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세계적인 서커스 연출가, 다니엘 핀지 파스카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아트서커스 '라 베리타'가 한국 관객을 찾아온다.

이 공연은 201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이래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뉴질랜드, 우루과이, 브라질, 콜롬비아, 아랍에미리트, 멕시코, 뉴질랜드, 홍콩 등 세계 20개국에서 400회 이상 공연하며, 3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대형 히트작이다.

'라 베리타'는 공중제비, 그네, 밧줄타기, 폴 댄스, 저글링, 훌라후프 등 우리가 익숙한 서커스의 다양한 퍼포먼스들을 한 편의 예술 작품처럼 선보이는 '아트서커스'다. 수채화 같은 조명 아래 반라의 무용수가 밧줄을 타고 날아오르고, '코뿔소' 탈을 쓴 출연자들이 붉은 실타래를 하늘 높이 던져 주고 받는다.

 

   
 

'라 베리타'는 70여 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살바도르 달리의 숨겨진 걸작 '광란의 트리스탄(Mad Tristan)'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에 머물렀던 달리는 당대 최고의 안무가 레오니드 마신(Leonide Massine)의 의뢰로 194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발레 '광란의 트리스탄'의 배경 막을 그린다. 높이 9m, 너비 15m에 달하는 이 대작은 공연 후 분실돼 한동안 자취를 감쳤으나, 200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창고 속에서 다시 발견됐다.

'광란의 트리스탄'은 2009년 경매에 부쳐져 한 익명 수집가의 손으로 넘어간다. 수집가는 이 그림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보다 본래 목적대로 공연의 배경 막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으리라 판단하고, 세계적인 연출가인 다니엘 핀지 파스카에게 이 그림을 작품에 사용해 줄 것을 제안한다.

신작을 구상 중이던 핀지 파스카는 '광란의 트리스탄'을 목격하고 강렬한 영감을 얻는다. 그는 달리가 추구했던 초현실주의 작품 세계에 서커스 퍼포먼스를 결합한 작품을 구상하고, 직접 대본과 연출을 담당해 '라 베리타'를 탄생시킨다. 초연 후 3년간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광란의 트리스탄' 오리지널 배경 막을 공연에 사용했으나, 현재는 투어를 위해 카피 본을 사용하고 있다.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 연출가 겸 마임이스트로 '서커스를 쇼에서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캐나다의 양대 서커스 단체로 손꼽히는 '태양의 서커스'(Cirque de Solie)와 '서크 엘루아즈'(Cirque Eloize)에서 모두 연출을 경험했는데, '태양의 서커스'에서 '코르테오(Corteo)'와 '루지아(Luzia)'를, '서크 엘루아즈'에서는 '네비아(Nebbia)', '레인(Rain)', '노마드(Nomade)'를 연출했다. 이 중 '네비아'는 200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레인'은 2011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며 한국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다니엘 핀지 파스카는 서커스 외에도 세계적인 명성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Mariinsky Theatre)과 영국 국립오페라단(English National Opera)의 위촉을 받아 '아이다', '레퀴엠' 등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등 경계를 뛰어넘는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폐막식과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 개·폐막식의 무대를 아름답고 웅장하게 연출하도 했다.

'라 베리타'는 다음 달 27일부터 30일까지 LG아트센터서 공연된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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