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이번 액션 플랜의 완성체는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만들어질 것이다. 나의 임기는 그 전(2018년 2월)에 끝난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완성체를 만들어가는 도구가 됐으면 좋겠다."

2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이승엽(53) 세종문화회관 신임사장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2월 11일 취임한 이승엽 사장은 '시민이 자랑하고 싶은 예술명소'로 만들겠다는 세종문화회관의 비전과 4대 전략, 10대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이승엽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의 안정이 먼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겉으로 보기에 세종문화회관은 크고 화려하지만, 사장으로 와보니 생채기가 많이 나 있었고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외부에선 무관심하거나 적대적,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 세종문화회관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승엽 사장은 올해 4대 전략으로 시민이 사랑할 수 있는 예술콘텐츠를 육성하는 ▲프로젝트 세종, 창작프로세스 확립과 관객개발 통한 예술 참여 기반을 조성하는 ▲예술 생태계 조성, 시민이 찾고 싶은 서울 문화예술 흐름의 중심을 만드려는 ▲서울의 예술 랜드마크, 내외부 구성원의 신뢰 회복으로 역량을 결집하는 ▲신뢰기반의 소통 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발표했다.

여기에 10대 추진 과제로 '세종의 예술'로 포지셔닝, 예술단 전략적 콘텐츠 부각, 공간 특성화 프로그래밍, 창작 개발 체계 정립, 예술 참여 기반 마련, 오픈하우스 365, 광화문 '예술 블록', 커뮤니케이션 통합 콘트롤 타워, 내부 커뮤니케이션 강화, 재정 건전성 확보를 들었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의 상황에 대해 이승엽 사장은 "많은 장르의 공연이 현재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전시, 축제, 예술 교육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런 내외부의 예술 콘텐츠를 연 단위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세종 시즌제'를 도입하기로 한 그는 "블랙박스 공연장을 현재 조성 중이며, 현재 건립논의 중인 콘서트홀을 만들게 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에 상주한 9개 예술단에 대해서도 의견을 표출했다. 이승엽 사장은 "예술단 모두 각각 다양한 장르와 포지션을 갖고 있다. 예술단의 활동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긍정적 전략을 취했다"며 예술단의 활동 강화와 여견 마련에 대한 의견도 드러냈다.

또한, 서울의 예술 랜드마크를 만들기 위한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세종문화회관을 중심으로 광화문 '예술 블록'을 조성할 계획이며, 이는 건립 논의 중인 콘서트홀과 광화문 주변의 문화예술 공간과 연계하여 하나의 특화된 블록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주변의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시너지를 높이고 세종문화회관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공간을 특성화하여 명실상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랜드마크 플랜을 위해 '오픈 하우스 365'를 설정할 계획도 소개했다. "'오픈 하우스 365'는 세종문화회관이 공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야외 축제, 강좌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이런 프로그램이 365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바람에서 지은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 운영 등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사장은 "이러한 비전과 중점 추진전략을 통해 서울 그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중심의 위치를 굳게 다져 세종문화회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엽 사장의 프레젠테이션 발표 후 많은 취재진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다.

세종문화회관의 사장이 되어야겠다고 한 계기는 무엇인가?
ㄴ 세종문화회관에 오기 전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서 극장 경영을 가르쳤다. 공연 현장에 있다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니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은 현장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최근 세종문화회관이 예술 관련 이슈가 아닌 안 좋은 이슈로 노출이 많이 됐었다. 그래서 이것을 고쳐보고 싶었다.

사장이 되었을 때 축하보단 "거기 가면 고생"이라는 염려를 많이 들었다. 들어가 보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동료의식과 동업자 정신은 갖고 있었다. 이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의 구성원들과 예술가들이 특별히 나태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상처는 깊지만, 세종문화회관이 가진 강점과 저력을 살려낼 수 있으면, 오늘 제시한 말들이 어느 정도는 성립할 것이라 본다.

   
▲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취임하고 나서 어떤 상황에 어려움을 느꼈나?
ㄴ 예술단의 현황을 보고 두어 번 놀랐다. 사업규모 예산이 너무 적다. 우리 예술단은 역사가 50년 된 곳부터 10년 된 곳까지 다양하다. 예술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하게 달라지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로 맞춰진 것 같다. 그렇게 되면서 부정적인 구조조정을 여러 번 해왔고 실패한 것 같았다. 미래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르지만 지금 빈사상태에 있는 예술단의 체질부터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예술단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해 창작을 많이 하고, 공연도 늘리는 프로세스를 가동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있다.

상주 예술단 자체 공연의 비중은 얼마나 되는가?
ㄴ 비중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체임버홀과 대극장 비중이 높지 않다. 예술단 공연과 기획 공연을 합쳐도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M시어터는 이보다 조금 높다. 예술단과 기획공연의 비중이 이보다 더 높아야 하고, 50% 정도까진 올라가야 할 것이라 본다. 이 비중을 높이기 위해 자체 콘텐츠를 예술기관의 목표로만 감당하는 시절은 지난 것 같다. 여러 단체의 협조가 필요해 보인다.

대중성과 예술성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ㄴ "예술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한 말은 소박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이 기본적으로 가진 기능은 전시와 공연을 담는 그릇이다. 대중성과 예술성의 대립적인 관계를 질문했는데, 세종문화회관은 예술 생태계에서 볼 때 이 둘이 씨름하는 공간은 아니다. 세종문화회관의 위상이 확고한 이후, 검증된 작품들이 공연되고 전시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작품 중엔 공연장에 따라 대중성이 더 강한 작품들, 이를테면 뮤지컬 등이 있을 것이다.

   
▲ 세종문화회관 전경 ⓒ 세종문화회관

극장 경영을 전공했는데, 세종문화회관만의 특화된 비전이 있는지?
ㄴ 9개 예술단이 있었지만, 세종문화회관 브랜드 중에 자랑할만한 작품은 그동안 없었다. 다만 오페라단에서 했던 창작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경우 세종문화회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작품 공모, 전문가 워크숍 등 다양한 작품 개발을 통해 장기적으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축 예정 중인 콘서트홀의 용도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는가?
ㄴ 이번 콘서트홀 건립엔 세종문화회관이 직접 논의를 주도하거나,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세종문화회관의 입장에선 시민들의 참여보다 수준 높은 본격적인 클래식 음악을 담는 그릇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연장이 완공된다면, 내부 공연장만 다섯 개가 된다. 다섯 개의 공연장마다 장르나 지향점이 다르다. 그런 점에서 그중 하나인 콘서트홀은 클래식 공연에 최적화된 환경과 더불어 수준 높은 공연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하이서울페스티벌과 연계성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ㄴ 2010년과 2011년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을 했었다. 그때 세종문화회관이 우릴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메인 장소는 한강공원이지만 두 번째 주요 장소가 시청 앞, 광화문이었는데 야속하게 세종문화회관은 도와주지 않았었다. 그 후로 상황이 바뀌긴 했지만, 춤 프로그램, 하이서울페스티벌, 지역 문화축제까지 세종문화회관과 광장을 이용하려 한다.

지금까지 CEO 출신 사장, 연극 현장 출신 사장이 있었지만, 장점보단 단점이 두드러졌었다. 자신에겐 그 점과 차별화된 어떤 면이 있는지?
ㄴ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학교에서도 예술경영을 배우는 학생들한테 하는 말이 "예술가인 척 하지 마라"다. 박동호 전 사장님처럼 일반 경영자도 아니고 예술경영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술경영자로의 덕목을 가지고 있는 점이 다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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