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잃어버린 아이들'의 비극과 꿈을 통해 우리에게 용기를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수단 내전 중 반군에게 강제로 잡혔거나, 횡포를 피해 국경을 넘은 아이들을 지칭하는 '잃어버린 아이들'. 영화 '뷰티풀 라이'는 1987년 수단에서 내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케냐 난민촌에서 미국으로 넘어가 자라는 모습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려 노력했다.

'뷰티풀 라이'는 초반, 중반, 후반의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초반 30분까지 부모를 잃은 '테오', '마메르', '예레미아', '폴', '아비탈'이 반군들을 피해 수천 마일을 떠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미국 관람 등급인 PG-13을 맞추기 위해, 반군들이 남녀노소를 떠나 무차별적으로 총기로 학살하는 장면은 비명과 강물에 떠내려가는 시신으로 대체됐다. 여기에 생존을 위해 소변을 나눠 마시는 장면 또한 인상 깊었다. 난민들을 뒤쫓던 반군들이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형 '테오'는 아이들을 따돌리고 혼자 반군들에게 붙잡힌다. 그렇게 형의 희생으로 수단에서 케냐 난민촌까지 아이들은 무사히 이동한다.

작품의 중반부는 13년 후인 2001년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시작된다. 네 명의 아이들은 미국에 정착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여동생 '아비탈'이 홀로 다른 주로 떠나게 된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을 남기면서 생이별한 후, 남은 세 남자에게 직업 상담사 '캐리'가 나타난다. '캐리'의 앞에서 새로운 물질문명을 접하는 남자들의 모습은 마치 과거 작품 '부시맨'을 연상케 한다. 맥도날드 간판을 보고 신기해하고, 핸드폰 사용을 보면서 "혼자 말을 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여기에 모닝콜을 경보장치로 오인하고 '캐리'와의 약속 시각을 어기는 일도 일어난다. 그들의 우여곡절이 초반부 극사실주의 다큐멘터리의 모습을 한순간에 코미디로 만들어 버린다.

   
 

후반부는 '마메르'에게 온 편지로 시작된다. 그 부분은 이 영화의 스포일러와 직결되므로 이야기할 순 없으나, 사실적인 모습을 다룬 '엑소더스'(탈출기)에서 코미디로 바뀐 작품은 감동적인 이야기로 '뷰티풀 라이'는 노선을 바꾼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과 직결되는 상황이 등장한다. 마치 서로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것 같지만, 그것이 물 흐르듯이 움직인다. 이것은 작품의 연출력도 한몫한다.

2008년 영화 '맹세코 난 아니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청년영화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필리프 팔라도 감독은 2011년 '라자르 선생님'으로 세계 유수영화제에서 27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1994년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남수단에 가서 두 번 정도 살해의 위험을 당할 뻔했다. 결국, 촬영을 포기하며 UN으로 대피한 그는 그 과정에서 두고 온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20년 전 그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수단으로 돌아가야 하는 당위성을 느꼈다"며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실제 '잃어버린 아이들'을 캐스팅했다. '마메르' 역을 맡은 아놀드 오셍은 어린 시절 전쟁지역을 탈출해 런던에서 자랐으며,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로 성장했다. '예레미아' 역의 게르 두아니도 1978년 남수단에서 태어나 소년병으로 강제 징집되어 14살에 도망친 후, 16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력을 보유한 배우다. 게르 두아니는 심지어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게르: 투비 세퍼레이트'를 제작하기도 했다. '폴' 역의 엠마뉴엘 잘 역시 남수단에서 태어나 투쟁을 거친 후 미국으로 거쳐온 '잃어버린 아이들'이다. 이처럼 아픔을 겪고 자란 배우들의 연기는 그야말로 현실적이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배우는 직업상담사 '캐리' 역의 리즈 위더스푼이다. 2006년 '앙코르'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이제는 외모로만 평가받는 여배우에서 연기력도 출중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리즈 위더스푼. 그는 올해 '와일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었다. 미국을 걸어 다니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연기를 펼친 그는, 이 작품에선 생존을 위해 수천 킬로를 걸어야 했던 세 청년을 보고 닫힌 마음을 열기로 한 '캐리'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멀리 수단과 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이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는 크다. "우리에게 값지고 가치 있는 경험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잊고 살았던 삶의 작은 것들을 돌아보게 해준다"는 리즈 위더스푼의 말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지자는 의미도 크게 받았다. 여기에 엔드 크레딧엔 이 작품의 의미를 대변해주는 아프리카 속담이 등장한다. 속담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되새김질하는 것도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오는 26일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