 인수한다고 하니 지원금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창작 스튜디오 지원사업이었는데 극장과 극단을 이어주는 것이었다. 그 지원사업으로 극장 인수 이후 초반 3개월 동안 운영할 수 있는 지원을 받게 되었고 다시 서울형창작극장에 선정되어 작년부터 지금까지 임대료 지원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27개 극장 올해는 12개인데 우리 극장이 연달아 선정되었고 그 점이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SF연극제 중 멋진신세계팀

Q. 신진연극인들이 공연을 올릴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연극계의 구조적인 병폐 때문인가?

ㄴ 김세환: 단언컨대 구조적인 병폐라고 생각한다. 현재 연극계는 지원금을 못 받으면 연극을 올릴 수 없을 만큼 비정상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관료를 겨우 내고 기본적으로 제작에 필요한 최소비용을 지급하면 수익이 날 수 없다. 그리고 제작비의 절반 이상이 대관료다. 그러나 지원금을 받으려면 자체공연을 올린 이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럼 결국 빚을 내서 공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스운 소리 같지만 공연 한 편 올리고 막노동을 하기 위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연극계 현실을 두고 '연극을 선택했으니 참아야 한다' 고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다. 이런 점을 공공의 영역에서 해소해줘야 하는데 공공극장이 그런 기능을 전혀 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토의하고 해결해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대학로의 많은 중대형 극장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의 극장이 많이 늘어났으면 결국 연극인들에게 돌아가는 장점이 있어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다. 공공극장에 올라가는 공연콘텐츠를 가만히 보면 웰 메이드 명품공연이 대부분이다. 유명배우, 연출가들의 작품이나 오래된 단체의 공연에 중점해서 기획공연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들끼리 기획작품에 대해 경쟁하는 구조로 되어버려서 서로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작품만을 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신진예술가들의 연극을 올릴 기회는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SF연극제 중 창작스튜디오 자전거 날다의 원채널

Q. 얼마 전에 진행한 SF 연극제를 소개한다면?

ㄴ 김세환: 말 그대로 '사이언스 픽션'이라 불리는 공상과학 연극이다. 소설, 영화, 최근에는 TV 드라마까지 SF라는 장르는 매우 친근하고 익숙하지만, 연극은 거의 없고 만들려는 시도도 거의 없었다. SF 연극제는 새로운 작품 개발을 위해 방법적인 변화를 시도하려는 페스티벌이다.

 

Q. SF라는 장르가 연극에서는 생소한데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ㄴ 이승구: 2015년에 내부적으로 워크숍 공연을 하려는 회의를 했는데 우리 동인 중의 한 명인 유수미 연출이 필리케이딕의 '프눌과의 전쟁'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세환 연출이 '그러면 나도 창작 한편 하겠다'고 해서 우리끼리의 워크숍으로 SF 연극을 두 편 올렸다. 그러고 나서 검색해보니 SF 연극제가 우리나라에 한 번도 없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든 두 작품과 아이디서포터즈 김세한 작가의 한 작품을 더해 총 세 작품을 가지고 작년에 제1회 SF 연극제를 열었다. 올해는 작품에 대해 사전공모를 했고 주위의 극단들에게 참여 의사를 물으니 다들 좋아했다.

ㄴ 김세환: 페스티벌에 참여해서 한 번이라도 공연을 올리고자 하는 마음이 컸고 또 SF 연극이라는 신선함이 그들을 자극했기 때문에 많은 단체가 참여했다고 생각한다.

 

   
소극장 혜화당 이승구 대표

 

Q. 두 작품을 같은 날 한 시간 단위로 올린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가 있는가?

ㄴ 이승구: '한정된 기간 안에 많은 단체가 참여할 방법이 무얼까'를 고민했다. 페스티벌은 5주간 계획했는데 10편이 참여했다. 그렇다고 기간을 10주로 늘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의 동시상영처럼 시간이 짧은 작품은 앞부분인 8시 타임에 배치하고 조금 긴 작품은 뒤인 9시에 공연해서 한 주간 두 작품이 함께 했다.

