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지난해 한국 클래식계를 들뜨게 하였던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뮌헨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소식. 비록 로린 마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연주만으로 거장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사됐던 이 협연은 현지언론을 비롯한 이를 주목하던 많은 클래식 팬들의 극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 4일간의 빛났던 협연에서 받은 에너지를 가지고 피아니스트 윤홍천은 국내에서의 리사이틀을 준비한다. 바로 2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윤홍천 피아노 리사이틀'이다. 2011년 한국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후 '사진과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슈베르트 여행기', '윤홍천 & 정준호의 낭만시대' 등 토크나 렉처를 곁들인 다양한 방식의 공연들을 시도하며 많은 연주를 선보였지만 리사이틀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기획 공연을 준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홍천은 이번 리사이틀에서 긴 여행을 떠나는 방랑시인의 여정을 묘사하며, 그 첫 포문을 여는 곡으로 바흐의 '사랑하는 형과의 작별에 부치는 카프리치오 BWV 992'를 선곡했다. 바흐의 곡으로 여행길에 오른 방랑시인은 리스트에 의해 편곡된 슈베르트, 슈만의 작품들을 통해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들을 노래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그리고 여정 속에서 교차해온 만감, 헤매던 나날들의 고민과 성찰에 관해 이야기하며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으로 연주는 마무리된다.

지극히 낭만주의적인 이 마지막 곡은 연주자에게 고도의 비루투오시티를 비롯한 파워와 절제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요구하는 난곡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그가 최고의 기량을 뽐낼 때 이 곡을 녹음하였을 정도다. 일찍이 윤홍천은 2011년 슈베르트 독주 음반을 발매, "독일인보다 더 완벽한 이해"라는 평을 받으며 독일인이 아님에도 불구, 바이에른주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받은 바 있어 마지막 곡에 대한 그의 해석이 더욱 기대된다.

   
 

또한, 그는 독일의 음반사 웸스와 진행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인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과 관련, 이미 국내에 라이선스 된 첫 번째 음반에서 KV 310을, 이후 발매될 두 번째 음반에서 KV 280을 연주할 예정이다. 영국 그라모폰지를 통해 "손꼽히는 모차르트 명반"이라는 호평을 받았으며 각종 현지 언론에서 앞다투어 추천음반으로 선정한 그의 모차르트를 음반이 아닌 라이브 연주로 들을 기회다.

20세기 후반의 대표적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며 슈베르트의 구조적 조형미를 가장 잘 살린 피아니스트로 평 받는 알프레도 브렌델은 "방랑은 낭만주의의 조건이다"고 표현했다. 낭만주의의 기저엔 현실에 대한 좌절과 방황이 깔렸다는 뜻이다. 2011년 첫 독주회 '슈베르트 여행기' 때부터 지속해서 낭만주의 음악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슈베르트, 쇼팽, 슈만, 리스트 등의 레퍼토리를 연주해 온 윤홍천.

그는 어느덧 이상향을 위해 끊임없이 방황하고 고민하던 20대의 방랑 시절을 거쳐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갈 줄 아는 성숙한 30대가 됐다. 뮌헨필과의 성공적 협연과 더불어 하이델베르크 극장의 상임 피아니스트로도 바쁜 한 해를 보내게 될 그는 5년간의 장기프로젝트인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녹음' 그 두 번째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며, 2013년 음악감독으로의 첫 영역 확장을 시도했던 '8인의 피아니스트'에 올해 또다시 도전하기도 한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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