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한국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꼭두'를 모티프로 한 삶과 죽음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지난해 5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초연된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 '이미아직(AlreadyNotYet)'이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초연 이후 4차례의 지역순회공연을 거치고, 2016년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 초청공연을 앞둔 이 작품은 지난해보다 한층 진화된 모습으로 서울에서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이미아직'은 한국의 전통 장례문화에 등장하는 '꼭두'를 모티프로 한 작품으로, 현대사회에서 '죽음'이 가지는 의미를 비롯해 현재 우리가 '죽음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는지'에 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상여에 매달린 망자의 길잡이 꼭두는 죽음과 삶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상징물로, 낯설고 두려운 죽음조차 일상으로 끌어안는 한국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가 말한 바로는, 죽음은 삶을 이야기하는 다른 통로가 된다. 이승과 완전히 단절된 상태가 아닌 삶과의 연장 선상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차원이 곧 죽음이다. 상반된 가치의 전도와 공존은 안애순 예술감독 특유의 즉흥성, 유희성의 실험과 만나 인간이자 인간이 아닌 '꼭두'의 세계를 창안해낸다.

'이미아직'은 재난 및 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죽게 된 이들을 위해 또는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위해 고통의 제의를 펼치면서, 한국 전통사회에서 공동체가 다루었던 제의가 동시대에 발휘하는 사회적 유효성을 포착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현대사회에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관리당하는 생명을 떠올리면서 문득 "죽음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아직'은 분열되고 쪼개진 인간사회를 어루만져 탁월한 차원에서 통합시키는 샤먼 에너지가 넘쳐난다. 특히 작품에서 표현되는 '잔혹놀이'는 귀신과 도깨비와 같이 알 수 없는 존재들과 인간과의 놀이를 통해 사회에 위치한 인간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위계, 젠더, 폭력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며, 현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러니가 생성된다. 이러한 균열한 모습을 감싸 안으면서 살아남은 이들에게서 망자의 넋과 에너지를 덜어내는 공동체적 제의는 죽음을 삶의 교집합으로 끌어안는 공동체의 묵묵한 힘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한국적 춤사위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현대무용과 조화시키며 춤의 즉흥성과 놀이성에 천착해온 안애순 예술감독이 지난해 초연에 이어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이미아직'의 진화를 새롭게 도모한다. 한국적 그로테스크의 진수인 도깨비 유머와 몽환적 세계를 그려온 작가 주재환, 음악동인 '고물'과 함께 전통 음악의 새로운 차원을 실험하는 이태원의 음악, 프랑스 정상급 조명디자이너 에릭 워츠 등 국내외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한다. 여기에 한계 상황까지 고조되어 죽음 충동을 넘어서는 군무를 비롯한 일부 새롭게 구성된 최고의 기량을 갖춘 무용수들의 춤이 더해진다.

더구나 2015-16 한국·프랑스 상호교류의 해를 맞이하여 2016년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 초청공연에 앞서 미리 만나는 '이미아직'은 시각예술에서의 업그레이드를 꾀하여,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 공간의 아이러니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4월 24일 오후 8시, 25일과 26일엔 오후 5시에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R석 4만 원, S석 3만 원이다.

문화뉴스 편집국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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