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1930년대의 웃음과 해학은 2010년대에도 고스란히 통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이유의 앨범과 노래 제목으로 기억되는 '모던 타임즈'겠지만, 좀 더 연령대를 올려서 어르신들에게 '모던 타임즈'를 이야기하면 그 기억의 대상은 달라진다.

독특한 얼굴 분장과 콧수염, 중절모와 지팡이, 헐렁한 바지와 큰 구두의 이미지의 찰리 채플린이 떠올려질 것이다. 그가 감독하고 출연한 작품이 올해 연속으로 개봉한다. 오는 19일 '모던 타임즈'를 시작으로 '시티 라이트', '위대한 독재자' 등 그의 모든 작품이 공개될 예정이다.

공장 노동자인 찰리는 매일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부품의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 매일 일만 하는 그는 일하지 않을 때도 나사를 조이는 감각 때문에 모든 사물을 보면 조이고 싶은 강박 관념에 시달린다. 심지어 지나가는 여자의 가슴 부분에 있는 나사 비슷한 장식물을 보고 조이려 달려든다. 이 때문에 그는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퇴원 후에 '우리의 주인공'은 공장에서 해고된 상태였고, 거리를 방황하게 된다. 그러다 찰리는 우연히 떨어진 깃발을 줍고 흔들다가 시위대의 주동자라는 낙인이 찍히며 감옥에 투옥된다.

감옥에서 그는 역시 우연히 강도들을 무찌른 덕에 편한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떨어진 사면 소식은 절망이었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안관은 찰리에게 추천장을 써준다. 그러나 추천장을 간 일터에서 첫날부터 그는 사고를 쳐 해임당하고 다시 거리를 헤맨다. 그때 거리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던 고아 소녀(파울레트 고다드)를 발견한다. 찰리는 다시 감옥에 가고 싶어 빵을 자기가 훔쳤다고 말한다. 이렇게 찰리와 소녀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계속 취업과 동시에 도망을 다니는 신세로 살게 된다.

   
 

1936년 작품인 '모던 타임즈'는 약 80년의 세월이 흐른 2015년에 보더라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리고 그 시대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 모습들이 요즘 얼마나 이뤄졌는지 생각하면 더 큰 소름이 돋는다. 영화의 시작과 동시에 양 떼들이 떼를 지어 이동한 후, 사람들이 일터로 출근하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이는 아침마다 '지옥철'을 경험하는 요즘 직장인들의 모습과 유사하다. 그리고 찰리가 나사를 돌리는 반복 작업을 한다. 이 모습 역시 지금의 단순직 노동자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여기에 1930년대엔 없었으나 2010년대엔 흔한(?) 설정이 등장한다. 바로 CCTV 기능이다. 철강회사 사장(알랜 가르시아)의 사무실엔 커다란 스크린이 있다. 감시 카메라가 회사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회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업 지시도 내릴 수 있다. 그 카메라를 사용하는 장면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화장실에서 찰리가 담배를 피울 때, 스크린을 통해 일하라고 사장이 찰리에게 외치는 모습이다. 이는 당시 있을 수 없는 기능이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다. 물론 화장실이 아니고 사무실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찰리 채플린은 이 작품을 통해 미래를 예견한 것 같았다.

'모던 타임즈' 최고의 명장면은 빠른 작업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찰리가 그대로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부분이다. 기계 부속품으로 변한 인간의 모습을 대변해주는 장면인데, 그야말로 '웃프다'의 원조 격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자동으로 사람에게 밥을 먹여주는 기계 역시 인간이 일하는 기계로 변하는 당시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기계가 인간을 지배한다는 의미인데, 최근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깜짝 놀랄 것이다.

한편, 1930년대는 컬러영화와 유성영화가 대세로 작용하려는 시기였다. 심지어 3년 후엔 영화사의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컬러 유성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 채플린은 무성 흑백영화를 이 작품에서 선보였다. 그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영화엔 사장의 목소리와 찰리 채플린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사장이 일하는 속도를 올리라고 하는 부분, 그리고 찰리 채플린이 뜬금없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그것이다. 왜 이 부분만을 목소리로 들려주려고 했는지의 의미를 파악하면서 보면 재밌을 것 같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그러므로 나는 멀리 보려고 노력한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처럼 그의 이 작품은 전 세계인에게 웃음과 해학을 선사했다. 현대인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8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디지털 리마스터링으로 극장에서 즐길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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