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지현 기자] 눈칫밥을 먹던 소년은 MBC 개그맨이 된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이제 모두가 나를 주목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시청률 하락으로 MBC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일거리가 사라졌다. 핸드폰이 끊겨 공중전화로 가족에게 생존보고를 하던 나날, 그에게는 대안이 필요했다. 다른 건 몰라도 '관찰력'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청년 최우람은 무작정 길거리 인터뷰에 도전한다. 그것이 아프리카TV 대표 방송 '최군TV'의 시작이었다.

▲ ⓒ 유튜브

개그맨 시절, 안락하지 않았다

안락했던 MBC 16기 공채 개그맨 경력을 버리고 초창기 인터넷 방송에 도전한 이유를 물으면, 최군은 답한다. "안락하지 않았다"고. 승승장구하던 MBC '개그야'는 최군이 입사한 시기부터 시청률이 급락했다. 젊은 마음에 '타 업계에서도 나를 알아줄 것'이라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돈이 떨어져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던 최군은 BJ들이 돈을 잘 번다는 소리에 마음이 혹했다. "개그맨인 나도 이렇게 어려운데, BJ들은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그렇게 최군은 인터넷 방송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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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로 무작정 시작했던 '길터뷰'

꾸준한 야외 방송은 '최군TV'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가로수길, 홍대 등 인기 지역에 나가 시민 인터뷰에 돌입한다. 대본은 없다. 인형을 뽑아주기로 약속했는데 인형뽑기는 자꾸만 실패하고, 우연히 만난 시민은 모델 워킹을 선보인다. 알고 보니 실제 모델이다. 각본 없는 상황들에 시청자는 채팅창에 'ㅋㅋㅋ'을 도배한다. 개그맨 출신으로 인터넷 방송에 도전했을 때 최군은 "이상한 소리를 해서 개그맨 이미지가 나빠지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했다. 그러나 현실은 20~30명 수준의 청취자였다. 최군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꼭 1등을 하겠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야방(야외 방송)을 달린 결과, 지금 최군은 명실상부한 1등 BJ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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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A, 씨스타, 걸스데이, 공유와 함께

AOA, 씨스타, 걸스데이, 공유, 송중기, 박보영, 류승범, 이범수… 공중파 방송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스타들이 최군과 함께했다. 연예인 인맥이 빵빵하다는 소문이 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매번 거절당하면서도 또다시 미팅 제의서를 보낸 결과다. 신인 걸그룹이 우연히 출연을 결정했고, 그 이후로 '최군TV'는 연예인들에게 아프리카TV 체험문이 됐다. '최군 방송에 출연하면 실시간 검색어에 뜬다!'는 소문마저 돌면서 '최군TV'는 유명해졌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눈치였다"

어머니는 가사도우미 일을 했고 최군은 친척집이나 친구 집에 얹혀살아야 할 때가 많았다. 겨울에 뜨거운 물 쓰는 것도 눈치가 보여 늘 찬물로 샤워를 했다. 남들의 안색을 살피던 기간은 최군에게 오히려 강점이 됐다. 인터뷰를 할 때, 시민의 표정만 봐도 어떤 의미인지 읽을 수 있다는 최군. 커플 인터뷰를 할 때는 남자부터 공략하는 것이 팁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뷰에 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난 '관찰 내공'으로 상대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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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이미지 뒤 숨겨둔 날카로운 기획력

최군TV의 성공을 이끈 건 탄탄한 기획력이다. 가벼운 이미지로 스스로를 위장하지만 야방(야외방송), 합방(합동방송) 등을 유행시키고 지금도 콘텐츠 개발에 여념이 없다. 요즘 최군이 주력하는 것은 신생BJ를 밀어주며 상생을 꾀하는 방송이다. 비제이 밀어주는 남자(비밀남), 여자 인스타 숙지하기(여.인.숙) 프로그램을 하며 타BJ들과 친목도 다지고, 선배BJ로서 든든한 면모도 자랑하고 있다.

전 세계 유일한 지상파 방송은 '인터넷 방송'뿐

인터넷 방송 업계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는 인터넷 방송이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시장까지 넘볼지 모른다는 것이 최군의 견해. 연예인에게 아프리카TV를 전파하는 통로가 '최군TV'였듯, 언젠가 중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통로도 노려볼 수 있을지 모른다. 최군은 현재 열심히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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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군TV'는 아프리카TV 방송대상에서 2011·2012·2013 연속 수상을 자랑했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최군TV를 아끼고 있다는 증거다. "어제 개그콘서트 봤어?"라는 질문 대신 "어제 최군TV 봤니?"라는 질문이 익숙해지길 바란다는 최군.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소통하는 방송을 꿈꾸며 오늘도 최군은 길거리로 나선다. 인형 뽑기도 하고, 시민도 만나기 위해.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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