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한 번도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은 일꾼이라고 생각해왔다."

2003년 성시경의 '10월에 눈이 내리면'을 시작으로, 2006년 드라마 '궁' 주제가인 'Perhaps Love', 아이유의 '좋은 날',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조용필의 '걷고 싶다' 등 아이돌 스타부터 중견 뮤지션의 감성을 아우르는 노랫말을 발표해 '스타 작사가'라고 불리는 작사가 김이나.

올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2만여 명의 등록 회원 중 저작권 수입 1위인 작사가에게 수여한 KOMCA 대중 작사 부문 대상을 받았으며, 최근 MBC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음악감상실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김이나. 그가 여러 아티스트들과 소통하며 대중을 사로잡는 노랫말을 써온 이야기가 녹아든 책이 나왔다.

'김이나의 작사법'은 작사가 김이나가 작사가 지망생과 음악업계에서 일하길 꿈꾸는 젊은이들은 물론, 글쓰기와 창작을 지망하는 이들, 자신이 작사한 노래를 들어준 수많은 청자를 향해 쓴 책이다. 19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카페꼼마에서 '김이나의 작사법' 출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가사가 시와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지만, 곡이 있으면 정해진 멜로디와 음절 수에 글자를 붙이는 작업이라 표현할 수 있다. 시는 완성된 문장이지만, 가사는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시작한 김이나가 회사원에서 작사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지, '좋은 날'을 비롯해 '나만 몰랐던 이야기', '너랑 나', '하루 끝', '분홍신' 등 아이유의 다양한 노래들을 작곡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무엇인지, 여기에 작사가가 되고 싶은 청소년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책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ㄴ 이 책은 작사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실용적일 수 있는 책이다. 예전부터 책을 써야지 생각했었는데 노하우가 많이 쌓였을 때, 한창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쓰고 싶었다. 나만의 비법, 내가 생각하는 작사, 어떤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든 것을 담았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ㄴ 꽤 많은 분이 회사를 통해서 편지를 보내셨다. 여기에 SNS, 이메일을 통해서 어떻게 하면 작사가가 될 수 있느냐고 질문을 한다. 작사가가 되는 법은 없다. 정해진 것도 없고 인문 고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계속해서 노력하면서 일을 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했다. 기회가 와 있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작사가로 생존하게 된 방법을 적게 됐다.

다른 제목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지?

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같은 감성적인 제목도 고려했었다. 이 책은 '작사의 정석'이라기보다는 내가 아는 나의 노하우 스킬을 담은 책이다 보니 제목을 이렇게 짓게 됐다.

작사가가 될 거라고 어린 시절부터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 것 같다. 작곡가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ㄴ 어릴 때부터 가수를 좋아하는 것보다, 어떤 노래가 좋으면 작곡가를 먼저 보게 됐다. 변진섭 씨 노래를 작곡했던 작곡가분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는 누가 작곡했지"하며 확인하는 습관을 길렀다. 음악 쪽 일을 하고 싶어서 공연기획사, 음반 재킷 디자인 회사, 기획사 등에서 일했다. 창작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음악을 항상 곁에 두고 음악에 대한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작곡가의 발판이 됐다.

책 뒷면을 보면 아이유, 윤상, 윤종신 등 가수뿐 아니라 김용택 시인, 허지웅 작가 등 다양한 인물의 추천사가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천사는?

ㄴ 추천사 받으면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쑥스럽기도 했는데, 정말 이렇게 생각을 해주시나 싶었다. 그중 아이유가 쓴 말 중에 "노래를 부르는 입장에서 정말 든든한 이야기꾼"이라는 말이 제일 감동적이었다. 작사가 하면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노래하는 사람이 든든하게 기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유는 정말 대단하다. 아이유가 직접 작사한 '금요일에 만나요' 듣고 앞으로 아이유의 노래 가사를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유와 캐미가 좋은 걸로 안다. 책에서 "탁월한 그릇이 큰 아이"라는 평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ㄴ 아이유가 갓 스무 살 무렵에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준 적이 있다. 스무 살이 겪었을 이별 이야기 중 가장 무거운 톤의 가사를 썼다. 보통 가수들은 입에 붙게 그냥 가사를 외우는 편인데, 아이유는 "세상에 정말 좋은 이별은 없느냐"는 질문이 왔었다. 어떤 감정인지에 대해 물었는데, 가사를 곱씹고 "이모는 정말 이렇게 생각하세요? 이게 정말 맞을까요?"라는 답이 온 것이었다. 그 점이 정말 예뻤다. 요새는 작사와 작곡을 같이하는 것이 큰 메리트다. 가끔 연락하면 작곡에 관해서 물어본다. 그러면 나도 요즘 이런 곡을 애들이 보면 유치한지도 물어보고 지낸다.

   
 
최근 'Apple'을 발표한 가인과도 사이가 각별한다. 작곡한 노래로는 'Bad Temper', '피어나' 등이 있다. 책엔 '벽보고 우는 고슴도치'라는 말을 했는데 어떤 의미였나?

ㄴ 가인을 보면 마치 여자 최민수 같다. 센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인이 한 무대에서 리허설 끝나고 다리를 주무르며 V자를 하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다. 다친 건가 해서 봤더니 발톱이 들려 피가 났었다. '돌이킬 수 없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땐 감정에 몰입한 가인이 사람들 앞에선 울지 않고, 화장실에 숨어 손을 허리에 올리고 씩씩거리고 울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우는 것이 창피해 보인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강하고 싶어하는 여자인 것 같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

작업하면서 시상이 떠오른 것이 있었는지?

