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원작 소설을 새롭게 바라본 시도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마르탱 쥬베르'(파브리스 루치니)는 7년 전 아버지의 빵집을 물려받기 위해 프랑스 노르망디에 돌아와 지루한 일생을 보내는 50대 평범한 남편이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빵집에서 빵을 만들면서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평화롭고 안정된 삶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는다.

지루한 시골 일상에 마르탱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젊은 영국인 부부가 마르탱의 이웃으로 들어온다. 남편이 아내를 소개할 때, 마르탱은 깜짝 놀란다. 자신의 이름은 '찰스 보바리(제이슨 플레밍)'이고 아내의 이름은 '젬마 보바리(젬마 아터튼)'라는 것이다. 마르탱은 사실 젊은 시절 소설 '마담 보바리'에 빠져 있을 만큼의 상상력을 가진 남자다. 소설 '보바리 부인'의 주인공들이 그의 이웃으로 이사 온 것에 깜짝 놀란다.

여기에 젬마는 소설 속 등장한 '보바리 부인'처럼 불륜을 행한다. 그것도 부유한 연하남 '에르베(니엘스 슈나이더)'와 사랑에 빠진다. 소설의 비극적인 상황을 잘 알기에 마르탱은 젬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본인 역시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다.

1857년 프랑스 작가 구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인 '보바리 부인'은 불륜 소재로 인해 당시 작가가 풍기문란 혐의로 기소되기까지 했으나 무죄로 판결됐던 문제작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더욱 유명해졌고, 후대에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게 됐다.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인문학적인 가치가 큰 고전 소설이다.

   
 

원작의 줄거리는 영화와 유사하다. 평범한 시골 의사 보바리의 아내 '에마'는 다정다감하고 몽상적인 성격으로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홀아비 지주 '로돌프', 공증인사무소 서기 '레옹' 등과 정사를 거듭하게 된다. 결국, 빚이 늘어나 비소를 먹고 자살한다는 파멸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젬마'의 시선이 아닌 '마르탱'의 시점에서 주요 이야기 전개를 진행한다. 젬마가 세상을 떠난 후 찰스가 아내의 물품을 태울 때, 마르탱은 젬마의 일기를 몰래 습득한다. 그 일기 속 내용과 마르탱이 겪은 일들이 합쳐져 영화는 시작된다. 소설과는 사뭇 다른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짝사랑했던 시절을 회상하면 이 대목은 이해하기 쉽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 사람과 사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으로 여러 화면이 필름 돌아가듯이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좋은 목적이 아쉬운 전개를 만나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마르탱이 젬마를 보는 시선이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제과점에 있을 때, 젬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을 도와주는 부분에서 마르탱은 시종일관 젬마의 가슴 등 신체 부위를 쳐다보는 성적인 욕망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젬마가 자신의 집에서 연하남 에르베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숨어서 보기도 한다. 여기에 혼자 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젬마를 따라가는 장면에선 그야말로 객관적 관찰자로 변한다. 이런 일관성없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또한, 시종일관 진지한 흐름으로 간 영화는 그야말로 '뜬금없다'는 전개로 마무리된다. 실제로 시사회 객석에선 에필로그 장면에 실소가 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진 '보바리 부인'을 새로운 화자인 마르탱의 시선에서, 그의 억눌린 욕망을 표출시켜준다는 구성은 참신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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