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표면적으로 이 작품은 버려진 반려견들이 인간들을 향해 날리는 일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 제목의 의미까지 파악한다면 이 작품은 생각할 여지가 많아진다.

13살 소녀 '릴리'에겐 반려견 '하겐'이 있다. 그러나 순종이 아닌 잡종견에겐 세금을 부과하는 헝가리의 정책으로 인해 '릴리'의 아버지는 세금 대신 길에다 하겐을 버리는 선택을 하고 만다. 릴리는 하겐을 찾기 위해 방황하며, 문제아가 되어간다.

한편 떠돌이 신세가 된 하겐은 유기견들의 아지트인 폐허가 된 공터를 발견한다. 그러나 낯선 친구들을 만남과 동시에 보호소에서 온 사람들이 유기견들을 잡아간다. 그 사이 하겐은 어디론가 잡혀 '막스'라는 투견으로 키워지게 된다. 여기서도 도망을 나온 하겐은 생존을 위해 인간을 적대시하고, 유기견들의 우두머리가 되어 인간들을 공격한다.

이 작품은 두 부분으로 보면 참으로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먼저 시선을 하겐에게 보는 경우다. 이 개는 릴리에게 엄청난 보살핌을 받고 자란다. 하지만 현실의 냉혹함에 버려지고 한다. 버려진 후 낯선 세계에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어디론가 팔려나가 투견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TV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심슨 가족의 개 '산타 도우미'가 집에서 나온 후의 고생담을 담은 에피소드를 실사 영화로 보는 느낌이었다.

   

이런 안쓰러움을 잘 표현하기 위해선 견공들의 연기가 매우 중요한데, 90년대 가족영화 '머나먼 여정' 이후로 이렇게 훌륭한 견공들의 연기는 처음이었다. 이 작품엔 250여 마리의 개들이 촬영에 참여했다. 그중 하겐 역을 맡은 견공 '루크(Luke)'와 '바디(Body)'가 당당하게 영화 엔드크레딧 타이틀롤을 차지할 정도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한편 자신들을 학대했던 인간들을 향해 복수심에 불타오른 개들이 일제히 달리는 장면과 공격하는 장면에선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론 속이 시원해지기도 했다. "개들에게 감정이 이입되는 영화가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개의 시선에서 자연스럽게 불평등을 당하고 살아가는 이 땅의 소수자와 소수 인종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가게 도와준다. 영화의 제목이 '화이트 갓', 즉 '백인이 신적인 존재'의 세상을 비판을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작품의 촬영지인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는 실제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경향이 짙은 사회구조 지역이다. 동유럽 특유의 고요하고 우중충한 색채가 가미된 가운데, 자전거 타는 릴리와 개떼들의 질주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에서 차별당하고, 버림받으며, 착취당하는 소수자들의 반란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이 작품은 반란을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단순히 드라마에서 공포물로 변하려는 영화가 제시한 엔딩 장면은 우리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남겨준다.

실제로 코르넬 문드럭초 감독은 "윤리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도 윤리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당부를 한 바 있다. 시선을 헝가리가 아닌 우리 주변으로 돌려보자. 진짜로 잃어버린 경우도 있겠지만, 버려진 반려동물이 길거리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보호소에서도 주인을 애타게 찾고 있고 병든 동물들 일부는 안락사 된다. 그리고 동물 뿐 아니라,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행동들은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떨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감독의 말에 일리가 간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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