ㄴ 큰 비법은 '빠심'같다. 가요에 대한 팬심이 죽질 않는다. 그것이 가장 큰 무기 같다. 조용필 선생님, 이선희 선생님을 보며 상상해온 이미지가 있고, 스토리텔링을 하면 어떠냐고 생각한 것이 가사화 된 거다. '걷고 싶다'를 보면 조용필 선생님이 노래를 워낙 잘 부르셨기 때문에 가사도 칭찬을 받은 것 같다. 가사를 쓸 땐 부를 가수의 실제 모습을 많이 생각한다. 대로 묘사하진 않더라도 거기서 받은 인상들에서 많은 영감을 떠올린다. 시상이라는 것이 생각보단 별것 없다.

가사가 커피를 마시다 딱 떠오르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용필 선생님의 무슨 말을 쓰지 하다가 글이 안 풀려서 샤워를 할 때 물 온도가 한 번에 맞게 틀어져 나왔다. 뜬금없이 행복해졌다. 그래서 삶의 이런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에 행복이 살에 닿았다는 표현의 시작점으로 출발해서 가사를 쓴 적 있다. (편집자 주 : '이런 날이 있지, 물 흐르듯 살다가 행복이 살에 닿은 듯이 선명한 밤'으로 조용필의 '걷고 싶다' 노래가 시작된다.) 이선희 선생님은 함자가 흔한 이름이다. 사랑스럽고도 추억을 떠올릴 것 같은 이름이고 예쁜 이름이다. 그렇게 나온 것이 '그 중에 그대를 만나'였었다.

가사를 먼저 낸 후에 음악이 나오면 안 되는 것인지?

ㄴ 싱어송라이터 분들도 그렇고 곡이 거의 먼저 나온다. 거기에 맞춰 가사를 쓴다. 그리고 곡을 들으면 써야 할 정서가 나온다. 슬프고 느린곡, 밝은데 느린곡 등 다르므로 그걸 받아야 이야기를 쓸 수 있다. 먼저 가사를 써야 할 욕심은 아직은 없다. 그 대신 테마는 만들어 놓는다. 얼마 전에 썼다가 거절당한 가사가 물푸레나무 입장에서 "나는 왜 꽃이 안 피지. 옆 나무는 피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었는데, 마음에 안 드셨나 보다. 이 테마는 어울리는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테마를 저장해두는 경우는 있다.

요즘 가사들의 문학성이 줄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런 세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ㄴ 노래 가사는 가사 혼자 존재할 수 없다. 곡과 가수가 있고 그다음 가사가 있다. 곡이 어떤 유행을 하느냐에 따라 가사의 스타일도 따라가는 것 같다. 요즘 댄스 리듬에 문학적으로 조용필 선생님의 가사를 쓰면 노래 전체가 망하게 된다. 요즘도 이적 씨 등 싱어송라이터 앨범이 등장하는데 곡과 가사 모두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본다. 발라드 같은 곡은 작사가가 많은 칭찬을 받는다. 깊이 있는 생각과 감성적이어야 하고 많은 책을 읽어야 가능한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댄스곡을 쓸 땐 철저히 상업적으로 가기 때문에 작사가가 되려면 그걸 다 이해 해야 한다. 곡의 태생을 먼저 봐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 일을 같이 해보고 싶은 가수는 누구인가?

ㄴ 나훈아 선생님이다. 어린 친구들이 트로트라고 치부하는 예전 노래 안에 어마어마한 가사가 많다. '홍시', '영영'처럼 좋은 가사들이 많다. 그런 분들과 작업을 할 때 요즘 가수들에서 내야 하는 트렌드를 잡아야 하는 욕심들과 다르게 글로 예쁜 것들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사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ㄴ 작사가는 내 개인적인 말을 쓰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가수를 위해 쓰겠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싱어송라이터와 작사가의 차이다. 작사가는 이 가수의 음악을 듣는 대중을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아이돌그룹 빅스에겐 빅스 팬들이 들어서 기쁠 곡을 써야 하고, 조용필 선생님에겐 조용필 팬분들을 위한 노래를 써야 한다. 그리고 많이 읽는 것만큼 남는 장사가 없다. 20대 이전에 읽은 책들이 큰 보탬이 됐다. 요즘 가면 한 달도 안 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때 읽었던 책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대중 산업이라는 큰 틀 아래에 움직이는 많은 사람 중에 한 명이 작사가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의 말에 "나는 절대 이해가 안 간다"라는 생각보단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시킬 수 있는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중들에게 작사가는 어떤 이미지로 남으면 좋겠는가?

ㄴ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노래를 당시 버스를 타면서 들었던 적이 있다. 가사가 정말 멋진 표현으로 다가와 말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요즘 '토토가'처럼 그 시대를 가장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대중매체가 노래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결정적인 순간을 회상하면, 예를 들어 "그때 아이유 노래 뭐가 떠오른다"처럼 노래가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트렌드 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중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했는데, 앞으로 10년 20년 후엔 어떻게 활동할 건지?

ㄴ 그때도 뜨겁게 이 씬의 중심에 있는 '커머셜한(상업적인)' 작사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하나 만들고 싶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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