ㄴ 김세환: 당초에 극장운영취지가 더 많은 공연단체와 함께하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단체가 대관의 문제 때문에 공연을 올릴 기회가 적은데 우리까지 참가팀을 가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하루 두 작품을 함께 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재밌어서 패키지로 티켓을 구매해서 연달아 두 작품을 본 관객들이 많았다.

 

Q. 참가작품 프로그래밍을 할 때 특이한 점이 있었는가?

ㄴ 이승구: 사실 참가 단체를 모집할 때 아주 최소한의 기준은 있었다. '단체 정기공연 1회 이상을 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런데 호원대학교 공연미디어학부 학생들에게서 문의 전화가 왔다. 정식극단은 아니고 정기공연도 안 했지만 마침 SF 연극을 준비하고 있으니 참가할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했고 작품에 대한 계획서도 꼼꼼히 보내왔다. 그래서 참여하게 되었고 높은 수준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페스티벌에서는 대학생들의 섹션을 따로 만들어볼까 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ㄴ 김세환: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마음속으로 정해버리는 것이 있다. 대학연극전공자들은 젊은 연극제에 참여하고 서울의 젊은 극단들은 서울연극제나 기타 페스티벌에 참여해야 하는 것 등 단체에 따라 레벨을 나누고 그에 맞는 리그에서 활동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마음이다.

사실 대학로가 창작의 거리, 연극의 거리를 표방한다면 변방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일으키는 것이 페스티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페스티벌을 하면서 그런 경계를 무너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SF는 연극작품개발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장르이다. 계속 연구하고 고민할 것이다.

 

Q. 그 외에 기획했던 연극페스티벌과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ㄴ 이승구: 작년 3월에 올린 '셰익스피어를 뒤집다'시리즈가 있었고, 또 한일연극교류를 위해 '한일연극 한본하자'라는 페스티벌을 열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10, 11월에 '단단페스티벌'이라고 단막극 두 편을 붙여서 공연한 페스티벌이 있었다.

ㄴ 김세환: 올해는 여름을 맞아 미스테리 스릴러전을 기획중이며, 안톤체홉학회와도 연계하여 '여름체홉축전'도 열릴 예정이다. 물론 하반기에는 '단단페스티벌'도 다시 개최할 계획이다.

 

 

   
SF연극제 중 WAVE의 이방인들

Q. 기획페스티벌을 통해 레퍼토리를 개발한 사례를 든다면?

ㄴ 이승구: 작년 '셰익스피어를 뒤집다'에서 '브레드히트, 사무엘바게뜨'라는 독특한 이름의 극단이 햄릿의 한국판인 '짐승가'를 올렸는데 이후 동양예술극장에서 정기공연 후 영국 에든버러축제 참가했다. 그리고 작년 '단단페스티벌'에서 발표된 극단 뾰족한 상상 뿔의 '형! 이거 나만 불편해?!'라는 작품은 다시 장막으로 발전되어 소극장 공유에서 올 2월에 공연했다. 또 이번 SF 연극제에서 발표한 극단 동네 풍경의 '기다리는 집 ver 2.0'이 안산문화재단의 2017 ASAC 공연예술축제 참가작으로 선정되었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에 대해서…

ㄴ 이승구: 극단 경험과 상상이 당산역 부근에 창작플랫폼 극장을 개관한다. 뮤지컬 '투명인간'이라는 작품인데 마트 노동자들이 제작해달라고 의뢰했던 소재여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연이다. 3월 30일부터 4월 30일 까지 목, 금, 토, 일 공연한다.

ㄴ 김세환: 현재 작업 중인 전훈 사실주의 희곡전 '월미도 살인사건'을 현재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에서 공연 중이며 여름엔 체홉축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플스 54회 방송을 마치고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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